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부자 아버지를 둔 것도, 그룹 계열사의 상장도 황태자에겐 마냥 좋은 일은 아니다?
삼성생명이 12일 성공적으로 상장을 마쳤다. 첫날 시초가보다 하락하기는 했지만 "외국인 매도세는 일시적일 것"(신영증권)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높다.
13일에는 상승세로 출발, 호된 신고식을 딛고 시가총액 4위 종목으로서 활약 가능성을 가늠하고 있다.
더욱이 삼성생명 상장으로 대주주인 삼성생명 이건희 회장은 9조원대에 가까운 한국 제일의 '주식 거부'가 됐고, 신세계 등 범삼성 일가도 실탄 확보 특수를 누렸다. 삼성차 부채 문제의 주요 실마리를 잡은 것도 이 회장을 둘러싼 마지막 법적 불안정 숙제를 풀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번 상장과 공모가가 고평가된 게 아니냐는 일부 우려를 불식시키는 중인 순조로운 가격 형성은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사장으로 이어지는 상속 문제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됐기 때문. 이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 대주주 등 이미 자산가 그룹에 들어가 있지만, 삼성생명이 상장거래되게 되면서 상속을 위한 지출이 그만큼 느는 부담을 안게 됐다.
◆삼성생명 상장 결과 에버랜드 주가 1만원대->6만5000원 '껑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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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삼성생명의 성공적인 상장이 삼성에버랜드 주식평가액 급상승을 가져오는 등 반사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이같은 문제들이 순환출자 구조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포스트 이건희 체제가 장자 이재용 중심 상속으로 굳어질 경우 관련 법들이 대거 개정되길 바라거나 큰 경제적 부담지출이 필요할 전망이다.> |
이 순환출자구조에 변화를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총 20조원의 자금이 소요된다는 분석(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지난 2월 국회 공청회 증언처럼 이렇게 큰 부담이 필요치 않다는 반론도 있기는 함)처럼 삼성그룹으로서는 선뜻 손대기 어렵다.
문제는,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삼성카드는 금융산업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오는 2014년 4월까지 소유하고 있는 25.6%의 삼성에버랜드 지분 중 20.4%를 매각해야 한다.
삼성에버랜드가 보유 중인 삼성생명의 지분 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워 매각이 힘들었지만 삼성생명 상장으로 이 같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전망이다. 문제는,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면 에버랜드를 통한 그룹 지배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이를 '우호적 지분'으로 판단할 수 있는 곳으로 팔아야 하는데 이 부담이 커지는 것이 기정사실이 됐다는 게 문제다.
1996년을 기준으로 보면, 삼성에버랜드 법인주주들의 재무제표 상 기재액은 중앙일보 4878원, 제일모직 5000원, 한솔제지 5000원, 삼성문화재단 9283원, 삼성물산 1만4825원, 한솔화학 8만9150원, 한솔건설 8만9290원으로, 최고액과 최저액 사이에 약 48:1 수준의 왜곡이 있다. 이는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특히 비상장업체인 삼성에버랜드가 또 비상장회사인 삼성생명의 주식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중첩된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나온 IBK투자증권의 삼성에버랜드 관련 보고서는 삼성생명의 주가 가치가 명확해짐으로써 삼성에버랜드 주식가격이 반사적으로 어디까지 오를 수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삼성생명 상장이 삼성에버랜드에 가져다 주는 변화로, 1조6800억원으로 평가하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을 공모가격인 주당 11만원으로만 계산해도 장부가치의 2.5 배가 넘는 약 4조원 이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로써, 3조9000원이었던 삼성에버랜드의 총자산이 삼성생명 상장으로 단숨에 6조5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이야기다.
보고서는 각종 내용을 종합 "에버랜드의 기업가치를 고려해 목표주가 6만5000원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매각 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적정 주가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봐 결국 형량이 낮은 배임죄를 적용한 일(2005년)이나 항소심 재판부가 삼성에버랜드 주가는 최소 1만4825원(2007년)이라고 추산한 것을 보면, 물가인상률을 감안해도 상당히 뛴 금액이다.
