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 금융실명제 위반 사건에 관해 금융감독원이 검사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김종창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이 검사와 징계에서 여론 흐름 등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것은 일응 비호 의혹을 정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뒤늦게 검사 강행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금감원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등으로 그 자체가 구설수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과태로 거리'에서 "검사 착수할 것" 손바닥뒤집듯
금감원은 12일 기자브리핑을 열고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의 실명법 위반 의혹과 관련,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검찰 등 관계 기관에 자료 요청을 할 예정이고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실명법 위반 여부를 검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브리핑에서 금감원은 그간 수사기관에서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그간 착수하지 않은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해 의혹이 불거져 검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실제로 금감원은 김 원장이 직접 나서서 실명제 위반 문제는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쟁점이 됐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과 민주당 조영택 의원이 "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이확실한데 금융당국이 조사해야 되지 않느냐"라고 질의했고, 김 원장은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조사하려면 점포와 대상, 거래기간, 계좌 등 구체적인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에서 통보받은 것이 없다"며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었다.
이는 4월 이귀남 법무부장관이 주 의원의 추궁에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다"고 정리한 것과 사실상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여론 질타를 받는 경우 기존 입장을 언제든 바꿀 수 있는 것이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금감원의 이같은 움직임은 김 원장이 영호 라인(영일-포항 라인)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야당 공세로 부담을 느낀 이후 이뤄진 것이라 더욱 난감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영포게이트 진상조사특위는 "영포라인 고위직에 있는 분이 비호세력으로 있기 때문에 금감원장이 조사를 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정조준하고 연일 공세고삐를 죄고 있다.
◆KB금융지주 황영기 전 회장 낙마 건에서도 '논란'
금감원은 최근 KB금융지주의 황영기 전 회장 징계 문제에서도 일사부재리 논란까지 빚으면서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황 전 회장이 KB금융 회장 부임 전에 우리금융 회장 겸 은행장 재직할 때, 무리한 파생상품 투자로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내고 은행 건전성을 훼손시켰다며 제재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여기에 김 원장은 언론에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써 가며 징계 당위성을 역설, 사실상 낙마로 몰아붙였다는 해석이다. 김 원장은 당시 황 전 회장을 징계할만한 사유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며 "그래서 징계절차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 전 회장 측이 주장한 "(당시 파생상품 투자손실은 금융위기라는 예기하기 어려운 사정에 따른) '천재지변'에 가까운 손실은 감독당국의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은 차치하고라도, 이후 국정감사에서 언급되었득 파생상품 투자는 2007년 5월 우리은행에 대한 금감원의 종합검사 전에 이뤄져 감독을 제대로 했으면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더욱이, 금감원은 종합검사할 당시 3월 말 기준으로 이미 2600만달러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것을 알았고 11건의 일부 절차상 하자를 발견하고도 기관주의 등 가벼온 조치를 했는데, 이때문에 '일사부재리' 논란도 일었다. 이때문에 일각에서는 "투자은행 육성론이 한창일 때엔 징계를 못 하다가 나중에 (분위기가 바뀌자) 징계하는 것이냐(민주당 김동철 의원)"고 말하기도 해, 인기영합적 정책판단 논란에 불이 붙기도 했다.
◆최근 키코 건도 또 눈치보며 뭉기적 조짐
최근 키코(미리 약정한 구간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은행이 손실을 보고 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구간을 벗어나면 반대로 기업이 손실을 보고 은행이 이득을 보는 환헤지금융상품) 관련 제재에서 금감원이 다시 일정을 연기하는 등 장고에 들어간 것도 이같은 눈치보기의 재연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감원은 1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키코 판매와 관련해 은행업 감독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는 9개 은행에 대한 제재 여부를 논의했으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을 유보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은행들이 기업들과 키코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금융기관과 반대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내부통제를 받지 않고 고위험 상품에 투자해 손실을 입었는지 여부 등은 확인하되,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은행의 불완전 판매 여부는 심의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창 키코가 문제되는 상황이 지나가고, 1심 판결이 나오는 등 키코 문제가 어느 정도 급한 상황을 넘긴 때 이뤄진 것으로 골치 아픈 판단(불완전 판매)은 법원에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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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김종창 금융감독원장> | ||
◆금감원장, 2년만에 '시장친화', '변화 강조'평판 스스로 버려?
문제는 이같은 흐름을 관료 출신인 김 원장이 부임한 뒤에 온 우연 내지 필연적 현상으로 쉽게 규정하고 넘어가기에는 석연찮다는 데 있다. 김 원장은 관료 출신이긴 하지만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냈고 국책은행이기는 하지만 은행장을 지내기도 해(기업은행장) 각종 하마평에 오르내릴 때 '시장친화적'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더욱이 기업은행장 시절인 2002년만 해도 전직원들에게 미국 GE의 최고경영자인 잭 웰치의 경영전략을 소개한 책을 일독하도록 권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 왔던 점은 최근 김 원장과 휘하조직인 금감원의 보신주의와 잘 조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영포라인 논란 이후에는 금감원이 어떤 형태로든 각종 비판에 대해 분위기 쇄신을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과거엔 세계 금융위기와 그 여파로 인한 각종 문제를 털고 간다는 점, 그리고 그 와중에서 금융산업 전반의 붕괴는 막아야 한다는 조절론 등으로 여러 '정무적 판단'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허락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 이같은 상황에서 벗어날 필요가 제기되고 있고, 실명제 위반 같은 문제까지도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여서는 영이 설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로 2주년을 맞은 김종창 금감원호가 외풍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MB정부 가반기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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