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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악습 반복…구태 못 벗는 노조?

이면합의·총파업 남발 여전…회계투명화 등 일부 자정노력 사장 우려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4.26 17:45:17

[프라임경제] 노사관계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등 이른바 노사관계 선진화 추진 과정에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노동법 대란이 난 이래 드디어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타임오프’ 등 제도 개편이 한 고비를 넘기게 된 것. 사용자측에 종속돼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할 가능성 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제도 수술의 기본 취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제도적 개편 논위에 걸맞지 않게 아직 현장에서는 노조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 문제가 지적됐음에도 여전히 문제가 반복되는 경우도 있고, 노조의 자정 노력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 입법이 추진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공기업 노사 이면 합의 여전 

과거 공기업들의 노조가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에 따라 노사간 이면합의가 금지된 바 있었다.

2006년 11월 당시 기획예산처는 ‘공공기관 경영 위험요소 공시제도’를 확정하고 공공기관들이 재무구조, 경영환경, 투자결정, 손익구조 등을 공시대상으로 의무화했다. 또 이들 기관은 직원의 처우 개선이나 시설 투자 등에 체결한 양해각서와 협정 등도 공개하도록 돼 있었다.

이는 공기업의 노사가 결탁해 급여 등을 올리는 데에만 치중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였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전혀 고쳐지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조세연구원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는 공기업 등 상당수 공공기관 노사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면 합의를 통해 편법으로 월급과 수당을 올리고, 과도한 복지 혜택을 누려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들은 월동비, 품위유지비, 효도휴가비 등 민간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각종 이름의 수당을 복리후생 항목에 담아 직원들에게 지급해 오는 등 과거 정권 하에서 우려해 온 문제점을 고스란히 답습, 반복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총파업 압박 카드, 정치적 파업 논란 여전

정부가 오는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대신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제도)’를 시행하기로 하는 법안 시행을 앞두고 타임오프제 구체안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역할을 할 기구인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 노동계와 경영계가 충돌하고 있다. 문제는 4월 30일 근면위 결정 과정과 5월 15일 타임오프 제도 국회 의견 청취 등 예정된 절차가 모두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속노조가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는 것. 28일 금속노조는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전 사업장에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66.58%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일단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강행할 지는 미지수다.

파업결집력과 파급력이 예전보다 크게 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속노조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지부가 21~22일 파업 찬반 투표에서 38%라는 역대 최저 찬성률로 부결시키며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는 등 투쟁 동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더욱이 정치적 파업 논란으로까지 번진 점도 도마에 올랐다.

경영자총협회 등 재계는 근로조건 논의(타임오프제)와 무관한 정치적 논란을 함께 이슈화하는 데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경총은 “민주노총이 공무원노조와 전교조 탄압 중단,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결정, 4대 강 사업 중단 등을 주장하며 총파업 투쟁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는 노동관계법에서 정한 쟁의행위 목적을 벗어난 정치파업으로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회계 부정 비판도 여전

노조의 회계 부정 의혹에 대한 지적 역시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따른 노조 간부들의 비리와 관련, 노조 내 회계감사 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안을 추진한 바 있다.

2005년 5월 이주호 당시 의원은 “노조 간부의 연이은 비리 사건은 노조의 운명을 스스로의 자율에만 의존하기엔 한계가 있다”면서 노조 회계 감사에 관한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이 안은 매 회계연도마다 1회 이상 업무 및 회계 상황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감사록을 작성토록 했고, 총회에서 감사 결과 요지를 보고하는 등 구체적인 안을 담고 있었지만 실현되지는 못했다.

이후 2009년 8월에 노동부가 노조의 합리적 조직 운영을 촉진하는 ‘표준규약 권장안’을 마련, 보급한다고 나선 데에도 감사 활성화 등 내용이 담겨 있어 노조의 관행이 여전했음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자정 노력 일부에서 싹터 확산여부 주목

이처럼 노조가 노동운동 본연의 모습보다는 이익과 정치적 논쟁에만 추구하는 귀족노조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지만, 일부에서는 개혁 움직임이 일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LG전자 노조는 지난 1월 사회적 책무(USR) 선포식을 통해 노조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기로 의견을 모은 바 있다.

선포된 USR 내용 가운데 노조회계의 투명성은 특히 눈여겨볼 대목으로 관심을 모았다. 단위기업노조 차원에선 처음으로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외부 회계전문가로부터 감시를 받으면 노조비를 투명하게 관리할 수 밖에 없어, 회계 불투명에서 기인하는 비리가 원천차단된다.

이처럼 노조가 타성에 젖어 여전히 수십년 된 관행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 사업장을 중심으로 개선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만 해도 명문제약, 한국광해관리공단 등에서는 전임자 아닌 간부가 노조 업무를 나눠 처리하는 등 귀족노조화 논란에서 탈피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을 선진 노사관계 원년으로 삼겠다는 정부 측 의지를 새삼 거론하지 않더라도(법무부장관 1월 발언), 노사관계법 개정의 세부 사항을 둘러싸고 노사간 대립이 극심한 상황과 현재처럼 노동문화에 대한 비판론이 무성한 가운데서도 이같은 자정 움직임이 긍정적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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