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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發 경제위기 막아라 정부 고심中

신규債발행 규제 등 추진…'돌려막기'규제 부작용 해결 새숙제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7.18 10:38:24

[프라임경제]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채권 발행에 대한 규제 강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최근 경기도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지불 유예) 선언으로 인해 경각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지만, 지방정부발 위기가 국가경제 전반의 위기로 작용할 것을 미리 예상, 선제 조치에 나선 것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근래 발표된 잉여재정 일정부분의 채무변제 우선 투입 방침과 지방공기업 통폐합 추진 등의 조치와도 연계되는 흐름이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능력 넘어선 지방채 발행, 연착륙 대책 절실

18일 알려진 바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자체가 한도를 초과해 지방채를 발행하려 할 때 승인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방채는 특정 목적 사업을 위해 지자체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행안부가 총액 한도를 지자체의 재정 상태에 따라 미리 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지자체는 느슨한 심사 기준 덕택에 사업의 수익성과 상관없이 평균 한도의 약 200%까지 초과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관행이 형성돼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지자체의 지방채 잔액은 25조5000억원대로 2008년 약19조500억원에 비해 무려 6조5000여억원이나 늘어났다.

이같은 상황에는 국가적으로 경기 부양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숨어 있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고자 공적 지출을 늘릴 필요가 제기됐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지방의 지출에 대해 적정성 검토 등을 하기 어려웠던 사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발 경제위기 파고가 다소 가라앉고 오히려 위기 국면에서 부양을 위해 풀린 자금의 회수 문제, 즉 유동성 과잉으로 인한 문제 대책이 절실해지면서 이같은 지방채 문제에 대해서도 시각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지자체들이 경기를 부양하고자 경쟁적으로 발행한 지방채는 결국 여건이 탄탄하지 못한 지자체의 재정 위기를 초래하는 부메랑이 될 공산이 크고 실제로도 이같은 위기감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의 재정위기는 성남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행정자치부 자료만 봐도 우리나라 230개 기초지자체 중 51개는 자체수입만으로는 지방공무원 급여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예를 들어, 인천광역시의 경우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와 도시철도2호선 건설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송영길 시장 당선으로 한나라당-민주당간 인수인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인천도시개발공사의 채무액이 지난 3월말 4조748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874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의 채무는 2조3300억원 규모(지난해 말 기준)로,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30%에 육박한다.

정부는 이번 지방채 관련 조치 추진 전에도 유사한 조치들을 이미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부터 재정이 부실한 광역지자체의 잉여 예산은 50% 이상을 의무적으로 채무변제에 사용하고 16개 광역지자체의 올 지방채 발행 규모도 지난해보다 38% 줄이도록 했다. 지자체의 재정위기가 심각하다고 판단, 부채 감축을 위한 긴급 대응에 나서도록 했다. 감사원은 지방공기업 26개를 청산 또는 통폐합해 재정건전성을 도모하도록 하는 선진화 방안을 지난 3월 발표했다.

◆해외 지방정부 재정위기 사례도 자극된 듯

국내 위기 신호 외에도 외국에서도 지방정부발 위기가 국가 전반에 경제적 문제를 빚을 수 있다는 징표들이 늘고 있는 점도 이같은 정부 방침 추진에 자극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13일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스페인 지방정부 가운데 3분의 1이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올해 말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이라 그렇잖아도 PIIGS 위기에 처한 스페인의 경제 전반을 주저앉히는 데 지방정부 재정위기가 한몫을 거들 수 있다는 풀이다.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는 돈이 없어 양로원 등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재정 예산 지출집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 규모가 금년에는 지난해(28억달러)의 두 배인 50억달러로 늘어나는 등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캘리포니아 등도 지방재정 곤란으로 죄수를 조기 석방하는 등 각종 경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지방재정 위험이 연방정부의 경기 회복 노력 발목을 잡을 가능성마저 언급되고 있다.

◆'돌려막기' 막힌 지방정부 숨통 틔울 대책은?

따라서 이번 지방채 발행 규제 정책과 이미 추진 중인 각종 공기업 통폐합 등은 외국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른바 단기채 비중 때문이다.

현재 지자체 발행 채권 중에는 1∼4년채 등 단기채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상황이다. 지자체가 느끼는 부채 상환 부담이 통계상 숫자보다 체감상 압박면에서 더욱 높게 작용하고 있는 데에는 이같은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남은 채권을 상환기간별로 봤을 때 1∼4년채는 3조3000억원(13.0%), 5∼9년채는 5조4000억원대(21.3%), 10∼15년채는 16조1000억원대(63.4%), 16년 이상 장기채는 5879억원(2.3%)대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같은 신규 지방채 발행 규제가 추진되는 경우 이른바 돌려막기 가능성이 제한됨으로써 지자체가 느낄 고통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적정성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하면 불필요한 사업추진 등 외에도 상당한 경색 국면으로 인한 곤란이 유발될 수 있고, 사실상 여러 사정을 감안하다 보면 규제 강화라는 제도 도입의 목적 자체가 퇴색하게 돼 '운용의 묘'가 절실하게 요구될 전망이다. 아울러 곤란에 빠지는 지자체를 지원할 방안들에 대한 윤곽 마련과 확정도 중앙정부가 져야 할 몫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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