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나라당이 7·28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거둠에 따라 향후 야당의 당내 역학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가 여당의 패배로 나타났지만 전국 곳곳에서 8개 의석이라는 적잖은 자리를 걸고 치러지면서 일종의 '미니총선'으로 여겨진 이번 재보궐 선거가 이처럼 나타나면서, 민주당의 민심 파악 능력에 대한 경고음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당 국정운영 드라이브 추진 가능성…대여 수비 힘들어질 듯
여당은 이번 재보궐 선거의 사실상 승리, 특히 이재오 당선자와 윤진식 당선자 등 친이 정치인의 대거 여의도 입성이라는 결과로 민심이 여권으로 돌아섰다고 판단, 각종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이 높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전 국민권익위원장)-윤진식(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당선은 야당 특히 민주당이 주요 무기로 활용해 온 '정권심판론'이 일정 부분 무력해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을 주축으로 야당들이 강력히 반대해온 4대강 사업은 물론, 개헌 등 주요 정치 어젠다가 도마 위에 올라 여야간 갈등이 첨예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문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면서 대규모 개각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이 역시 폭이 줄어드는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권 심판론이 사그라드는 상황이라고 판단되는 시점에 대폭 개각을 청와대와 여당이 고심할 필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들은 민주당 입장에서 지방선거 승리 이후 일정 부분 늘린 입지를 다시 잃는 국면으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정국 주도권을 여권에 일정 부분 빼앗길 것이라는 이야기다.
◆콘텐츠 부족과 공천 실패 등 부각
더욱이 민주당은 지난 번 지방선거에서 잡은 승기를 이번 재보궐 선거로 연결짓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콘텐츠를 잘못 잡은 데 대한 자성론과 이것이 수반하는 계파간 갈등을 겪게 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서울 은평을에서 단일 후보로 내세운 장상 후보가 고배를 들었고, 광주 남구에서는 야당간 경쟁 구도로 선거를 치른 결과 민주노동당의 거센 도전(44% 득표)을 받아 고전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몇몇 유력 지역에서도 한나라당에 의석을 빼앗기는 등 총체적 난국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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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정세균 대표 체제는 이번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이 높아지게 되면서 당권 재도전에 일정 부분 차질을 빚게 됐다. 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 중인 정 대표(홈페이지 자료사진)> | ||
선거를 진두지휘한 '정세균 대표 체제'는 그 결과 입지가 취약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담대한 진보' 내세운 정동영 등 도전 거세질듯
이는 전당대회를 앞둔 내부 파워게임을 촉발시킬 요인이기도 하다.
당내 주류를 형성해 온 정 대표에 당장 정동영 의원과 손학규 상임고문이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선거 패배의 책임이 덜하다는 점에서 당권을 향한 이들 비주류의 공세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전당대회가 차기 당권의 향방뿐만 아니라 당내 대권 레이스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감안한 분석이다.
2007년 대선에서 정 의원과 손 고문을 지지했던 의원들을 대부분은 현재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손 고문 역시 대선 패배 후 정치와 일정 부분 거리를 둬 왔지만 차기 대선을 앞둔 상황에 잠재적 경쟁자에 당권이 넘어가는 상황을 좌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이번 전당대회에 도전할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 이처럼 전당대회가 정세균-정동영-손학규 3파전으로 갈 경우 민주당은 주류와 비주류간 갈등 잠복 상황에서 본격적인 분열 양상을 드러낼 수 있다. 이같은 지형도는 지방선거 승리 여세를 몰아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선전한 다음 당권 재도전을 순조롭게 하겠다는 정 대표의 구상은 이미 지난간 꿈이 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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