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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선진화 ‘성과와 과제는?’

당국주도적 역할 아직 커…‘공감대 확인 전봇대 뽑기’ 단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4.13 13:30:25

[프라임경제] 이명박 정부 들어 ‘금융중심지’ 육성 사업이 의욕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1·2차 산업이 성장하기는 여건이 좋지 않아 3차 산업의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경제 구조다.

특히 금융 산업은 각종 부가적 가치 창출이 높아 눈길을 끌어왔다. 하지만 금융 산업 육성이 하루 아침에 기반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근래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 규제안 논의 등으로 인해 금융중심지 육성의 또다른 이름인 금융규제 완화가 추진되기에 어려운 환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력 양성·외국인 출입 편의 등은 합격점

금융 중심지로 부상하는 데 기본 요건인 물적, 인적 토대를 구축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서울과 부산은 각각 금융중심지 인프라가 될 건축에 골몰하고 있고, 인적 자원을 육성하고 해외 금융전문가들의 출입국 편의를 제공하는 문제도 관련 정부부처가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가 이달 초부터 일정 조건을 갖춘 외국인 금융 투자가들이 공항 출입국 시 전용심사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금융투자자 출입국 카드’ 제도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나, 부산광역시에서 ‘금융전문 인력양성 교육과정(금융투자연구원 주관)’, ‘글로벌 파생상품 전문가 과정’, ‘International Finance 전문가 과정’ 등이 연이어 개설되는 등 기본 토양 마련이 적극 추진되고 있다.

◆제도 유연성은 아직 ‘아쉬운’ 수준

하지만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동아시아 주요 금융 중심지를 제치고 새 허브로서 부상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근래에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데 대한 반성으로 미국과 프랑스 등이 정부 개입과 감시를 강조한 신자본주의를 역설하면서, ‘금융규제 강화’가 세계 경제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하지만 금융 선진국이 추진하는 고강도 규제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일 정도로 우리 나라는 아직 각종 규제가 세계 표준보다 많은 형편이다. 실제로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이 모 세미나에서 “느슨한 규제가 문제가 된 선진국과 최소한의 자율만 허용해온 우리나라는 사정이 다르다”며, “우리 현실에 맞게 금융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3월에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금융선진화 짇전에 대한 평가 및 과제 조사’에서도  규제완화를 핵심 과제로 꼽인 회원사가 전체의 33.1%에 달했다. 당국과 민간의 ‘규제 완화’에 대한 ‘공감대’가 확인된 셈이다.

이에 따라 금융 각 현안 문제를 놓고 규제 개편이 추진 중이다.

우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금융 시장에 대한 유연성을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주목을 끌고 있다. 

수쿠크(이슬람 채권)을 둘러싼 오랜 줄다리기가 진행 중인 것. 이슬람 율법에서는 이자놀이를 하지 못하게 돼 있기 때문에 부동산을 구입해 사용료를 받거나 이익을 배당하는 방식으로 금융거래를 한다. 하지만 이같은 구조를 바로 서양식 법제에 대입하면 세금 부담이 극히 커져 수쿠크 유치를 위해서는 특례 조항 마련이 필수적이다.

근래까지 국회에서는 관련 개정안이 공회전을 해 왔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서 특정 종교의 교리를 지켜야 하는 것처럼 표현된 문구를 수정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법안 통과에 필사적인 모습이다. 

당국이 건의의 창구를 열고 여기서 해외 금융시장 관행보다 높은 규제 상황에 대한 애로 사항 접수에 나선 것도 고무적이다.

지난 3월 하순 진동수 금융위원장이 금융투자업계와 가진 간담회 자리에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이 영업용순자본비율 관련 제도 개선을 역설한 것은 좋은 예다.

황 사장은 “IB육성을 저해하는 NCR(영업용순자본비율)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선진국 IB와 대등한 경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증권사 평균 NCR은 575.5%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150%대비 3.8배 수준이고, 미국의 골드만삭스(100%이하)와 일본의 노무라증권(245%)·다이와증권(324%)과 비교해도 1.8~5.8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하지만 당국이 이처럼 금융 선진화를 위한 개혁 작업에 적극적으로 임하거나, 관련 민간업계의 여론을 적극수렴하는 등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우선 그간 우리 금융이 단기 성과에만 집착하는 요인이 되었던 금융 CEO 성과 보상 체계는 당국의 의욕적인 개선 움직임이 있지만, 아직 당국의 바람대로 개혁이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KB·신한·우리·하나 등 금융지주회사들은 최근 당국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알맹이 없는 ‘성과보상체계 개선안’을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간 금융기관이 올린 성과에 CEO 성과급이 바로 연결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성과급의 50% 이상을 주식이나 주식연계상품으로 지급하라는 것이 금감원 입장이었지만, 성과급 개편의 시행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착수에 나서는 데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 효율성 증진으로 주요 목표 옮아갈 듯 

이렇게 금융선진화의 추진 과정은 아직 미흡한 단계지만,  민간과 당국이 협력과 공감대 확인을 통한 추진을 해 나가는 과정은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앞으로도 추진해야 할 부분은 많다. 자본시장의 효율성 증진을 통한 체질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 노희진 선임연구위원은 이미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자본시장의 선진화 방안’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이에 대한 제반 어젠다를 제시한 바 있다.

노 선임연구위원은 전문인력의 윤리성과 전문성과 적격성, 신용파생과 관련한 법률과 규제 개선, 거래세 위주 과세기반 등을 주문한 바 있다.

금년 2월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 보험연구원이 공동 발표한 ‘금융선진화를 위한 비전 및 정책과제’는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겸업화의 추진을 강조한 것도 전반적인 흐름에서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이에 따라 눈에 띄는 제도 개선을 마무리한 다음에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논의가 금기시됐던 대형화, IB 관련 논의 재개와 함께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인적 인프라 강화가 향후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부작용을 제어할 대비책 마련 역시 주요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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