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생명 상장이 증시에 연일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삼성증권에 청약 자금이 몰리면서 증거금 중 일부만 남아도 증시에 활황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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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 부동자금, 지난 정권 출범 당시보다 2倍
2일 우리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수시입출금식 예금·6개월 미만 정기예금·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떠도는 이른바 단기 부동자금은 현재 600조원대에 이르고 있다. 2002년 정권 교체 무렵에 300조원대를 유지하였음을 감안하면 그간 배로 는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단기 부동자금이 갈 곳이 마땅찮다는 데 있다.
지난 연말까지는 저축은행 에금과 시중은행들의 특판상품들이 고금리를 내세웠지만,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건전성 감독 강화와 시중은행들의 고금리 수신 자제 경향 등으로 이같은 투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저금리 기조로 매력도가 높았던 채권 투자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고, 부동산은 '강남 불패' 현상이 무너지는 등으로 답이 되기 어렵다.
결국 이에 따라 부동자금이 갈 곳으로 증시가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까지는 증시가 1800선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1700 초·중반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4일 코스피 종가는 1718.75).
하지만 대신증권은 3일자 보고서에서 "5월은 견조한 글로벌 경기회복과 선진국의 저금리 통화정책이 긍정적"이라며 "이들 장기 추세 변수가 꺾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코스피 예상 범위를 1680~1800로 보고 있고, 우리투자증권의 경우는 1900선 가능성을 놓으며 5월 증시를 가장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각종 호재가 시중 자금을 증시로 강하게 끌어당길 것을 에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일 삼성생명 일반공모 청약에서 관심이 쏠린 것도 부동자금이 증시에 눈길을 주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풀이다. 희망 공모가액(9만~11만5000원) 중 상단인 11만원에서 공모가가 결정돼 매매차익을 노리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사상 최대 규모인 20조원의 증거금이 몰렸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할 곳이 없음을 드러낸다는 것.
◆포철(포스코) 국민주 과열 등 1988년 무렵 상황과 유사?
이에 따라 단기간 증시가 좋아진다 하더라도 증시 사정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 유동성 버블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시중 자금(특히 부동성 자금)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점점 늘어나다 일시적으로 증시에 쏠렸다가 빠지는 '부동자금 폭탄'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부동 자금이 주가를 지나치게 끌어올리는 버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3저 현상(저금리·저유가·원화 저평가)에 올림픽 특수 등이 겹쳐 한창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던 1988년에 포스코(구 포항제철) 국민주가 과도하게 달아오른 상황과 유사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에 포철은 국민주로 주당 1만5000원 가격에 156만여주를 국민주로 상장했는데, 상장 초기 예상가격인 2만5000원~3만5000원대를 훨씬 넘어서는 4만원대에 상장 첫날(1988년 6월 10일) 거래가 되는 등 과열 양상을 보였다.
◆부동자금 과잉 대책 마련 주문
하지만 이같은 주식 시장 상황은 이후 3저 현상이 끝나가면서 1989년의 주가 하락 국면과 이후 12·12 부양책(투신을 동원해 무제한 주식 매입을 시도한 일) 실패로 인한 주가 내리막으로 이어졌다(위에서 과열 케이스로 꼽힌 포스코(포철) 역시 국민주에 쏠린 관심에서 주가 하락을 겪어 1993년이 되어서야 이전 고점인 4만원을 회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도 1달러당 원화가치가 1100원대로 고정되어 가고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 상황에 와 있다. 유가 역시 석유공사가 연평균 유가전망을 배럴당 80달러로 상향조정하는 등(당초 75달러 예상)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부동자금의 거품 폭발 가능성을 시행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금리를 올려 부동자금을 회수하는 이른바 출구전략을 시행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나라는 현재 경제 회복 속도 문제로 이를 주저하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3일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아시아가 올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과잉 유동성(부동자금)에 의한 자산 및 부동산시장의 거품 발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우리 나라 등 아시아 국가의 출구전략 모색을 주문했다.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 아시아 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은행을 포함, 세계의 중앙은행들이 출구전략을 너무 늦게 시행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바로 위기 이전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경기 회복이 기대만큼 안 된다고 해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다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삼성생명 상장 문제가 보험주의 랠리 현상 등 주식 시장에 대한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부동자금 거품의 한 현상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만큼, 부동자금의 향배와 거품 폭발 전에 뇌관을 제거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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