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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하는 현대기아차그룹 '부르몽의 악몽'?

기아차노조 해외혼류생산 제한 요구에 그룹전체 동맥경화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5.07 10:40:11

[프라임경제] 지난해 도요타 리콜 사태로 반사이익을 누리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현대기아차그룹이 결국 노조 때문에 역주행을 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치적 파업 논란이 있는 총파업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던 현대차노조가 결국 5월 들어서는 타임오프 가이드라인에 대한 반발로 강경 투쟁 기류로 돌아선 데다, 기아차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경영권 침해를 시도하는 등 현대기아차그룹 전반이 노조 활동으로 곤란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 진출에 가속도를 내야 할 상황에 한국 내부의 노동 사정으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유럽-미주 시장 뚫을 주요방법은 '혼류생산'

현대기아차그룹은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차 시장이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세계 경영을 고민해야 하는 국면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 역시 불경기로 인한 시장 침체로 공략이 어렵다. 품질 관리 외에도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그룹이 적극 모색하는 것이 바로 혼류 생산(공장간 교체 생산)이다.

   
  <사진=혼류 생산 기지로 활용 중인 현대차 체코 공장>  

현대기아차그룹은 실제로 지난 1월부터 현대 ix35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혼류 생산하고 있다.

이같은 혼류 생산으로 증권업계는 현대기아차그룹이 관세와 비용에서 각각 10%, 5% 가량 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유발하는 출구인 셈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 체코 공장에서 기아의 유럽전략형 모델인 벤가 생산을 추진하고, 향후 미국 공장에서도 교차 생산(혼류 생산)을 검토하는 등(빠르면 하반기 시작) 앞으로 이런 기류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기아차노조 혼류생산 다리 걸기에 그룹 전반 흔들?

하지만 기아차 노조가 최근 내건 임단협 조건이 알려지면서, 이같은 현대기아차그룹 전략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는 '국내외 생산비율제 도입'과 함께, '해외공장 현대차-기아차 상호 혼류 생산 금지'를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웠다. 노조는 또 엔진 및 변속기 등에 대해 해외공장 및 관계사와 물량교류가 필요할 경우 노사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기아차 노조로서는 현재와 같은 수준에서 해외 생산 비중을 묶어두고자 추진할 실익이 크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분이 절반에 가까우나 기아는 해외 비중이 25.7%에 머물러(2009년 기준) 해외 공장에 대한 견제 의식을 가질 수 있다. 향후에 해외 진출이 강화되면 줄어들 파이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이를 현재 상태로 동결할 필요가 높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임단협 조건들이 모두 관철되면,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차 해외 공장과 기아차 공장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고립된 구조들로 운영해야 하고, 해외 생산 비율에 대해 노조 눈치를 봐야 하는 등으로 현재 구상하는 탄력적 경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기아차 노조의 요구는 탄력적 경영이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으로 되어 가고 있는 현재의 세계 경영 상황을 완전히 도외시하는 주장인 셈이다. 과거 개발도상국면에서는 몰라도 기아차 정도 되는 규모의 초국적 기업군에서 노조가 들고 나오기에는 시대착오적이라는 이야기다.

또 이같은 요구는 '경영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만약 경영상 위기가 오는 등의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가 해외 공장이나 계열사 등이 함께 사는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본사 노조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기주의로 흘러갈 수있다는 이야기다.

   
  <사진=기아차 노조는 해외 생산을 늘리는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기아간 혼류 생산에 대한 노조 동의를 요구하면서, 기아차 뿐만 아니라 현대기아차 전반의 해외 생산 차질을 가져올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사진은 현대기아차 해외 생산 공장의 생산라인>  
무엇보다도, 기아차 노조가 기아차 경영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경영 전략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거 현대차 강성 노조로 시달려 온 현대기아차그룹으로서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강성 노조 활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르몽 공장 악몽 반복되나?

이렇게 기아차 노조가 현대기아차 전반의 혼류 생산을 옥죄고 나서면서, 1980년대의 부르몽 악몽이 현대차그룹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룹은 과거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캐나다 부르몽에 현지생산공장을 생산한 바 있다.

1989년 설립된 이 공장은 연산 10만대 규모로, 2400cc급 쏘나타 1세대 모델(Y2)을 생산했지만 북미지역 소비자들의 냉담한 반응에 직면했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쏘나타 1세대 모델의 자체 경쟁력 부족에 있지만, 이 상황에서 생산 모델을 변경하는 등으로 탄력적 경영을 하면서 몇 년간 버텼다면 이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본격적으로 활성화된 북미 단일 시장을 장악하는 교두보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결국 '한 개 공장=한정된 생산 모델'이라는 경직된 방식의 한계와 혼류 생산으로 대변되는 탄력적 경영의 차이가 크다는 것.

과거에는 일종의 해프닝으로 여겨졌던 부르몽의 악몽은 오늘날 오히려 시사하는 바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현재의 현대기아차그룹처럼 여러 곳에 공장을 늘리면서 생산력을 강화하는 경우, 판매량이 급감하는 등 경제조건에 부담이 생기면 생산 과다라는 동맥 경화를 거둘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혼류 생산 등 탄력성이 더 필요한데, 기아차 노조가 이를 막고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이번 기아차 노조의 해외 혼류 생산 제한 요구는 현대기아차그룹 전반의 경영 악화 가능성을 조성할 수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기아차의 임단협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성장세가 결국 반영구적으로 꺾을 수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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