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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는 24일 케이먼에 앱솔루트 리턴 인베스트먼트 스트레티지를 계열 회사로 설립한다고 밝혔다. 조세피난지인 케이먼 군도에 설립되는 이 회사는 헤지펀드 운용을 목적으로 하고,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이 전액 투자해 설립된다.
우리투자증권과 헤지펀드는 인연이 깊다. 이미 2007년 케이먼에 WI 펀드 1 설립을 추진하고, 2008년에는 역외 헤지펀드인 앱솔루트 아시아 멀티 스트레티지 펀드를 설립, 운용한 뒤 2009년 연말 청산했다. 이후 헤지펀드 운용 전략을 다변화했다.
직접 운용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직접운용, 펀드설립, 펀드 오브 헤지펀드 등으로 다양화 전략을 구사했다(예를 들어, 24일 우리금융지주의 손자회사 등록이 발표된 인베스트먼트 스트레티지의 경우 펀드 오브 헤지펀드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에 설립한 헤지펀드 운용사 '우리 앱솔루트 파트너스'를 위시해, 위험을 분산하고 단순 운용 이외의 헤지펀드 관련 노하우를 다각도로 축적하는 데 나선 것이다.
◆다른 경쟁사보다 앞섰으나 규제 암초
그간 한국 내에서 헤지펀드를 설립할 수 없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 지역에서 헤지펀드를 세워 왔다. 지난 연말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돼 한국에도 헤지펀드 설립이 가능해졌지만,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한도를 300%로 제한하고, 이 마저도 운용자산의 50% 이상을 구조조정대상기업에 투자하는 제약이 있어 실상 설립 불가라는 평이다.
이에 따라 우리 금융기관들은 외국에서 헤지펀드 노하우와 영업력를 쌓느라 분주한 것. 경쟁그룹에 비해서는 우리투자증권이 상대적으로 활발한 투자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헤지펀드 합작 파트너인 미국 아틀라스캐피털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헤지펀드(K-Atlas)를 운용하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은 HFG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HFG Korea 1호'를 운용해 경험을 쌓은 뒤 수익률 부진 문제로 청산했다.
막상 우리투자증권이 투자하는 헤지펀드 앞을 어둡게 하는 것은 이같은 경쟁 문제가 아니라 규제 가능성 등의 장애물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발 규제 바람이 어떻게 결론날 것인가다.
금융연구원 서병호 연구위원은 지난 달 20일 '볼커룰의 주요 내용과 국내 파급 효과' 보고서에서 "미국 행정부와 민주당이 볼커룰 도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에 어떤 형태로든 도입될 것"으로 전제하고 커룰의 여러 형태 가운데 일명 '도드안'이 시행되면 국내 금융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했다. 도드안은 금융회사가 인수·합병으로 시장점유율 1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기존의 볼커룰에 은행지주회사내 모든 계열사의 트레이딩 계정거래와 헤지·사모펀드 거래를 금지하는 안이다.
◆내부 사고, 프랑스 금융권 조세피난지 거래 자제 등 영향도 우려
최근 우리투자증권이 싱가포르에 설립한 헤지펀드 운용사 '우리 앱솔루트 파트너스'의 펀드매니저가 부당거래 혐의로 미국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으로 오른 것도 규제 강화를 불러들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헤지펀드 운용회사인 우리앱솔루트 파트너스는 소속 법인장이 지난해 8월부터 금년까지 개인계좌를 이용해 약 30만달러(약 3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미국 CFTC(원자재 선물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내부 통제 과정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고, 금융감독원 등 감독당국의 주시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금감원은 이미 2001년부터 외국환거래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역외금융회사를 금융회사의 자회사나 회외점포로서 감독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고로 관리 문제가 한층 더 부각된 것.
여기에 그렇잖아도 헤지펀드, 조세피난지 이용 등의 규제를 강조하는 국제 금융 분위기가 작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금융기관들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조세피난지 중 회색 국가들에서의 영업 활동 자제를 결의한 바 있는데, 이 규제안으로 OECD 규제국가 외에도 프랑스 자체 지정 회색국가 명단이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이같은 국제 금융 기류에 무관심할 수 없을 뿐더러, 정부 공적자금을 받고 있는 회사 특성상(우리금융지주에 예금보험공사가 출자를 하고 있으며, 우리금융지주는 다시 우리투자증권 보통주의 30%를 갖고 있다)조세피난지 이용에 향후 다른 경쟁업체들보다 압박을 느낄 개연성이 높은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가 매각(민영화 과정)에서 볼커룰 등의 도입으로 매각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 근래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메가 뱅크론이 급격히 위축되는 가능성 외에도, 각종 문제와 맞물려 자회사인 우리투자증권의 헤지펀드 운용에도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오랜 시간을 통해 헤지펀드 운용 능력을 쌓아온 우리금융지주·우리투자증권이지만 꽃을 피우기에는 시기가 좋지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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