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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채권 수익 잔치 끝…올해는 지구전

금리변동 가능성속 '준비된 회사'만 분산효과 누릴 듯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4.28 17:26:13

[프라임경제] 증권사들이 지난 2009년 실적 호조를 기뒀지만 이같은 봄날이 오래 갈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수한 실적에 비해 증권사들의 주가가 높게 나오지 않는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채권 운용 실적에 수익의 기반을 두고 있어 일회적 요인으로 보는 관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에서의 운용 수익이 금리 변화 가능성 등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 펀드에서의 자금 이탈 등으로 증권사 별로 수익 구도가 크게 변동성을 겪을 전망이다. 

◆2009년도 증권사 수익, 채권운용수익 크게 덕봐 

전자공시 자료를 종합하면, 증권사들의 2009회계연도 순익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대우증권이 3159억원의 순익을 올린 가운데(전년비 75.0% 증가), 하나대투증권이 151.7% 증가한 252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순이익 규모는 약 1800억원 등이다.

여기에는 채권 운용 수익이 크게 작용했다는 풀이다. 증권사별로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채권평가이익이 반영되기 전까지는 분기실적이 미미하거나 감소 추세였던 경우가 많다는 지적은 이번 실적 호조 구도가 채권금리가 하락한 지난해 사정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것임을 나타낸다. 특히 대규모 증권사에 특별히  실적 급등 상황이 집중된 이유는 같은 호재를 받아들더라도, 채권 운용 능력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갈린 차이로 풀이된다.

◆금리 변동 국면,기초체력 약한 회사에 불리할 가능성

이번 채권운용 수익 구도는 이미 예견된 바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금융위기에서 드러난 증권사의 수익구조 변화'라는 보고서를 지난해 8월 내고 채권운용 비중 확대에 따른 위험과 실적에 미칠 영향 등을 점검한 바 있는데, 보고서는 "경기침체기에는 위탁영업이 부진해지지만 정책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채권운용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경기상승기에는 위탁영업이 호조를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가 상승전환, 채권 성과는 부진해기 쉽다"고 설명했다.

채권운용의 경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경우 금리가 낮아지는 문제로 이익을 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정부, 특히 기획재정부의 의도대로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을 해 왔기 때문에 이같은 전망에서 보면 채권 수익을 올리기 좋은 구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빠르면 금년 하반기부터는 출구 전략 모색 가능성과 이로 인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차 높아질 전망이어서 이같은 상황은 종료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금년도 증권사 영업 경쟁은 다시 전통적인 위탁매매 유치 능력의 사업구조에서의 경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가 중개(Brokerage) 위주의 단일 영업 구도에서 탈피해 수익구조를 넓힌 것이 지난해 특히 두드러진 긍정적 상황이기는 했지만 경기 상황이 변동하면서 다시 반대 방향으로 초점이 이동할 가능성이 되는 것.

둘째로 자금 이탈 가능성에 대한 단속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펀드 이동 등으로 자금 유출이 커지면 채권운용 수익 등을 기대하기는커녕 유동성 부족으로 허덕이게 돼 장기적인 구도를 그리기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리먼브라더스가 세계금융위기 때 무너질 무렵 증권업계는 고객의 환매요청에 따른 단기 유동성 부족에 시달렸다. 곳간 단속을 하지 못하면 유동성 확보를 위한 채권매각 등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관해 현재 문제가 되는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펀드 대규모 유출 우려(펀드런 상황)과 펀드 이동제 등을 들 수 있다.

현재 펀드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은 결국 부동산 시장 부진 등으로 다시 증권시장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펀드 순유출세가 꺾이는 듯한 모습도 보이나(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3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 908억 원이 순유입됐다. 지난달 24일 이후 계속되던 순유출세가 마감된 것인지를 놓고, 귀추가 주목된다) 환매 사태가 한풀 꺾일 뿐 추세 자체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이 와중에 지난 1월 시작된 펀드 이동제는 이미 넉 달이 채 못 된 상황에서 상당한 순유입을 기록하는 회사와 그렇지 않은 업체로 갈리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330억원대 이동 순유입), 대신증권(270억원대), 대우증권(150억원대)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전통이 긴 회사들이 선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펀드 시장 위축 상황은 환매 타격을 볼 가능성이 높은 증권사부터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증권은 27일 대우증권 보고서에서 펀드부문 부진 영향을 받는 등으로 "실적은 바닥을 (이미) 탈출했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국면은 계속될 것"이라는 평을 들었다.

정길원 애널리스트는 이같은 전망의 이유로 "채권평가익(230억원)이 시현됐지만 타사 대비 만기구조가 극히 짧아 금리하락의 수혜가 제한됐다"며 "또 환매 증가와 함께 핵심수익인 펀드부문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개수익-채권수익 분산효과 누릴 전제조건은?

결국 회사의 자산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거나 채권보유의 구조가 나쁜(미래에셋증권의 저평가에서 보듯 만기구조가 극히 짧다든지 하는 상황) 경우에는 중개 수익 경쟁에 내몰리게 되나 위험 분산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을 올해 만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국신용평가 '금융위기에서 드러난 증권사의 수익구조 변화' 보고서는 중개영업과 채권운용 등으로 분산해 안정성을 누릴 전제조건으로 "운용채권의 듀레이션(잔존 만기)을 적절히 조절하거나 헤지를 통해 금리변동성을 우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조건을 단 바 있다.

이같은 전제조건을 갖추면 경기 상승·침체기를 거치더라도 "위탁영업과 채권운용이 서로 보완적인 실적이 유지될 경우 증권사의 수익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금리 변동이 에상되는 시기라고 해도 증권사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대체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갖추는 회사가 일단 유리할 가능성이 있다. 하나대투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등 은행권 계열사를 가진 증권사가 지난해 수익에서 볼때 채권운용 수익을 크게 내는 데 성공한 것도 이같은 연관성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적절한 헤지에 나선다면 오히려 경기대응능력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기도 한데, 이런 노하우를 갖췄는지의 여부가 금년 경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날 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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