그룹 지배구조 약화 부작용을 가져오지 않을 우호적인 인수처를 찾아 매각하는(삼성 일가가 직접 사들이거나, 계열사 등이 나서는 등) 방안을 찾으려 해도 결국 부담이 급증하게 되는 셈이다. 삼성카드가 이같은 가치 변화 추산치보다 현저히 낮은 거래가를 고집, 매각처리하게 되면 주주대표소송 등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삼성 계열사 중에는 제일모직처럼 아직 지난 번 전환사채 건으로 주주대표소송에 시달리고 있는 곳도 있다).
◆향후 상속 추진에도 부담
이 회장이 칠순을 바라보는 고령인 점을 감안, 조만간 다가올 '포스트 이건희 체제' 이행(상속 문제)도 고려해 보면, 이 부사장이 향후 질 상속(혹은 증여) 부담도 만만찮다.
위에서 본 순환출자 구조상 이 부사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나, 주요 고리인 삼성생명 역시 추후에는 성공적으로 인계받아야 한다.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20.76%로 이 부사장이 앞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최소한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19.34%)보다도 더 많은 지분을 가져야 한다. 사실상 이 회장 보유분을 대부분 인계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세금 문제가 만만찮다.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을 현금으로 게산하면 공모가 기준으로만 봐도 4조원을 넘으며, 주가의 13만원대 상승을 예견(목표가)하는 보고서도 나온 바 있어(현대증권) 가액은 점점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선 고액 상속의 경우 높은 세율(30억 이상 상속시 50%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포스트 이건희' 체제 이후 안정적 경영권 확보를 위해서는 세금만 2조원 가량 필요하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포브스' 세계 갑부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랭크된 이 부사장으로서도 이는 버거운 부담이다.
그렇다고 이 회장이 생전에 문화재단 등으로 지분을 넘겨 나중에 이를 이 부사장이 인수하도록 시간을 벌어주기에도 여건이 만만찮다. 삼성생명의 대주주인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사이에 순위 역전이 일어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상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생생명 지분의 가치가 에버랜드 자산총액의 50%를 넘으면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위의 IBK증권 보고서처럼 삼성생명이 상장되면서 6조5000억원대의 에버랜드 총가치 중 삼성생명 지분 4조원대가 이미 반을 넘는다고 추산할 수 있다. 금융지주회사 규정을 적용받게 되는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통해 다시 삼성전자(비금융)를 지배하면 안 되는 현행법 규정상,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식 매각이 이뤄져야 해 순환고리가 깨진다.
따라서 이 회장은 쉽게 삼성생명 지분 중 의미있는 비율을 움직이기 쉽지 않다.
◆관련 법률들 바뀌면 숨통
그러므로, '이재용 경영권 승계'는 그의 부실한 경영 능력(e-삼성 실패 등)과 이로 인한 남매간 견제 외에도 현실적으로 난제가 적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삼성생명 상장을 잘 매듭지어 삼성차 부채라는 난제를 거의 풀었지만 이 부사장이 삼성그룹을 쉽게 물려받기 위해서는 순환출자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라는 다른 과제가 급해지는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이 12일 정치권에 촉구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조기 처리 문제(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규제 완화)에서 삼성그룹 이상 절박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
아울러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처리도 삼성엔 큰 도움(특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개정안 제20조 제1항은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을 자회사로 거느릴 수 있도록 개정'해 허용하고 또 그 2항에서 이 경우 금산법 제 24조와 공정거래법 제 11조의 적용을 배제하는 등의 예외를 열어 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을 그룹 중 금융영역을 지배하는 지주로 돌리면서 산업자본 자회사로서 삼성전자를 거느리도록 해도 되는 등 사고의 유연성을 더할 수 있다. 삼성카드가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팔아야 하는 문제 등도 마찬가지다.
결국 삼성생명의 순조로운 상장으로 더 큰 부자가 되고 있는 이 회장과 달리, 그 아들인 이 부사장이 풀어야 할 그 부를 물려받는 방정식은 점차 고차원이 되어가고 있으며, 결국 삼성그룹이 각종 금산분리에 관한 법률들의 개정에 목맬 수 밖에 없다고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삼성생명의 상장은 그룹과 범삼성일가에 큰 경제적 이득을 가져야 주었지만, 황태자 격인 이 부사장에게는 2014년까지 관련 법률들(더 나아가서는 우리 나라 기업 구조에 대한 국민적 합의)이 대수술을 마칠 수 있도록 기원해야 하는 부담을 안겼다는 점은 큰 돈이 걸린 경우 '부자지간'에도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는 식으로 해석돼 흥미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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