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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인가 아집인가 어윤대 KB회장 'X레이'난감

학자적소신·권한 과시발언 만발…임기고수·독단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8.02 15:53:04

[프라임경제] KB금융 어윤대 회장이 '임기 동안은 내 소신대로 하겠다'는 뜻으로 요약되는 발언들을 쏟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어 회장의 발언은 '금융권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소신', 그럼에도 이를 받쳐 주지 못하는 'KB금융의 현실 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특히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진퇴를 놓고 KB금융과 KB국민은행 등 자회사들이 극심한 내홍을 겪은 상황에서 이같은 장기적 플랜의 추진 필요성과 그 내용(비전)을 강조한 것이어서 '임기 중에는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뜻을 내외에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어 회장은 기존에 메가뱅크 추진으로 읽히는 은행 대형화에 대한 발언들을 여러 번 내놨고, 이로 인해 우리금융 M&A(우리금융 민영화 추진) 등의 국면에서 그가 회장으로 부임한 KB금융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그러나 최근 어 회장은 M&A에 대해 한 발을 빼는 발언을 내놓은 이후,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등의 발표 와중에도 오히려 이같은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이날 발언들은 그가 내놨던 일련의 발언들이 서로 모순된다거나 메가뱅크론에 대한 속내를 숨기고 있다는 분석에 대한 답변인 동시에, 그의 소신에 따른 KB금융 운영 방침을 내외에 과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우리금융 인수 못해"…KB 체력 평가완료 시사, '장악' 의도 곳곳에서 감지

지난 7월 30일 우리금융 민영화의 기본 얼개에 대한 플랜이 발표됐다. 이에 따라 하나금융지주 및 KB금융 등이 우리금융 인수합병에 어떤 방식으로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뗄지 눈길이 집중돼 왔다.

하지만 어 회장은 우리금융 인수 시도가 곤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어 회장은 "적자 보고 있는 지주가 어떻게 흡수합병하겠다고 나서겠느냐"면서 "힘이 없고 준비 안 된 상태이기 때문에 건강해진 이후에 고려를 하겠다"고 말해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내년 3월까지로 민영화 플랜이 잡혀 있다"고 전제한 상태에서 일부 기자들이 던진 "그때까지 경영 개선 성과가 나오면 어떻게 되느냐? 참여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때까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아울러 "현재의 주가가 오히려 높다고 생각한다. 리빙뱅크 메리트를 누린 것"고 냉소적 반응을 보여, KB금융과 자회사 구성원들에게 '그동안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는 경고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이같은 해석은 이미 부임 전에 내정자 단계에서부터 KB금융을 세밀히 들여다 봤으며, 개인 소신을 우선 당장은 접을 정도로 KB가 심각한 체력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음을 방증한 발언으로 주목된다.

어 회장은 향후 주주 가치를 극대화한 M&A 등 원론적 측면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같은 내용을 통해 현재 KB금융의 상황이 기대치 이하라고 잠정결론내 부득이 M&A 관련 추진을 접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여러 번 방증했다. 어 회장은 아울러 "충당금을 더 쌓을 일이 국제경제 사정상 또 생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는 등 다각도로 분석해 봤음을 시사했다.

어 회장은 아울러, 민병덕 국민은행장에 대해 재량을 주겠다는 발언을 여러 번 내놨다. 어 회장은 그러나 "필요시 옵저버로 경영위원회에 참여할 것"이라거나  "협의해 결정하게 규정돼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 상황을 강조한 부행장 추천권의 인정 발언 등으로 지주 회장의 권한과 지위를 명확히 처리,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아직 보고가 안 올라온 상황이다" 등의 표현을 은연 중 사용, 지주 회장과 은행장 간의 갈등이 있었던 것처럼 알려졌던 황영기-강정원 체제의 재연 가능성은 철저히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학자적 소신' 강조 함부로 내 판단 '재단' 말라 메시지 풀이

한편 어 회장이 우리금융 M&A 관련 시도(민영화 참여) 가능성에 대해 명확히 선을 그은 점과는 별개로 우리 나라 금융의 성장 필요성 등에 대해 강경한 어조와 표현을 동원해 가면서 긴 시간 발언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띤 것으로 풀이된다.

어 회장은 우리금융 문제와 관련 없는 학자적 소신을 강조하면서 발언을 내놨다.

어 회장은 "한국 금융학회 회장 입장에서 학자적 측면에서 M&A 개인적 소견을 말씀드리겠다"면서, 삼성제연구소와 모 언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어 회장은 "외국계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에게 '우리 나라 은행 규모가 커지는 게 어떻냐?'는 질문을 했는데 '제가 볼 때는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표현하면서 비판론을 제기했다.

