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우리은행, M&A 계절 앞두고 PF부담 '불청객'

충당금적립 순이익 규모 축소 효과…산은·외은대비 매력 감점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6.21 17:38:50

   
   
[프라임경제] 우리은행 부동산 PF 관련 부실이 드러나면서 이 문제가 향후 우리금융 매각 작업 등 관련 문제에까지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우리은행 신탁사업단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양재동 물류센터와 중국 베이징 소재 상업용건물 PF 사업장에 각각 1880억원(총 사업규모 8700억원)과 1200억원의 PF대출 및 매입 약정을 했다. 매입 약정은 일정이 조건부 거래로, 시행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갚지 못할 경우 이를 대신 갚아주거나 대출로 전환해 줄 의무가 금융기관에 발생한다(우리은행이 정상적인 거래 체결이라고 보면서도 PF팀장들에게 개인비리가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못하고 경찰에 고발조치를 한 것도 이처럼 무리수를 둔 것이 단순한 영업 압박에 의한 것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으로 인해 우리은행은 중국 베이징 상업용 건물의 경우도 '요주의' 관리 여신으로 679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전체 PF 부실에 대해선 올해 2000억원 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상황이다.

◆충당금 덜 쌓는다 소리 들으며 안간힘 썼는데 '도루묵'?

이같은 충당금 부담으로 우리금융이 그간 쌓아온 노력이 도로공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우리금융의 지난해 실적을 보자. 우리금융은 지난해 1조2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고 공개했다. 여기엔 현대건설 지분 매각이익 2900억원과 전산센터 매각 차익 1383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일시적 요인으로 인한 효과가 큼을 알 수 있다).

한편 금호그룹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은 경쟁 은행보다 낮은 것으로 보인다. 주력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을 추진 중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여신에 대해 20%의 대손충당금을 쌓은 것.

하지만, 이 대손충당금을 49%까지 쌓은 은행도 있다. 토러스증권이 2월 보고서를 통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한 적립률을 49%로 가정할 경우 추가 충당금 부담이 1680억원 가량 늘어난다"며 "올 1분기에 추가로 적립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토러스증권은 우리금융에 대해 적극적 매수 권고를 하지는 않았다(이견 있음. 하나대투증권은 이같은 충당금 일부 부족 현상임에도 불구, 매수 의견을 내는 등 신뢰를 과시한 예도 있었다.)

우리금융이 이처럼 대손충당금에 민감한 것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추측이 가능하다.

즉 현재 금융권 M&A에서는 아무래도 크기 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긴 하지만, 실제적인 매각 과정에서는 이것만이 대세가 아닐 수 있다는 것. 이에 따라서 총자산은 물론 순이익 규모 경쟁도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 실적발표를 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강세를 보였다. 기업 대출 문제로 대손충당금 비율을 높였던 KB국민은행이 순이익면에서 약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위에서 언급한 우리금융 순이익 중 우리은행은 95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6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익을 올린(것으로 보인) 셈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자산 역시 238조 원으로 증가해 신한은행(233조5000억 원)을 앞섰다. 분명 현재 가장 앞서나가는 매력적인 은행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손충당금을 더 쌓는 위기 요소가 오면 이같은 시각적 효과는 부피가 빠질 수 밖에 없다.

◆LG카드 충당금 악몽 재연될까 우려

우리은행은 이처럼 충당금이 높아져 실적에 악영향을 받은 기억이 있다. 2003년 LG카드 사태로 인해 충당금 쌓기에 부담을 느낀 적이 있는 것.

당시 금융당국은 LG카드를 '요주의'로 분류, 여신의 19%를 충당금으로 쌓도록 하는 안을 제시해(주의 등급에 따라 충당금 적립 비율이 다름) 관계 은행들을 당혹케 한 바 있다.

이같은 요주의 분유 문제로 8개 채권은행의 LG카드 추가충당금만 7600억원으로 계산됐고, 주채권은행이던 우리은행은 일단 분기말인 12월에 여신의 19%인 1000억여원을 충당금으로 추가적립키로 했었다.

이번 PF 문제가 어떻게 가닥을 잡을지 알 수 없지만, 이같은 전례를 감안하면 금년 상황에 실적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없지 않고 이것이 M&A 대전에 매물로 나서는 입장에서는 별로 좋은 사정은 아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미 지난해 11월 '내년 은행경영 전망과 과제'라는 보고서가 나온 바 있는데, 금융기관간 M&A에서 경쟁심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 보고서는 "일반 시중은행 기준으로 국민,신한,하나 등의 은행들이 매각 대상인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을 합병하면 상위 3곳의 총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이 75%를 넘을 것"이라며 "이 경우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해 합병승인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승인심사 부담을 안고 추진해야 하는 가운데 매수측에서 덩치가 크고 수익률이 기대치보다 떨어지는 우리금융(우리은행)을 살 매력은 감소한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은행은 이번 PF 문제 부담을 줄이거나 다른 영업 성과로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높여야 할 부담을 안아야 한다.

문제는 그간 우리금융 인수에 부조건적이라 할 정도로 관심을 보여온 KB금융지주 어윤대 차기 회장이 입장 선회를 하는 상황 등과 맞물려 자칫 우리금융 매각 상황에 우리은행이 문제아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어 차기 회장은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만 분리 인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공개,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매력도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은 이처럼 어 차기 회장이 비판론의 효과로 M&A 과정에서 입장 선회를 하는 등 상황 변화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이는 우리금융 특히 우리은행에 들어간 공적자금을 매각을 통해 빨리 회수하기를 선호하는 당국에도 상당한 골칫거리를 안기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으로서 위기 관리 대응이 떨어진다는 비판 역시 피하기 어렵다는 부분 또한 짐이 될 전망이라는 점 역시 부수적인 문제거리가 될 것이다. '문제 조직'을 사고 파는 M&A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의 이번 충당금 고민은 우리금융·우리은행의 기대대로 그 액수 자체에 대한 고민이 축소된다 하더라도, 단순한 충당금 고민 이상의 불면증을 가져올 수 있어 보인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