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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르네상스’,자기 힘 아닌 정부 도움으로?

각종 수혜 흡수 힘안들이고 의료+보험 '두머리 괴물' 가능성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4.13 08:31:58

   
  <사진=서울 남대문 삼성생명 본사>  
[프라임경제] 삼성생명의 르네상스가 오려나? 삼성생명 이수창 사장이 5월 중 상장을 앞두고 임직원에게 ‘르네상스론’을 주창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르네상스가 시작될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그 원동력이 외부에서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각종 제도 개혁 와중에 온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와 보험의 야합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의 공룡 견제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견제 고삐 없는’ 도약 가능성을 열어주는 안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생명의 ‘르네상스’론은 그 자체만으로 보면 큰 문제가 없다. “삼성생명이 최전성기를 구가했던 때는 90년대 초반이다. 상장을 계기로 당시 영광을 재현하는 르네상스 시대를 열자”는 게 르네상스론의 골자.

하지만 주변 정황이 삼성생명의 1등 굳히기와 성장 도약 발판 마련을 위해 제도 개편들이 이뤄지는 듯 여겨질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문제다. 지난 참여정부 당시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사의 상장 허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미 지난 정부에서 첨예하게 불거졌던 것은 차치하고라도, 지주회사 문제의 개편, 의료 민영화 우려가 높은 각종 의료제도 변경 등이 ‘정부안’이라는 법안 추진 형식으로 주로 이뤄지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생명, 1등이지만 제 2 도약 추진 아쉬운 속사정

삼성생명은 비은행권 최대 금융사 위치를 점하고 있다. 1957년 동방생명보험으로 출발, 이후 1963년 삼성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오랜 연원만큼이나 국내 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높다. 2006년 비은행권 금융기관 최초로 총자산 100조원을 넘었다.

하지만 2009년 기준 총자산은 130조원, 수입보험료 기준 시장점유율은 27%대라는 이면에는 성장 동력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1등의 한계가 있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전체적으로 하향세라는 지적이 그것이다. 1990년대 초반 신계약 기준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좋은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는 지적이 무색하지 않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선진 금융 기법 공략으로 시장 잠식을 당하는 등으로 출혈이 일어나서라는 풀이다. 르네상스론을 이 시장이 외치는 상황에는 이같은 절박한 개혁 필요성이 깔려 있는 셈이다. 그런데 근래 여러 법률 제도 개편은 삼성생명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삼성생명으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만난 셈이다.

◆삼성생명, 공정거래법 개정 와중에 눈길

여야가 전일 법안심사 소위를 열어 금융자회사가 3개 이상이거나 금융자회사 총자산 규모가 20조 이상일 경우 지주회사는 중간지주회사를 의무 설치하는 형태로 금융자회사를 간접 소유하도록 공정거래및독점규제에관한법률(통칭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기로 의견을 대략 모으고 있는 것은 이번 4월 국회에 가장 흥미로운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이 법안은 정부안으로 제출된 것.

현재 천안함 사태와 지방선거 직전이라는 변수 때문에 4월 법안 처리 과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여러 경로로 재계가 공정거래법의 지주회사 부분 개정을 지지하는 것도 처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 경우 상장과 더불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제로 변경되는 과정에 핵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의료 체제 개편 와중에도 삼성생명 수혜 가능성 높아

보험과 의료 시장에서의 제도 개편이 삼성생명에 제 2 에너지를 높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의료법 개정을 정부가 추진하는 중에 원격의료, 영리 추진 허용 등이 이미 삼성생명이 추진해 온 ‘밑그림’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4월 초 국무회의에서는 원격의료와 부대사업으로 병원 경영지원 사업과 부대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돼 곧 국회 본회의 통과를 타진할 전망이다.

