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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KB국민은행 노조가 차기 지주 회장 후보에 대한 반발 의사를 밝히고 나서면서, 지주 회장 선출과 은행권 구조재편과 M&A 문제가 긴밀히 교착되는 상황이 빚어졌다.
KB금융의 차기 지주 회장 선출 과정에 '메가 뱅크(은행 대형화 추진)' 문제와 '관치 금융' 논란이 다시금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황영기 회장이 낙마하고 KB국민은행장으로서 차기 지주 회장으로 거명되던 강정원 행장이 뜻을 접는 과정에서 관치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KB금융 주변에서는 다시 붙은 관치 우려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관치 논란은 M&A를 통한 은행권 구조재편 문제와도 연결돼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KB금융의 경쟁업체이자 매각 대상으로 거명되는 매물 중 하나인 우리금융에 대한 시선 차이만으로 노조가 반발하는 게 아니라, 'MB맨 어윤대 후보이기에' 정부에 가장 유리한 KB+우리 시나리오에 집착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대형화의 추진 이유인 '시너지' 찾을 수 없는 구상?
금융위기를 한 고비 지나면서 메가뱅크론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금융위기와 함께 유력한 인수 주체인 KB금융 지주회장 낙마와 차기 회장 선출 문제로 인해 연기됐던 우리금융 및 외환은행 인수·합병(M&A) 문제 역시 같이 거론되면서, 이 두 가지 화두가 겹쳐 논의되기 시작한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는 이가 많다.
하지만 핵심이자 전제조건이 있다.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대목이다. 즉, 일본 메가뱅크가 아무리 부럽고 한국의 시중 은행들이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 해도, 효과가 없는 '합병을 위한 합병'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즉 '합병을 통한 대형화'를 왜 해야 하느냐에 대해서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합병은 여러 논란을 빚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관치' 혹은 '누군가의 복심'이라는 문제와도 연결될 수도 있는 민감한 부분이다.
KB금융의 주축을 이루는 KB국민은행에서 노조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과 지주 내외에서 유사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이같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어 후보가 'KB+우리 시나리오'에 지나치게 경도돼 있다고 우려한다. 어 후보는 실제로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와 우리를 합치는 경우 세계 50위권이 안 된다"는 주장과 함께,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데도 세계 50위권 이내 거대 은행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관점을 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대해 관치 우려를 언급하며 우려하는 쪽에는, 여러 추측 근거가 있겠지만, 'KB+우리' 시나리오가 정부 구상에 유리한 방식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기본적으로 뿌리를 두고 있다.
◆'KB금융 아닌 정부에 유리한 마인드' KB회장 등장 위험성?
정부는 KB금융 회장 내정 작업이 마무리되는 오는 25일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문제에는 정부가 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가능한 모든 매각 방법을 당국이 두리뭉실하게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다른 은행과의 합병', '전략적 투자자에 분할 매각', '지배지분 일괄 매각' 등 그동안 거론됐던 모든 방안을 이번 발표에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 안 등을 발표에 포함할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지주의 반발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의사가 깔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어 회장처럼 우리+KB 시나리오에 천착하는 매수 협상자가 부각되는 경우다.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의 분리 매각 추진 등을 구상하면서도, 좀처럼 공적자금 회수에 유리한 방식을 고집, 제시하지 못하는 데에는 그만한 돈을 선뜻 내놓고 매수에 나설 주체가 없다는 고심이 깔려 있다.
블록세일 방식으로 쪼개 팔기를 하거나 해서 경영권에 대한 프리미엄을 챙기지 못하는 것은 예금보험공사(그 뒤에는 정부)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어 회장처럼 우리+KB 시나리오에 천착하는 매수 협상자가 부각되는 경우다. 정부쪽으로서는 흥행 가능성 등 여러 장점을 누리게 된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추산하면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12조원에 달한다. 이때, 우리금융 지분 30%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사들이려면 5조원 정도가 든다고 추정되고 있다.
사실상 하나금융으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고, KB금융이 '작심'을 하고 지불하려 들지 않으면 어려운 규모다. 지난 연말 보고서에서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KB금융이 자사주와 신종자본증권 추가발행 등을 고려하면 동원 가능 자금은 10조원에 달한다고 예상했다. 이 연구원은 자회사인 국민은행을 통해 보유중인 연결기준 자사주 4332만여주가 취득원가나 시가로는 대략 2조4000억원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를 제외하더라도 KB금융의 자본력은 국내 금융지주회사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큰 자금력을 가진 매수 후보 측에서, 우리금융의 인수 필요성과 KB+우리의 합병 당위성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면, 정부 측으로서는 공적 자금 회수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끌고 나갈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쪼개 팔기 등 유리한 고지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
이런 상황은 국가 전반에 도움이 될 구상인지는 차치하고라도, KB금융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지주 회장에게는 필수적 덕목이 아니다.
KB금융은 은행업은 탄탄하나, 증권업 등 제반 금융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평가받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우리투자증권 분리 매각 등에 초점을 두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
이 상황에서 지주 회장 후보가 오히려 "우리+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발상을 공공연히 내놓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불안을 안기고 있고, 이것이 노조의 특정 후보 반대 성명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또 있다. 어 후보의 생각과 달리 우리와 KB의 합병은 시너지 효과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것.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이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의 합병은 시너지가 없다"고 밝힌 대표적 전문가다.
"합병을 통한 은행의 대형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는 합병을 통해 시너지가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순이자마진(NIM) 감소 때 빨리 회복할 수 있고, 업무 다양화와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로 진출하는 등 시너지를 창출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서 세계 60위권의 은행이 됐는데 지금도 그 자리"라며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치는 것도 시너지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점포와 인력이 중복되기 때문에 합병해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금융연구원장 "시너지 無"…불확실한 국익론 위해 구조조정 감수하라?
특히 노조 측에서 반대하는 원인 중 하나는 구조조정 가능성이다.
문제는 시너지 효과가 없는 합병 때문에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있다.
어 후보의 인터뷰 내용 등 메가뱅크 추진론의 일반을 보면 국익을 위해 금융기관 역시 세계적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국익론이 깔려 있다. 이 자체는 물론 문제가 없지만, 금융전문가(금융연구원장 등)들이 금융지주의 경우 은행간 합병 메리트가 적다고 보는 M&A를 굳이 추진하기 위해 중복 점포 정리,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예상되는 판단을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 성명서에서 "결국 어 후보의 발언은 메가뱅크라는 정부의 뜻을 그대로 따라 규모로만 세계 50위의 은행을 만들고, 막가파식 구조조정을 자행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등장한 것은 이런 우려와 정당성 결여 가능성을 표출한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 인선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터진 이번 노조 반발은 일종의 해프닝이라기 보다는, 어 후보를 둘러싸고 여러 번 부각되었던 'MB맨' 논란의 결정판으로 보는 게 오히려 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 후보의 인맥 중에 불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과의 교집합이 있어 부득이 오해를 사는 것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증폭시켰다는 것.
당국과의 일정한 교감에 의한 혹은 교감 이상의 역할을 알아서 내놓는 경지에 달해 있다는 사람이 바로 어 후보가 아니겠느냐는 우려가 지적됐고 그 고름이 결국 터진 게 이번 노조 반발인 셈이다. 더욱이 이는 과거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의 낙마와 황영기 전 회장 사퇴, 강정원 행장의 지주 회장 후보 자진 사퇴 등으로 이어져 온 논란들 못지 않게 이번 논란 또한 '당국 의중과 무관찮은 KB'라는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점에서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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