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한항공(003490)의 주가 약세가 심상찮다.
지난 27일 항공화물 운임을 담합해 수조원대의 이득을 본 국내 항공사와 해외 유명 항공사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국제카르텔 사상 최고 액수의 과징금이 부과됐는데, 이 여파가 대한항공을 괴롭히고 있는 것.
대한항공 주가는 해외여행객 수 증가와 실적개선 기대감에 올 1월 중순 5만4600원에서 지난달 18일 7만7500원까지 치솟았다 내림세로 돌아서 월말과 이달초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1일 종가는 7만100원, 전일 대비 -2.64%)
6월로 달이 바뀐 가운데 주가 약세가 이어지면서, 자칫 1분기 실적 성적표에 대한 갈채가 이번 악재로 예상 외로 빨리 효과가 끝나 버린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화물부문 매출 급증 기대감 추락?
대한항공은 항공업의 특성상 채무 비중이 크고 지난 국제 경제위기와 신종 플루의 여파를 직접 입었기 때문에 한동안 침체의 고난을 겪었다.
한진해운과 함께 한진그룹의 대표적 간판 기업인 대한항공은 이같은 사정 때문에 한진그룹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는 상황에 일말의 책임을 느끼며 냉가슴을 앓기도 했다.
다행히 1분기에 '깜짝 실적'을 거두면서 예상 외로 빠른 회복을 보이며 신고가 경신 등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LIG투자증권이 지난 4월말 30일 대한항공 1분기 실적 개선 추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히는 등 긍정적 전망치가 나온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었다. LIG투자증권이 투자의견을 제시하지는 않았듯, 여러 제약과 선결 조건을 단 불안한 기대감이었던 셈이다.
대한항공 등 항공주가 고가 행진을 하려면 환율 문제, 유가 상황 등이 자체 영업 실적에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최근 원화 약세,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돼 향후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든 것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이번 과징금 문제가 화물 부문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눈길을 끈다.
LIG투자증권 최중혁 애널리스트는 당시 보고서에서 "4월 여객 수송객수(RPK)와 화물 수송거리(FTK)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0%, 20% 증가세"라며 "이에 따라 여객과 화물부문 매출도 20%, 8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특히 화물부문 매출 급증이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이같이 과징금을 부과받게 되면, 일회성 요인으로 과징금 부담을 지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운임 하향 조정 압박이 불가피해진다는 문제가 추가로 따라붙는다.
화물운임은 화주들이 장기 거래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수출입기업이어서 담합 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 소송, 또 이 소송을 징벌적 손해 배상제도가 있는 해외국가의 법정로 끌어 내는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은 여객 운임 담합의 경우보다 낮다고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액수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대한항공은 리니언시 제도를 통한 감면을 주목하면서 "실제 과징금 부과 액수는 절반인 221억9900만원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리니언시 전의 금액을 참고해 보자.) 그 주된 행위자가 대한항공이었다는 점(대한항공과의 합의 후 루프트한자가 인상 행동에 나서는 등 여러 문제에서 대한항공의 주도적 행동이 지적됐다는 점)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담합 행위를 고백하는 리니언시에 대한 배려 덕에 간신히 과징금 문제는 출혈량을 줄였지만, 향후 운임에 대한 공감대를 다시 설정하는 문제만큼은 비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환율 악재+화물운송 둔화=장기 영업이익률 악화' 상황 가나
그러므로, 대한항공의 화물 수송량 증가 여부가 기업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는 소재에서 애물단지로 골치를 썩일 가능성쪽으로 전이되는 현상황은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의 5월 여객 수송량은 증가한 반면 화물수송량 증가율은 둔화됐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번 과징금 부과와 그 여파로 인한 향후 운임 하향조정 영향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도 이미 하락세가 시작되었다면 이번 과징금 부과 문제의 여파가 겹쳐질 경우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도 있어 향후 이들의 시너지 효과에 눈길이 쏠린다.
유진투자증권 주익찬 애널리스트는 5월 31일 "5월 대한항공의 인천공항 국제여객 수송량은 전년동기대비 28.6% 증가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대한항공의 인천공항 화물 수송량은 12.7%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돼 4월(22.8%)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됐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증권 역시 보고서를 통해 "특히 대한항공이 원화 약세와 유가 상승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 바 있다. 노무라증권은 "펀더멘털 회복세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같은 악재는 장기적인 영업이익률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악재가 겹치진다면 그 효과의 그래프 기울기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악재가 일시적인 찬물일지, 혹은 연쇄적 파급효과와 함께 다른 요인들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여름감기'를 본격적으로 유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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