어 회장은 "(예를 들어) 인도에 진출해 있는 외국 은행 입장에서 볼 때는 한국의 은행이 대형화되어 오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인데 "당연히 (우리 나라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경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에서 비즈니스 하는 외국계 은행들은 금융  비즈니스에서 돈을 벌고 있다. 우리 나라 은행들이 기업 현금 관리 기능을 일체 하지 옷하고 있다. 능력도 부족하고 네트워크가 없어서다. 그런데 (잠재적 경쟁자에게 가서) 우리가 대형화를 하는 게 좋으냐 질문을 한 것 자체가 잘못된 질문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관련 질문 자체가 '번지수를 잘못찾은' 질의였다고 비판한 셈이다.

아울러 "GDP 규모 관련해서 금융기관 크기가 크다고 말하는데(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스위스나 영국이나 불란서(프랑스를 말한 것)나 혹은 네덜란드나 스웨덴이나 은행 규모는 자기 나라 GdP 100%, 스위스 UBS은행은 300%나 되는데 왜  미국에 대해서만 말하는지 궁금하게 생각한다"고 굴지의 기업 경제연구소를 겨냥했다.

어 회장은 아울러 "이 집(KB금융 지주사를 말하는 것으로 보임)을 맡기 전에는 KIC 회장 등으로 일을 하면서 직간접 금융업무 많이 했기 때문에 전임(직업금융인 출신)이 아닌 사람 중에는 가장 많은 경험을 해 왔다"고 강조하거나 "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이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등의 발언으로 금융권 산학 연계 능력 문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울러 " 언제든 국가나 공적인 일을 앞에 세우고 사적인 것은 뒤로 하는 인촌 김성수 총장님(사업가 출신으로 고려대 기틀을 놓은 인물. 다만 친일파 논란이 있음) 뜻에 따라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는 등의 발언들을 내놨다. 전반적으로 실무적 능력을 겸비한 학자적 소신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는 데 대한 거부반응을 드러낸 것으로, 이같은 소신을 갖춘 어 회장의 구상에 대한 이견 표출이 쉽지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임기 관련 발언도 의미심장

한편 어 회장은 "최근 어 회장님이 KB지주로 오면서 인사 잡음이 있지 않았느냐? 다른 은행이나 지주와는 달리 왜 이같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하나? 또 3년 임기인데 임기 중간에 정권이 바뀌면 또 논란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 압력으로 인한 MB맨의 낙하산 임명(발탁) 논란 및 정권 교체 이후 거취 문제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명확한 어조로 답변을 제시했다.

어 회장은 "주주가 자기 임원을 정하는 게 원칙이다.민영화돼 있고 주주의 57%가 외국인인데 정치권 등 에서 인사에 관심이 많은 것은 이상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라면서도 "한국에 계시는 분들은 금융기관은 공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공적기관으로서 기능해 주기를 학자나 언론이 원하는 것 같다. 특히 KB는 한국 대표 리딩 금융기관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 같다"고 정리했다. 어 회장이 향후 인사에 대한 바람이 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그런 것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다. 남은 동안 최선을 다해서 이익이나 주주이익과 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기에 초연할 것이라는 뜻으로 보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임기 고수로 갈 수도 있는 유동적 답변이다. 아울러 "KB금융이 한국을 대표하는 금융기업 되도록 혼신이 노력을 다할 것이다.투명명성 있게 일을 하려고 하고 있고 많은 일을 하려고 하고 있다" 등의 발언이나, 위에서 소개한 각종 강성 발언들과 겹쳐 보면 보장된 임기와 권한에 대한 간섭을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아울러 금융당국 등이 차기 정권에서도 이번 관치 논란과 같은 문제를 빚으면서 자신을 압박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계산에 넣고 있는 것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다.

이를 종합하면 어 회장은 특정 사업에 대한 집착을 보여 그 성패 여부로 추진력과 경영 능력 등을 재단받거나, 혹은 '황영기 우리금융'처럼 총액 성과를 지상과제이자 지표로 제시했다가 이후 파생상품 손실 등으로 업적 전체가 저평가받는 상황 등 모든 단기적 리스크를 배제한 채 자신이 원하는 밑그림에 따라 전체적인 사업을 추진해 갈 공산이 커 보인다.

어 회장이 말하는 "M&A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것"이라는 원론적 방침을 위해 비만증 KB금융이 그의 임기 내 겪을 고강도 개혁과 향후 사업 추진 방향에 귀추가 주목된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은 불가피하게 벌어질 각종 잡음, 극단적으로는 차기 정권과의 잔여임기 문제 등이 만들 파열음을 예비한 것이라는 우려 또한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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