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일선 지방자치단체들의 허가권은 '무소불위'?
지자체의 행정권 전횡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91년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될 때만 해도 지방 주민의 권익을 위한 자치 행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충만했지만 오히려 중앙 정부에서(구 내무부) 지방공무원조직을 강하게 제어하던 때보다 오히려 행정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방선거로 수장과 지방의회가 바뀌기는 하지만 대부분 지방 유지가 선출돼 역동성이 떨어지는 데다 직업공무원들의 타성을 견제하거나 관리·감독하는 데엔 역부족이고, 오히려 지역민 중 일부와 결탁하는 등으로 각종 이권 논란, 편파 시비를 낳기도 한다.
◆화성시-법원 판결도 권익위 권고도 市 위세만 못해?
경기도 화성시와 성원환경산업 간 분쟁은 일선지자체가 사실상 중앙의 각종 기관(국민권익위원회)과 법원 통제에서도 사실상 벗어났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특정 업체에 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했으면서도 재차 이를 처리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다른 업체에 유사한 허가를 내줘 사업을 방해한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성원환경산업은 화성시 마산리 일대 토지를 매입,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사업계획서를 화성시에 냈다가 불허 통보를 받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방법원을 거쳐(2003년 7월 2일 성원 측 승소),대법원에서 2004년 11월 12일 처분을 취소한다는 내용이 확정됐다.
이런 판결 취지에 따라 성원환경산업 측은 다시 사업계획서를 신청했지만, 화성시는 신청에 대한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단 요지를 무시하듯 통상적인 민원처리기한인 1개월을 훨씬 넘겨 2005년 3월에야 '최종통보'를 통해 사업 계획이 적정하다는 통보를 했다.
하지만 성원 측은 결국 이런 통보에도 불구하고, 개발행위 허가를 얻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는 2005년 4월 20일 동종 업체인 S사가 낸 개발행위 허가 신청에 대해 화성시가 허가를 내 줌으로써, 성원환경산업 쪽이 허가를 얻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S사가 개발행위를 하게 되면서 연접 개발 면적 초과라는 새 문제가 떠올랐고, 결국 3월에 나온 최종통보는 무용지물이 됐다. 결국, 성원환경산업의 개발행위허가 신청은 불허가됐다.
즉, 화성시는 성원환경산업이 사업계획을 재신청한 것을 해를 넘긴 2005년까지 끌다가 정작 허가는 다른 동종 업체에 내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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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권익위 진정과 소송으로도 해결이 안 되자 결국 성원 측 직원들은 '우이독경' 화성시에 항의하는 현수막을 내걸기에 이르렀다.> |
화성시 관계자는 "선거와 전혀 관계 없는 사안에 대해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상당히 정치적인 의도로 파악된다"면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국민권익위 권고는 현행법에서 단순 권고 사안이지 반드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전해왔다.
◆순천시-마트 주유소 건 중앙정부와 엇박자
대형 마트 내 주유소 개설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마트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결국 참다 못한 이마트가 일선 지자체를 대상으로 첫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마트는 2009년 가을, "이마트 순천점 주차장 내 주유소 설치를 불허한 순천시의 행정처분은 부당하다"며 시를 상대로 '건축허가 신청불허가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마트는 소장에서 "순천시가 '부설 주차장 일부를 주유소 용도로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그 근거로 내세운 주차장 조례는 법에 반해 위법하고, 교통혼잡 예방과 중소상인 보호라는 명분도 헌법상 재산권을 법률 근거도 없이 제한하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물론 일선 지자체로서는 지역 상권 보호 문제, 즉 지역 주유소 경영업자들의 고사 방지라는 문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정이 있기는 하다.
일례로, 경남 통영에 이마트 주유소가 들어선 뒤 지역 휘발유 판매량의 30%가 이마트로 흡수됐고, 용인점 주유소도 개점 3개월만에 1일 매출액이 1억원을 넘어서는 등 대형 마트 주유소로 인해 지역상권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게 지자체의 깊은 고민인 것.
근래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시행령'개정으로 주유소 등록업무가 기초자치단체로 이양된 것이 대형마트의 기름 장사에 규제를 가할 지자체의 무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마트 주유소를 독려한 것과는 배치된 것이다.
정권 출범 초기, 기획재정부는 국내 대형마트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물가 안정이 절실하다는 이유를 들어 형마트가 직접 주유소를 운영해 거대 정유회사, 주유소와 경쟁해 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중앙 정부가 (2008년 발발 후 지금까지도 일부 효과가 남아 있는) 경제 위기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지방자치제도라는 관점에서 이를 지자체가 좌우하는 게 타당하느냐는 논란이 붙을 수 밖에 없다.
◆의무이행소송 등 행정청 권한 막을 방법 도입 절실
이를 위해 행정소송법 개정 등 지자체의 권한을 통제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 정부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행정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2007년 11월 국무회의 의결) 결국 이후 국회 회기만료로 폐기되고 말았다.
의무이행소송이란 행정청의 처분에 대한 적정성 판단을 하는 외에도(현재 행정행위 취소소송의 경우 '처분을 취소하라'거나 '청구를 기각한다'고만 하지 실질적으로 행정청에 의무를 부과하는 명령을 하지는 않는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직접적으로 어떤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의 화성시와 성원환경산업 간 분쟁만 해도, 제도가 마련돼 있었다면 일찍이 (취소소송이 아닌) 의무이행소송을 통해 "허가를 내 주라"는 판결을 얻어 냈을 수 있을 것이다.
법원 판결 등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다시 원점부터 허가 여부를 검토하는 일선 지자체의 시간 끌기 방식을 제어할 방안으로는 가장 적정한 것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견제 대책 외에도 일선 지자체 스스로가 행정처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자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경남 거제시는 금년 1월부터 영조물 관리하자로 인한 손해를 신속하게 배상하기 위해 시가 직접 배상을 실시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피해를 입은 시민의 구제방법이 소송이나 국가배상으로 한정돼 있던 것을 전국 최초로 자체적인 배상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으로, 지난 연말 '시 영조물 관리하자로 인한 배상 조례’를 공포해 근거를 마련하기도 했다.
결국 지자체의 권한을 적정한 선에서 견제, 폐단을 막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20살이 가까운 지방자치제도가 어떻게 수술되어야 할지, 각종 행정관련 법규나 선거제도, 행정관행의 변화 방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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