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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회갑 그린손보 '현명한 성장'은 몽상?

자산운용 실력 예전같지않고 RBC 대처 소극적 미래 불투명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5.14 10:14:43

   
   
[프라임경제] 지난 2월로 창립 63주년을 맞이한 그린손해보험의 살림 내역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13일 공시에 따르면, 그린손보는 지난해(2009년4월 ~ 2010년3월) 76억여원의 손실을 냈다.

이 공시 직후 그린손보는 CEO 편지라는 방식을 빌려 적극 해명에 나섰다. "실은 적자가 아니고 흑자다"라는 골자다. 그린손보 이영두 회장은 은 이 레터에서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은 투자이익(실현이익)과 포괄손익증감(유가증권 보유에 따른 평가익)로 구분되는데 현재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투자이익만 기재할 수 있어 적자로 기록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즉, 평가익 215억원이 사실상 이익에 해당하므로, 이를 감안한 흑자 규모는 139억원이라는 것이다.

◆공격적 자산운용 능력, 옛말?'위기의 회갑' 그린손보, 살림살이에 우려  자산운용 실력 예전같지 않고 RBC 대처 소극 대응해 향후우려

주식투자 등 자산운용에 강점이 있다는 게 그린손보의 트레이드 마크인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다른 보험사들의 경우 그룹의 이해관계로 주식 처분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린손보는 이런 제약에서도 자유롭기도 하다는 또다른 강점도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이같은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 '이영두 레터'만으로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손실 공시 익일인 14일 아침장에서 그린손보는 2%대 하락세로 다른 손보업체들보다 큰 낙폭을 보였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그리고 이런 시장의 반응은 정확한 것인가?

그린손보의 자산운용자산 이익율은 5.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시기 손보사 평균 이익률 5.2%보다 딱히 우수한 수준으로 보기 어렵고, 7%를 상회하는 롯데손해보험 등에 비하면 떨어지는 수치다. 

   
  <표=손해보험사 자산운용 수익율 등 금융감독원 자료(2009년)>    

이처럼 불안감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이익을 감안하면 적자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만으로는 대형 적자라는 객관적 지표에 기반한 시장 불안감을 상쇄하기 충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정은 근래에 처음 발견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감원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그린손보의 자산운용(주식투자 등) 강점은 이미 2008년 3/4분기 말 무렵 현저히 꺾인 것으로 보인다. 그린손보 자산운용 수익률은 2007년도 1~3분기 25.3%로 보험업계 최고 수준을 나타냈으나, 이 시기에 -2.8%로 급락했다. 주식투자 수익율이 -60%대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글로벌 금융 위기 사정을 감안해도 메리츠화재(3.4%), 제일화재(3.9%)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을 보인 것이다.

그러므로 금융위기가 진정된 이후에도 지난 번 꺾인 상황에서 좀처럼 다시 수위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는 사정에 시장이 불안해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식 치중 청개구리 포트폴리오 전환도 문제

물론 일부 손실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이익을 내고 있으며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기조인 그린손보 CEO 편지의 공격적인 자신감에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적극적 자세에 비해 대응 방식이 꼭 전체적인 보험계 제도 개편 상황에 걸맞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과제다.

위험기준자기자본(RBC) 제도가 시행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국공채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면, 이 사실상 이익이 더 커졌을 수도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도 낳고 있는 것.

삼성화재가 전체 운용자산 중 주식을 13.5%, 국공채 12.0%, LIG손보가 19.2%, 국공채 26.2%, 흥국화재가  5.8%, 9.9%, 한화손보 2.3%, 3.7% 등 구성비를 가진(2009년말 기준) 데 비해 동기 기준 그린손보는 41.0%, 0.7%의 비율을 보였다.

다른 손보사들은 지난해부터 RBC 제도가 시행되면서 상대적으로 만기가 긴 국공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RBC 하에서는 자산과 부채의 만기가 일치할수록 위험액이 낮아진다. 따라서 장기보험 비중이 나날이 늘어 전체 보유보험료 중에 60%가 넘는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장기자산을 늘렸는데 그린손보는 공격성을 강조하며 이같은 흐름을 타는 데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근래에 금리 저공비행으로 보험사과 일부 증권사들이 기존에 사놓은 채권의 평가이익을 얻은 점을 감안하면, 그린손보의 정책은 이익폭을 스스로 줄였다고도 볼 수 있다.

향후에 RBC 제도 하의 위험액 관리 방침에 부응하고자 주식 위주에서 채권 투자로 전환하더라도, 1분기 경제의 호성적(경제성장률 7.8%,전년동기 비)으로 금리 상승 가능성이 내재된 만큼 채권 갈아타기가 쉽지 않게 되어 그린손보로서는 또 한 차례 부담을 안을 전망이다.

◆RG보험 관리 사실상 실패, 심사능력 등도 보완해야

특히 그린손보의 이번 거액 손실 발생의 주요 원인이 된(공시에도 언급된) RG보험 손실 부분은 그린손보의 위험 관리 능력 전반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2008년 가을 선박 건조 보험금을 둘러싼 RG보험(선수금이행보증보험: 조선사가 약정일까지 선박을 제대로 건조, 인도하지 못할 경우 그 피해액을 대신 납부해 줌) 위기가 부상했을 때, 그린손보에 대해서는 RG보험에 따른 자금 압박 가능성이 비교적 낮다는 평가가 존재했다. 이는 당시 일부 손보사들이 신용도가 낮은 재보험사와 거래했지만 그린손보는 재보험 위험 관리를 철저히 해 디폴트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는 설명이 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린손보 역시 RG보험 여파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시일이 흐른 뒤 드러난 셈이다.

아울러 이 회장이 13일 편지에서 스스로 언급했듯, 그린손보의 인수심사 능력이 미흡하고, 영업조직의 경쟁력이 약하며,국내 보험사 중에 가장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는 점 등은 향후에도 적자를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악재들로 평가된다.

이러한 불안 요인들을 안고 있는 그린손보가 과연 현명한 성장(smart growth)을 해나가 과거 다크호스로 평가받던 전성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그 시기와 방법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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