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저금리부작용 커져 '출구전략 단행' 결단

[기준금리 인상]기업·가계 대출 중장기 관리가 성패좌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7.09 11:22:36

[프라임경제] 17개월만의 0.25% 움직임.

하지만 이 움직임이 담은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2.0%에서 연2.25%로 상향조정했다.

이로서 한국은행은 17개월만에 기준금리 동결 시대를 접었다. 이번 인상에 이어 향후 금리 추가 조정 가능성의 물꼬가 트였을 뿐만 아니라 이같은 기준금리 조정이 이른바 '출구전략'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경제 전반의 운용 전략 방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침 9일은 기준금리 조정의 신호탄이 울린 날이자, 김중수 한국은행호가 돛을 편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김중수 한국은행호가 시운전을 마치고 본격적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

   
<사진=유동성이 과도해 시장에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가 최근 높은 가운데, 결국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 출구전략 착수의 의지를 내보였다.>
◆ 경기부양보다 유동성 함정 풀 때 판단한 듯

기준금리의 줄을 죄는 것은 시중의 유동성을 조정하는 데 유효한 수단으로 이해되고 있다.

2008년 하반기에 유례없는 미국발 금융위기, 그리고 여기서 촉발된 세계 경제침체의 파고가 세계 경제게를 강타하자 각국이 금리를 인하하고 이후 이를 장기간 동결해 버린 것은 시중에 돈을 돌게 하기 위한 목적을 집행하는 데 적절한 방안이자 선언적 의미로서 효과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금리 수준으로 유지하는 일도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회복될 수록 이전에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에 공급한 자금이 이른바 '유동성 함정'을 만들어 적절한 회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출구전략'이다. 문제는 출구전략의 시기를 잡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유동성을 지나치게 늦게 회수하면 유동성 함정에 빠지게 되고, 유동성 회수의 줄을 너무 빨리 잡아당기면 경기가 회복되는 듯 하다가 다시 주저앉는 이른바 더블딥(회복 후 재침체 상황)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 저금리 기조의 해소 시점, 즉 금리 조정(상승) 시기를 두고 많은 고민을 해 왔다.

특히 우리 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이기 때문에 해외 여건을 충분히 살펴 단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독불장군식으로 일을 추진해서는 곤란한) 속사정이 있다. 이성태 전 총재가 기획재정부 등과의 마찰 끝에 기준금리 인상 필요에 대한 자기 소신을 관철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친 것이 이런 맥락에서다.

결국 김중수 총재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테이프를 끊은 것은 중앙은행 뿐만 아니라 정부 당국이 이제는 경제 전반에 대한 스탠스를 바꾸어야 할 때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 과도한 유동성에 당국 위기의식, 본격적 관리 시작

유동성이 산업자금화해 생산과 고용이 늘면 경제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풍부하다 못해 이미 과도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아직 남유럽 경제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사정이 명쾌하지 못한 사정이지만 유동성 함정 위험성을 더 안고 가는 것보다는 지금 정리를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간 시장에는 유동자금의 불안한 흐름이 종종 포착돼 왔다. 일례로, 지난 상반기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20조원 가까운 시중자금이 몰린 것을 두고 유동성의 위험 징후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최근 랩어카운트에 많은 돈이 몰리는 것도 유동성 과다의 신호 중 하나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시각도 나온다.

일부 기관 통계를 참고하면, 6개월 이내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부동자금만 현재 600조원대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기준금리를 계속 저금리로 묶고, 그 결과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초반대로 내려앉은 채로 둘 수 없다는 데 한국은행의 고민이 있었다. 

경제 회복만 어느 정도 자신할 수 있으면 저금리 정책을 재검토할 상황인 것이다. 다행히 경제지표들은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상반기에 이미 2700억달러를 돌파했고, 소비자물가는 한은의 관리목표인 2% 중반 수준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준금리를 조정해 저금리 기조를 깨는(유동성 회수의 첫발을 떼는) 시기로는 나쁘지 않다는 결단을 내린 이유다.

◆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부실화 우려 '숙제' 풀어야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저금리 기조 해소 시기를 놓칠 경우 자산버블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이미 여러 번 경고해 왔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이번에 출구전략 신호탄을 울린 것으로 해피엔딩이 바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그간 금리, 즉 이자(돈값)이 너무 헐하다 보니 빚을 겁내지 않는 풍조가 퍼져 부채가 급증해 있는 게 문제다.

경제회생을 위해 기업들에 공급돼 온 기업부채, 특히 중기부채도 문제지만, 가계부채가 급증해 있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막바로 이자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채 규모상 이들이 고통을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7일 한국은행의 자료를 살펴보면, 3분기 가계나 중소기업 신용위험지수가 상승하고 있어 금리 조정기에 그 충격을 감당할 여력 약화 상황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6월 8일부터 18일까지 16개 금융기관 여신업무 책임자를 대상으로 대출행태서베이를 실시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올해 3분기 가계의 신용위험지수는 13으로 2분기에 비해 4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2분기 22에서 3분기 28로 더 커질 것으로 조사됐다.

여신업무 책임자들은 가계부채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담보가치 감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신용위험 상승요인으로는 경기와 수익성 개선 지연이 꼽혔다. 특히 주택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최근 남양건설 등 일부 중견건설업체들의 잇따른 법정관리 또는 부도 등의 영향이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당국이 유기적으로 연계, 가계부채와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성을 중장기 호흡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번 9일자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은 '실패한 출구전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9일 금융감독원 김종창 원장이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와 향후 감독과제' 조찬 강연회에서 "가계부채의 수준은 높다"고 지적하고 길게봐선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할 상황이라고 본다"고 설명한 것도 9일 오전 한국은행 금리 조정 발표와 교감을 이룬 상황에서 이심전심으로 지원책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 역시 관건이다.

김 원장이 "부동산 관련 대출도 부동산 경기가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할 것"이라며 "신뢰를 파는 금융이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투명한 공시체계 등을 강화해 소비자보호에도 힘쓰겠다"고 한 점은 시사점이 크다.

버거운 이자 부담이 향후 생길 것을 감수하고 자금 투입이라는 인공호흡을 해서 살려낸 경제가 이제 본격 회생으로 갈지, 한국은행 등 당국의 추가 관리 대책 내용과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