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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베키스탄과 한국의 경제 협력에서 중요한 키워드로 꼽혀 왔다. 특히 물류로 성장 신화를 써 온 한진그룹, 그 중에서도 대한항공의 공항업무 관련 노하우가 중핵을 이룰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맡고 있는 현재 나보이 프로젝트의 진행이 당초 밑그림보다는 신중한 행보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식 압축성장 선물 기대감 우즈벡에 심어줬는데…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로, 목화나 우라늄 등을 빼면 우리에게 크게 눈길을 끌 것이 없는 국가. 과거 대우그룹이 자동차사업을 염두에 두고 진출했다가 그룹이 어려워지면서 정리한 바 있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서 우즈베키스탄은 괄목한 만한 교류 및 협력을 넓히게 된다.
이를 떠받치는 두 개의 기둥은 수출입은행과 대항항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수출입은행은 지난 5월 김동수 은행장이 현지 1,2위 국영은행(자산기준)인 대외경제개발은행(NBU)과 아사카은행(Asaka Bank)의 은행장을 만나 총 7500만달러 규모의 신용한도설정계약을 체결했다. 참여정부만 해도 신용한도 사용 실적이 없다시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을 감안하면 국책은행의 이같은 행보는 양국 우호협력관계를 전제로 한 거국적 지원 프로젝트로 읽힌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데 일조하는 기업은 하나 더 있다. 대한항공은 우즈베키스탄을 물류 허브로 만드는 구상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필을 쥐고 있는 상태.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압축성장을 이루려는 우즈베키스탄 독재 정부는 한국의 성장 모델에 눈길을 돌렸고, 우리 마산자유무역지대 등과 같은 경제특구 마련에 뛰어든 상태다.
하지만 투자유치 전략 및 운영시스템, 특별법 제정 등의 자문 못지 않게 중요한 건 바로 물류 문제.
경제특구를 완성해도 이를 실어낼 시설과 방법이 마땅찮으면 무용지물에 가깝다. 특히 나보이 근처의 경제특구는 대형항구가 없어 선택지가 더 좁다. 배가 없이 항공과 철도, 도로교통 중 대책을 골라야 하는 것. 항공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에 달린 해당 국가의 관심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군 병참기지이용설 등으로 스포트라이트
현재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나보이의 공항 운영 전권을 대한항공에 일임했다. 2013년까지 5년간 공항 운영권을 통째로 넘겨준 것.
처음에는 대한항공 역시 굉장히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하루에 고작 3편의 여객기만 운항할 뿐 화물운송 실적은 전무했던 이 곳을 물류 허브로 구축하기 위해 대한항공은 유럽직항 화물기를 우즈베키스탄을 경유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나보이공항 화물운송량은 무에서 3300톤(2009년 기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같은 구상을 곱게 보지 않은 이들도 있다. 미국 병참기지로 사실상 활용하고 이 표면에 한국 기업과 국책은행을 내세운 경제협력을 표면상 내건다는 보고서를 중앙아시아 연구기관인 유라시아넷(EurasiaNet)이 내놓으면서 화제를 모은 바 있고(미국이 우즈벡에서 공군기지를 얻다: US Gets Uzbek Air Base), 나보이 공항을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사실상 병참 기지로 실제 사용하고 있다는 의혹이 종종 제기되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이 월남전에서 군사 관련 물류 하역과 배송으로 돈을 벌었듯,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도 사실상 병참 역할에 나섰다는 설이다.
◆'처리량 관련 보도들 1/10로 줄어', 회사 관계자 "언제 완공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처럼 주목을 받던 나보이 프로젝트에 대한 추진 태도는 초창기보다는 다소 느슨해졌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현재 나보이 공항의 물류 시스템은 당초 구상을 100% 채워 완공이 안 된 상황이다.
당초 여러 언론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시피 하고 있는 대한항공의 사업에 흥미를 갖고 몇 차례에 걸쳐보도를 한 바 있다. 그래서 금년 5월에 나온 보도들이 바로 나보이에 금년 상반기 중 연간 10만톤 규모의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화물터미널을 완공한다는 것.
하지만 상반기가 종료되는 6월 30일 확인 결과, 현재 상반기 10만톤 터미널 완공 문제는 일단 물건너 간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항공은 이 화물터미널 완공의 특정한 시점조차 자신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직 나보이 화물터미널은 완공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용을 종합하면 금년 하반기쯤 완공이 가능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완공 시기를 특정해 말하기 곤란하다"는 것.
특히, 물류터미널 시스템의 경우 완공이 끝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같은 상황은 우려스러운 것이다. 건물 완공 이후에도 각종 물류 관련 시설이 내부를 채우고 이것이 가동 준비를 마치는 것은 더 뒤의 이야기라는 것.
결국 10만톤 처리 능력 화물터미널은 금년 중 가동 시작은 요원하다고도 볼 수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지난해만 해도 대한항공의 나보이 관련 어젠다는 '장기적으로 100만톤 처리 능력' 운운하는 구상들로 장식돼 각 매체에 소개돼 왔다(하단의 관련 기사 참조).
하지만 어느 새 장기적으로는 100만톤 처리 능력 구축에서 2010년 상반기 10만톤으로 보도의 기조(기업 홍보의 초점에 따른 것이라 하겠는데)가 바뀌고 있고, 그나마 지키지 못한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마나스 기지 존속으로 상황 변해서? 뒷말 나올 듯
이는 위에서 언급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병참 기지 문제와도 맞물려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대한항공으로서는 단순한 구상의 지체 현상에 불과하다고는 해도, 오이밭에서 신발끈을 고쳐맨 것이나 다름없게 보일 수 있다.
즉, 대한항공 등이 나보이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에는 키르키즈스탄 마나스 미군 기지 폐쇄 논란이 불거지던 때다. 키르키즈스탄이 반미 움직임을 보였던 상황이 금년 봄에는 미군 기지 계속 사용쪽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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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대한항공 지창훈 총괄사장이 금년 5월 ADB 총회의 우즈벡 데이 행사에서 나보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있다.> |
결국 대한항공이 의도가 무엇이 됐든 과거와 다른 태도를 보이게 되면 순수한 한국-우즈베키스탄 협력 관계의 첨병이라는 이미지는 상쇄돼 사라지고 만다는 것.
대한항공은 금년 5월에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에서도 나보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등 '식언'을 할 의사는 분명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항 운영권의 전권을 반영구적으로 받은 게 아닌 한에야 가까워오고 있는 2013년 시한에 비해서는 대한항공은 현재 구상보다 확실히 느린 진척을 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어 보이고, 이런 점이 MB정부 들어서서 다지기 시작한 양국간 깊지 않은 신의의 뿌리 자체를 뒤흔들 여지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 가능하다는 점은 씁씁한 입맛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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