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9일 원/달러 환율이 전거래일 종가보다 15.3원 급등한 1248.7원에 장을 마친 가운데 10일에도 1257원 부근에서 거래 중이다.
이번 상승은 천안함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남유럽 경제 위기로 인한 달러 매수세가 유발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당국이 선물환 규제 등 외환 규제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부채질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실제로 선물환 규제에 나서는 데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나라는 1999년과 2001년에 1, 2단계 외환자유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외환시장 빗장을 완전히 풀었으며, 2008년 9월 NDF 매입초과 포지션 한도 규제에 나섰다 실패한 바 있다.
◆선물환 규제 추진…왜?
당국이 은행권의 외환거래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몇 가지 경로로 흘러나왔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27일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외환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면서 "외환 유출입을 규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9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자본유출입을 막고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목표는 선물환(장래의 일정기일 또는 일정기간 내에 일정액의 외국환을 일정한 환시세로 매매할 것을 미리 약속한 외국환) 규제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 선물환에 대한 비율 규제와 함께, 기업 선물환 역시 필요 이상분이 투기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함께 규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선물환 거래를 규제하려는 것은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통제하려는 고심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 폭을 관리해 외환시장의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즉 필요 이상의 선물환 거래를 막아 환율급변동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지난 번 리먼브라더스 사태 등 위기 시에 환율이 요동친 경험이 있을 뿐더러, 환율이 지나치게 오르거나 내리는 것 모두가 우리 경제엔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으로 달러 공급이 지나치게 늘어나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 수출에 빨간불이 켜지지만, 반대로 외환이 빨리 이탈해 버리는 것도 경제에 부담을 지운다.
최근까지도 원/달러 환율 하락을 걱정하는 처지였지만, 최근에는 천안함 사태로 인한 이탈심리, 남유럽 재정 위기로 인한 유럽 자금 이탈과 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 가능성 등으로 걱정의 방향이 바뀌었다.
방향만 바뀌었을 뿐 급격한 변동은 어느 쪽이든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주가가 불안한 흐름을 보였던 5월을 생각해 보자. 5월 들어 우리나라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약 2조6000억원을 순매도했는데, 1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투자자금 중 지난 4월말 기준 주식에 투자되고 있는 투자자금은 43조원이다. 이들 중 이동성향이 높은 이른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약 25% 내외인 10조8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상의 보고서는 밝혔다.
이 자금 흐름을 관리하지 못하면 주가 지수 등 금융 시장의 불안함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수 있다.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자들이 선물환 계약을 이용해 저금리국의 통화로차입을 한 후 이를 고수익 상품에 투자해 차익을 얻는 매매기법을 말한다. "캐리 트레이드는 대부분이 투기자본으로 해당 국가의 경제상황에 따라 단기간에 걸쳐 유입되거나 청산되고 있다"(10일 상의 보고서)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태생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더욱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미국 내 경기 상황 개선으로 인한 금리 인상)과 유럽쪽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이 대체재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2일 금융연구원 '2009년 이후 캐리 트레이드의 현황과 전망')은 남유럽 위기로 인해 장담하기 어렵다.
선물환 규제, 특히 그 중 은행 선물환 규제가 실제로 단행되면 단기외채 비중이 높은 환율 불안 요소도 제어가 어느 정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0년 3월말 현재 총외채는 4098억달러이며, 이 가운데 만기가 1년 이내인 단기외채의 비중은 37.7%였다. 과거보다는 낮아진 상황이지만, 아직 경제규모 대비 외환보유율 등이 높지 않다는 등 비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는 안심하기 이른 수치다.
◆선물환 규제, 단기 악재로 작용
하지만 이처럼 선물환 규제가 정부의 노림수로 유효하기는 하지만, 이 카드는 단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이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맞추기 위해 차입한 달러를 본국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선 있고, 한국 시장이 자본규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살 여지도 있다. 부산은행은 10일 보고서에서 "시장의 불안심리"로 현재 환율 흐름을 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식과 채권에 대한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과도한 선물환에 대한 규제만 검토되고 있는 점, 자본시장에 대한 전반적 규제를 시도하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 부각되는 경우에는 이같은 흐름은 잦아들 수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기존의 선물환 거래에 대해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예기간 인정 등이 발표되는 경우 시장에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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