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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노조 요구,선진국 노사 모델서도 벗어나

獨 노동자경영참여제 등과도 동떨어진 임단협 요구조건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5.06 12:47:21

[프라임경제] 기아자동차 노조가 이번 임금단체협상 국면에서 각종 논란을 낳는 요구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이번 임단협 문제가 유급전임자 무급제나 타임오프제 시행 등 7월 시행이 예정된 노사관계법 내용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외에도 ‘경영에 간섭하는 무소불위 귀족 노조’라는 논란까지 빚으면서, 왜곡된 노동운동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탄력적 경영’ 나몰라라 하는 ‘철밥통 정신’?

기아차 노조는 이번 임단협에서 ‘국내외 생산비율제 도입’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차 노조는 또 엔진 및 변속기 등에 대해 해외공장 및 관계사와 물량교류가 필요할 경우 노사 협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내외 생산비율제란 국내 9개 공장과 해외 4개 공장으로 갈라져 있는 상황에서, 해외 생산을 묶어 두는 제도다. 노조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 국내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으며,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 국내외 생산비율을 제한하는 것이다.

기아차는 같은 그룹사 소속인 현대차에 비해서 해외 생산 비중이 낮다. 현대차는 해외 생산분이 절반에 가까우나 기아는 해외 비중이 25.7%에 머물고 있다(2009년 기준). 이같은 사정은 현대차처럼 해외 생산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을 예견하게 해 노조 등에서 해외 공장에 대한 견제 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미연에 이같은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빚기에 충분하다는 풀이다.

즉, 향후에 해외 진출이 강화되면 줄어들 파이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생산비율제라는 억제책에 노조게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같은 우려로 지나친 경영권 제약을 노조가 시도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더욱이 이번 임단협 요구 사항 중에는 물량교류에 대한 노사 합의(엔진, 변속기, 소재 등을 해외 공장 및 관계사와 교류할 필요가 있을 때 노사합의) 주장이나, 신차종·신기술·자동화 도입에도 노조가 입김을 불어넣으려는 시도 등이 눈에 띄어 더 우려가 높다.

◆노동자 경영참여 인정하는 국가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다?

이같은 요구는 ‘경영권 침해’일 뿐만 아니라 필요시 해외 공장이나 협력사와 물량교류 등을 시도할 가능성을 사실상 극히 어렵게 봉쇄하는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경영상 위기가 오는 등의 상황에서 기아차 노조가 해외 공장이나 계열사 등이 함께 사는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본사 노조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이기주의로 흘러갈 수있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초국적 기업으로 이미 성장한 현대차그룹에 속한 계열사 노조로서는 적절치 않은 지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대기업의 임금과 복리 후생을 누리면서 요구 조건은 세계화 진행 전의 내수 기업 노동운동가들이 건 요구조건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독일의 노동자 경영참여제도나 북유럽 국가들의 노동운동 상황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기아차 노조가 주장하는 이같은 내용들은 도에 지나치다는 반론 역시 존재한다.

예를 들어, 노사공동결정제도(노동자 경영참여제도)를 가장 먼저 도입한 독일에서도 지난 2004년의 논란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기업 의사결정 참여도가 흔들렸다.

2004년 독일산업연맹과 독일고용주협회에서 제도 개혁 요구가 나온 이후, 2006년에는 앙겔라 메르켈 내각이 노조의 경영 참여를 축소하는 등 노동개혁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 노조에 투자,휴업 및 생산거점 이동,단축노동, 공장 이전, 징계 등 경영권과 관련해서는  노조의 의견을 청취하되, 반드시 동의를 구할 필요는 없다. 일례로  지멘스가 2004년 헝가리 지역으로 공장 이전을 결정했을 때도 노조의 동의 없이 이전안이 추진되었다.

스웨덴의 공동결정법 등 북유럽 제도들도 경영 결정 사항과 관련해선 사용자는 노조에 협의를 하도록 명시하고 있어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노조 동의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결국 이번 기아차 노조의 요구조건들은 경영권 침해 논란을 낳을 소지가 있을 뿐더러, 노동자 경영참여제도 등이 시행되는 선진국 사례에 대입해 봐도 무리한 경영권 침해 시도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임단협은 기아차와 기아차 노조의 역학 관계나 기아차 노조가 다시 강성 노조 타이틀을 단 단체로 본격적인 회귀를 하는가라는 문제 외에도,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노사관계 모델이 형성되는지를 결정하는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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