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입성한 '와인 고대' 총장님,과제는?

M&A 추진 외에도 관치금융 앞잡이·독선적 행보 우려 해소 시급

[프라임경제] K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출 레이스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내정되는 것으로 결말지어졌다.

이로써 어 회장 내정자는 국제 금융위기 여파가 해소되는 시점에 KB금융의 성장 비전을 제시할 책임과 함께, 당면한 국내 은행권 M&A 대전에서 최적의 운영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중임을 맡게 됐다.

◆ 국제금융통 강점, 고대 개혁 추진력

어 내정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국제금융 전문가다. 고려대학교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후진을 양성했고,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경력에다 국제금융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이력도 화려하다. 총장 경험을 통해 이미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총장 재임 기간 중 고려대는 '막걸리 고대' 이미지를 완전히 씻어내고 '와인 고대'로 거듭났다는 평을 듣는다.

금융기관의 수장으로서는 현장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미 산업은행과 제일은행, 하나금융지주 등 3곳에서 사외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 관치금융 우려 씻어내는 게 급선무

하지만 이같은 여러 장점과 자질에도 불구하고 어 내정자가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2년후배로 정부 출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보로 거론된 데 이어 한국은행 총재 등 굵직한 인사 때마다 물망에 올라 실세라는 평을 들었고, 이번 KB금융 회장직 도전에 대해서도 이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더욱이 KB금융의 경우, 황영기 전 회장이 중도에 사퇴하고 금감원의 강도 높은 조사로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지주 회장 도전이 가로막히는 등 이미 어 내정자의 개인적 이력 외에도 관치금융의 피해를 입었다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설상가상'의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책임이 어 내정자 어깨에 지워진 셈이다.  

즉, 어 내정자에 대해서는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정부의 LG카드 관련 부담 요청을 거절했던 것 같은 '강단'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다. 당국의 압력이 있을 경우 이를 극복할 수장이라는 이미지(신뢰) 없이 출발하는 것은 분명한 부담이다.  

◆ 무리수 없는 대형화 추진과 내부 결속 등 갈길 멀어

어 내정자는 메가뱅크론과 국제화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때문에 KB국민은행 노조가 선임 반대 입장을 이미 밝히는 등 앞으로 많은 견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메가뱅크 소신이 KB금융의 대형화 과정에 불필요한 무리수를 두는 방향으로 발휘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어 내정자는 외환은행보다 우리금융 인수에 더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쳐지면 자산 650조원 규모로 세계 50위권에 드는 메가뱅크가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이미 이 조합이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오는 등 이 비전을 추진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 조건을 최대한 KB금융에 유리하게 구사하지 않는 경우, 즉 불필요한 메가뱅크론 집착으로 흐를 경우 바로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금융 매각 방식과 내용은,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 회수 등 많은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어 내정자의 조심스럽고도 분명한 행보가 요청된다고 하겠다. '(당국이 원하는) 금융권 재편 앞잡이냐'며 백안시하는 비판론자들의 시선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더욱이, 어느 쪽으로 인수합병에 나서든 M&A 후의 KB금융은 구조조정 등 후속 조직 개편에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리한 메가뱅크론을 추진하고 결국 조직원 대량 정리로 덮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상당히 신중을 기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지주 사장과 은행장 선임 등도 그의 판단력과 균형감각을 시험한다.

지주 사장과 KB국민은행장 같은 경우 어 내정자가 밖에서 온 만큼 내부인에게 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적어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 인사안을 꺼내들지 못하는 경우 독선이라는 비판으로 선임 초기 상당한 기간을 낭비할 우려가 있다.

특히 어 내정자는 강한 추진력으로 CEO형 대학 총장의 전범이 됐다는 평을 들었지만, 그의 개혁 추진에 대해 교내에 비판론이 많았고 동료 교수 중에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KB금융 회장으로서 첫 출발을 하는 지금, 이처럼 적절한 내부 결속력 다지기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지 금융권 밖에서도 외부의 상당한 시선과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