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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실패의 여파를 딛고 다른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때 부각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것이 한화그룹 내 금융 부문의 활성화.
이번 봄 대한생명 상장이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진 데다, 한화증권 역시 푸르덴셜증권·푸르덴셜자산운용을 인수했고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으로 일반 산업자본이 중간지주 형식을 활용, 금융기업들을 갖고도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할 문호가 개방되는 등으로 한화그룹 내 금융영역 발전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화증권은 이 와중에 주로 눈길을 끄는 대한생명에 가려지고 있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보면 대한생명을 돕는 미래 먹거리 확보에 힘을 써 주는 것으로도 풀이돼 눈길을 끈다.
과거 대한생명 IPO 과정에 TF가 꾸려졌을 때 한화증권 IPO 인원들도 여기 차출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화증권과 대한생명은 계열사로서의 상부상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수준 이상의 도움 주기도 진행된 바 있거나, 예상되고 있는 것.
◆주가 부정적 효과 큰 M&A, 장점은 많지 않다?
한화증권은 푸르덴셜증권 인수로 현재 취약한 자산관리 부문의 사업역량 강화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이른바 시너지효과다. 한화증권과 푸르덴셜증권이 합쳐지면, 자기자본 기준 업계 11위(1조1000억원대), 지점수 132개, 연간 펀드판매수익 업계 5위권의 중대형 증권사로 거듭날 수 있을 전망을 받았다.
하지만 자산관리 영역 외의 역량 발전은 이번 M&A 이후에도 여전히 한화증권이 풀어야 할 숙제다.
한화증권은 2009년도 매출 7억2743만원(11위), 당기순이익 7058만원(11위)를 기록 중이지만 위탁매매 비중이 큰 구조에서 점차 IB 영역을 강화해 나가는 쪽으로 발전할 부담을 여전히 지고 있다.
회사채 인수 실적을 보면(이표채·여전채·ABS 인수 등) 한화증권은 이번 1분기 14위권에 머물고 있다. 18위를 기록한 지난해 4분기 보다는 오른 것이지만 아직 이 영역에서의 역량은 전체 순위보다는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이데일리 DCM리그 자료). 문제는 푸르덴셜증권은 이쪽을 강화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것.
M&A 자문료 영역이나 IPO역시 푸르덴셜증권과의 결합을 통해 일취월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인수작업은 자산관리 영역 강화에 특화된 작업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M&A 여파로 인한 주가 하락 등 부작용은 한화증권에 보과된 달갑지 않은 과제다. 당초, 한화증권의 푸르덴셜증권 인수에 대해 자금조달 방법을 놓고 금융계에서는 3자배정 유상증자, 회사채 발행,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논의됐다.
모그룹이 지원을 하는 3자배정 유상증자 대신 한화증권은 매수자금을 주주배정 유상증자와 일부분 후순위사채 발행 조달, 그리고 여유자금을 통합 지급으로 결정했다.
문제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장기적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이때문에 한화증권 주가는 신저가를 갱신하는 등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3자배정 유상증자를 택했다면 어땠을까? 이 경우는 일반 주주의 부담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합병 후 대주주 지분율이 늘어나 유통 물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그룹으로서는 그룹 차원의 지원에 나서는 경우 한화증권의 지배구조가 변화돼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대한생명 상장으로 얻은 그룹의 수익은 금융 계열사들의 수직 계열화 추진 등 앞으로 여러 곳에 쓸 곳이 많다는 점도 한화증권에만 힘을 실어주는 데 활용하기 어렵다는 상황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또 대한생명 돕기 결과? 이번에도 남좋은 일 시킬지 주목
이렇게 한화증권이 어렵게 푸르덴셜증권과 푸르덴셜자산운용 인수를 매듭짓게 된 이후,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향배가 눈길을 끈다.
한화증권은 이미 한화투신운용을 보험사에서 갖고 있는 게 낫다는 전제 하에 대한생명에 매각한 바 있다. 한화증권은 이 매각에서 낮은 가격으로 매각했다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한화증권은 한화투신 지분 100%를 순자산가치 대비 7.56%를 더한 420억원에 매각했지만, 2007년 연말에 교보증권은 교보투신 지분을 교보생명에 매각할 때 순자산가치 대비 24.28%의 프리미엄을 지급했다). 그러므로 이번에 푸르덴셜증권과 자산산운용을 같이 사들이기는 했지만 결국 자산운용 쪽은 대한생명으로 (싼 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주면서) 다시 넘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번 한화투신 매각가 평가 역시 회계법인을 통한 가치산정이었다고는 하지만, 푸르덴셜자산운용 건을 향후 추진할 때 역시 이같은 논란이 동일하게 반복되는 경우 한화증권이 매번 대한생명 지원에 나선다는 우려를 덜기 어렵다.
더욱이 한화증권은 과거 대한생명을 한화그룹이 인수할 당시에도, 후순위채를 발행한 뒤 이 자금을 매수 자금으로 동원하는 등으로 지원에 나섰다가 '편법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2003년 5월 해당 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하게 공개 질타를 하기도 했다.
◆바쁜 와중에 IPO 등 진출 분주한 점 '눈길'
결국 한화증권은 그룹 후광을 누리기 보다는 그룹의 전체적인 금융권 강화 그림을 그리는 데 발맞추느라 열심인 상황이고 이번 M&A 역시 자체적인 장점 획득보다도 자산운용사 하나를 더 인수하는 점에 그룹을 대표해 선발대로 투입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매번 한화증권이 무리한 방법으로 대한생명 강화에 힘을 보태는 상황이 한화증권 발전에 어느 정도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당장 5월에 후순위채 청약 경쟁률이나, 인수된 한화증권 신주의 상장(시장 진출) 결과는 한화증권 체력을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가를 판가름할 지표들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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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한화증권 수익 구조 목표와 2007년 수익 구조 대비 그림. 한화증권은 자체적인 역량 강화에도 빠듯한 상황에 여러 가지로 대생 돕기에 나서고 있어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
이렇게 쉽지 않은 여건인 중에도 한화증권은 자체적인 약점 극복에 나서고 있어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미 국내 IPO 부문에서는 외국계와 대형 증권사 독주 현상이 강해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들어갈 여지가 적어, 한화증권은 2003년부터 중국을 노크하는등 밖으로 눈길을 두고 있다.
2008년 2월 국내 증권업계 처음으로 상하이에 투자자문사를 설립,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합병(M&A) 상담, 중국 기업의 한국 증시, 경영 및 마케팅에 관한 자문을 하고 있고, 그 결과 중국광전, 상양인터내셔날 등 2개사가 올 상반기에 중국 내 기업공개(IPO)를 위한 주간사로 한화증권을 선정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한화증권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한화증권의 이같은 행보가 김승연 회장 등 그룹 수뇌부가 구상하는 금융네트워크 그림을 강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지 실질적 효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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