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차그룹의 부회장이자 현대가문 3세인 정의선 부회장의 중국 북경 모터쇼 발언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 부회장은 23일(형지시간) 모터쇼를 둘러본 뒤 "올해 중국 판매량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놔 현지 행사에 동행한 기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한편 이 자리에서 정 부회장은 "품질이 우선이다", "(목표 초과 달성이 중요하긴 하나) 품질이 제일 중요한 만큼 무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이에 곁들여 내놓는 등 여러 성격의 발언을 뒤섞어 내놔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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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북경 모터쇼에 나타난 정의선 부회장> |
◆기분파 1,2세대 경영인과 다른 3세대 모습 '눈길'
현대가의 경영 특징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정신과 불굴의 의지, 수장의 권위가 절대적인 기강 등을 언급하는 이가 적지 않다('왕자의 난' 등 이례적 국면이 있기는 했지만, 이는 자식들이 많은 가운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고령 등으로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고 정주영-정몽구 회장으로 이어지는 1,2세대 현대자동차그룹의 분위기는 진취적이고 해 보지 않은 일에 도전하는 역동성, 이런 상황에 적합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직 문화에서 잉태된 것이다.
고 정 회장은 사업 타당성 보다는 '보국' 개념에서 조선소 건립이나 고속도로 건설 참여 등 고난에 찬 결단을 내린 바 있고 정 회장 역시 임원 인사에서 즉흥성과 참모 그룹을 키우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여러 번 지적받은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원래 명문가 출신이라는 성분을 타고 난 정 부회장은 이보다는 신중하고 계획적인 관리자의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다. 이는 기아차와 현대차를 두루 거치면서 체계적으로 일을 배우게 된 데다, 여러 형제들이 능력 검증을 위해 두뇌 싸움을 하던 아버지 대와 달리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서 안정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자신감 등이 복합해 나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중국 발언만 해도 이런 분위기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미 이달 중 나온 미국 시장 판매 목표 달성 가능 발언과 23일 중국 시장 판매목표 초과 가능성 언급 등은 막연한 자신감에 의한 밀어붙이기라기 보다는 중국과 미국에 각각 현지에 호평받는 모델을 등장시켜 실질적으로 성장을 이루고 있는 데 기반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중국 시장에서 무리하다 자칫 '도요타 리콜 사태'처럼 가지 않겠다는 품질관리론을 설파한 것은 일종의 '타산지석' 마인드로 눈길을 끌고 있다. "자칫 잘못(방심)하면 도요타 꼴 난다"는 위기감을 정 부회장이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
아울러 경쟁 업체(내지 후발 업체)들의 차량까지 두루 둘러보는 모습과 제 3 공장 등 경영 현안을 신중하게 재고 또 재는 모습 역시 오히려 이전의 현대 분위기보다는 삼성 분위기에 가깝지 않느냐는 소리를 나오게 하고 있다.
◆위기론과 자신감 사이에서 줄타는 '관리의 삼성' 배운다?
정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실상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전자박람회 등의 모습과 일련의 발언들, 이건희 회장이 야인 생활을 청산하고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한 일 등 금년 여러 문제와 겹쳐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전자 박람회에서 "삼성이 구멍가게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꼼꼼하게 다른 회사 부스들을 몸소 돌아보는가 하면, "신수종을 발굴하라"고 말하고, 근래에는 승지원에서 일본 재계단체 게이단렌 회장 내정자인 요네쿠라 히로마사 스미토모화학 회장을 만나는 등 삼성의 문제 진단과 화두 설정에 열심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 회장 일선 복귀 후 백혈병 논란을 빚은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공개하는 등 전례없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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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가운데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
이렇게 정 부회장이 지난 봄 주주총회에서 현대차 등기이사로 등장하고 (무산되기는 했지만) 공동대표 선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는 상황에서 경쟁 재벌 기업의 벤치마킹을 하는 듯한 상황은 이색적인 대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박단소' 삼성의 장점이 정 부회장 시대에 이르러 '중후장대'의 현대에 접목되는 상황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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