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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생명 재도약 꿈 '금호디스카운트'에 발목

그룹시절 사금고 전력 또 도마…금호효과 회사가치 손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5.26 10:52:32

   
   
[프라임경제] 금호생명이 금호그룹을 떠나 산업은행 계열로 넘어간 뒤에도 금호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재도약 시도 좌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호생명은 근래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호브랜드로 인한 디스카운트 효과'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의욕적 해소 방침을 언급했다. '오는 6월 kdb생명으로 사명 변경, 산업은행 계열로 자리매김'이 그것이다.

최익종 사장은 간담회에서 2013년 상장과 중기 계획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책임경영체계',  서울 및 수도권 점포 전략적 재배치, 산업은행 및 대우증권 등과 연계한 VIP 고객전용 복합점포 확대 등이 추진될 것으로 언급됐다.

하지만 금호생명이 이렇게 경영계획을 내놓고 미래에 강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보험업계 내외의 시선은 아직 반신반의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금호그룹 시절의 상처를 다시금 헤집으면서, '금호 디스카운트' 극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

금감원은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초과 문제로 금호생명에 4억5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금호생명은 2008년 일반계정에서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인 금호종금의 발행어음 280억 원을 취득해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28억원 초과했다. 이후 2008년10월7일부터 지난해 6월30일까지 대주주 등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일반계정에서 최대 311억 원, 최소 11억원 초과한 사실이 적발됐다.

현재 보험업법은 보험회사가 일반계정 자산을 운용하는데 있어 대주주 및 자회사에 대한 신용공여는 자기자본의 40% 또는 총자산의 2%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기관징계 아꼈다가 "바늘도둑이 소도둑으로"

금감원은 지난 2000년 9월에도 금호생명의 금호종금 부당 자금지원을 밝혀낸 적이 있었지만, 당시 기관조치를 하지 않고 임원 문책 조치만 했다.

금감원은 1998년 금호생명이 금호종금 유상증자에 참여,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자금 지원을 했다는 점을 밝혀냈다. 금호생명은 금호종금의 유상증자 공모가(5000원)가 시가(당시 2800원)보다 높아 손실이 예상됨에도 증자에 참여, 당시 2억여원의 평가손을 냈다.

2000년 2월에는 후순위차입금(300억원)을 정기예금한 뒤 이를 후순위차입기업의 대출담보로 제공하는 등 편법으로 자본증자를 단행한 사실도 같이 지적됐다.

하지만 당시 금감원은 지적 사항이 경미하다며 기관조치는 하지 않고 전현직 임원 문책조치만 했다.

◆여전히 부당지원…첫 부당지원 과징금 케이스 오명

이때 대주주와 계열사에 대한 '사금고' 노릇을 청산하지 못한 악연으로, 금호생명은 부당지원에 빈번히 이름을 올렸다.

2004년 7월에는 당시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첫 과징금을 부과받는 케이스로 이름을 올렸다.

금호생명은 지난 2002년 7월 말부터 2003년 12월31일까지 17개월 동안 국내 창투사를 통해 금호산업 금호석유화학·아시아나항공·금호개발·아시아나CC 등 5개의 자사 대주주 및 계열사에 7035억원을 지원했다가 금감위에 적발됐다. 이로써 금호생명의 계열기업 및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한도 초과액은 2003년 9월 말 기준으로 콜론(급전대출) 및 기업어음 매입 4002억원, 자산담보부대출(ABL) 3033억원 등 총 7035억원에 달했다.

금감위는 금호생명의 신용공여한도 초과액 가운데 일반계정에 속한 2120억원에 대해 과징금 17억6200만원을 부과했고, 당시 박병욱 대표이사에 문책경고를 해 연임을 좌절시켰다.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과징금 제도 도입 후 첫 사례였다.

창투사를 동원, 콜론을 제공한 뒤 기업어음을 매입하도록 한 계열사 부당지원 건은 형사 문제로도 비화돼 기소, 1심(2005년 11월)에서 벌금형이 부과되기도 했다. 

◆사금고 노릇하느라 부실화, 주인 바뀐 후에도 악영향 여파 우려

이런 사금고 역할을 계속하느라 금호생명은 부실 상태가 경영을 위협할 정도라는 비판을 받았다.

보험소비자연맹은 2009년 7월 삼성생명을 1위로 하는 '좋은보험회사 순위'를 내놨는데 이 평가에서 금호생명은 지급여력 업계 최하위라는 이유 등으로 최하위로 평가받았다.

당시 보소연은 "거의 전부문 평가에서 매우 부진해 소비자의 회사 선택에 신중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나타났다"며 우려를 표명했고 '경영개선요구' 등에 인색한 감독당국을 질타했다.

이와는 달리 금호생명의 희생으로 지원을 받은 업체들은 대부분 순탄치는 않지만 회생 준비의 길을 걷고 있다.

금호종금은 우리PE에 매각됐으나, 최근 가치가 높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재매각설이 나돌았다. 금호종금의 자산은 8265억원(2007년 3월)대에서 1조원을 넘는 수준(2009년 9월 현재 1조7752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자본금도 동기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이 복귀했고 채권단은 금호석화와 MOU 체결을 마쳤다. 또 아시아나항공도 조만간 협약 체결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중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에 대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 작업을 모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전반적으로 금호그룹이 회생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금호생명은 여전히 금호 품을 떠난 후에도 '금호 디스카운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금호생명은 현재 우리사주 등의 손실이 불가피한 감자를 결정했다. 누적결손금 해소를 위해 3.17대1 감자를 결정한 것이다(7월 12일 기준). 이런 상황에서 이같은 금호 관련 문제의 재부각 국면과 과징금 등 실질적 손해 발생, 무형의 이미지 손해 등은 직원 사기 등을 극히 떨어뜨릴 요인일 뿐만 아니라 인수를 단행한 산업은행 계열에도 달갑잖은 현상일 수 밖에 없다다.

결국 금호 시절이 금호생명에 남긴 상처는 현재 5000억원에 달하는 누적결손만이 아니라, 이번 금감원 징계에서 보듯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각종 과징금 우려 등 유무형 손해라는 점이 명백해졌다. 이는 금호생명의 '금호 디스카운트' 극복이 예상 외로 상당 기간 장기전이 될 가능성을 방증하는 것으로, 2013년 재도약이라는 '최익종 금호생명호'의 구상은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LG카드 정상화 등 각종 국면에서 역량을 발휘해 온 최 사장도 고전할 경우, 금호생명은 장기 침체의 늪에 잔류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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