보건의료 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의료기관이 환자의 진료보다는 수익 추구에 열중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도 삼성의료원과 그 뒤의 삼성그룹, 특히 삼성생명을 의식하는 비판론이 제기된다. 주지하다시피, 삼성의료원은 삼성생명이 이익의 사회환원을 위해 세운 가장 큰 사회공헌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 개편 와중에는 모체인 삼성생명의 이익 증진을 추구하는 중핵으로 움직일 개연성이 없지 않다.

우선 환자 독식과 지방 및 소형병원 고사를 가져올 원격진료 문제에서 삼성의료원은 강남 세브란스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등과 함께 가장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처럼 향후 제도 개편 와중에 삼성의료원이 빠르게 환자들을 빨아들일 가능성을 삼성생명과 연결짓는 데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이같은 우려는 2008년 무렵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

2008년 9월 시민건강증진연구소는 ‘의료민영화 저지, 어디까지 왔고 무엇이 남았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헬스케어그룹이 공동으로 민간의료보험시장에 진출할 경우, 이는 바로 의료민영화의 완성이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로서는 시나리오에 머무는 수준이었지만, 의료법 개정 추진과 삼성생명 상장 추진으로 인한 다량의 ‘실탄’ 확보, 보험시장 ‘르네상스론’ 등 삼성생명 스스로의 강한 의지 등이 결합되는 작금의 사정을 감안하면 시나리오에 머물지 않을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삼성헬스케어그룹은 삼성서울병원 및 성균관대의대, 강북삼성병원, 마산삼성병원, 삼성생명과학연구소, 인성의과학연구재단 등 6개 기업을 묶어 이야기돼 왔는데, 지난 3월 보안업체인 에스원이 상조 사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상황에서는 일부 확장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정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연구소는 “삼성헬스케어그룹의 향후 계획의 핵심은 ‘병원경영지원회사(MSO)’를 통해 전국적으로 더 많은 병원들을 실지배하는 것이라며, MSO를 통해 삼성의료체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골자의 보고서를 작성해 관심을 끌었으며, 현재 제도 개편들을 모두 종합하면 이같은 구상의 현실성이 더 높아진다. 의료민영화를 위한 수단으로는 건강보험 축소 및 민간보험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의료보험 활성화와 주식시장의 자본이 병원에 진입하는 영리법인병원 허용, 국민건강보험의 최소화와 시장의 최대화가 꼽혔는데, 현재 이같은 궤도를 따로 제도 개편이 되고 있는 것.

더욱이, 삼성생명과 삼성헬스케어그룹의 공동작업으로 민간의료보험상품을 개발하게 되면 ‘금융(특히 보험)과 의료’의 두 머리 괴물이 시장에 탄생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당시 연구소는 많은 보험사들도 이런 삼성 행보를 지지해 결국 보험과 의료체계가 결합된 의료민영화가 완성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삼성생명 고삐 법안들은 느린 진척, 정부안 질주와 대비

하지만 이렇게 삼성생명에 르네상스를 가져다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보험시장 성장을 위해 의료 전반에 입김을 미칠 수 있게끔 제도 전반이 개편되는 와중에, 삼성생명의 폭주 가능성을 견제할 대비책은 그 등장이 요원한 상태다.

일례로, 삼성생명이 근래에 퇴직연금시장에서 계열사 몰아주기 논란마저 빚으면서 사업을 독식하는 상황에 대한 견제 법안들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 그렇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특정 사업자가 특정 계열사의 물량을 일정 비율 이상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처리가 요원한 상황이다. 50% 이상 독식을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 이미 제출된 바 있고, 한나라당 이화수 의원은 아예 25% 이하 비율 허용, 이미 선점한 시장도 일정 기간 이내에 점유 비율 하향 의무화 등을 담으며 강도를 높여 또다른 개정안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처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이 순풍에 돛단 듯 르네상스를 추징할 것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다만 정부가 추진하고 여야가 사실상 추인하는 각종 금융과 의료 제도 개선 바람을 타는 데 대한 공정성 논란과 함께, 이처럼 점차 거대해져만 가는 공룡 삼성생명에 대한 견제 방안에 대한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삼성생명 르네상스론의 또다른 관전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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