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으로 대형 금융지주사들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외화내빈’격으로 주목을 받는 와중에 고민들을 여전히 안고 있는 지주사들이 있다. 민영화 추진으로 눈길을 끄는 우리금융과 매각 주체로서 활발히 입에 오르내리는 하나금융이 이들이다.
◆1분기 실적 개선, M&A 등 기대감 ‘하지만’…
기업의 1분기(1월~3월) 실적 발표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은행들의 올 1분기(1~3월) 실적이 전분기에 비해 대폭 개선될 전망이라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HMC투자증권은 3월 하순 낸 보고서에서 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 주요 은행들을 거느린 4대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을 전망했다. KB금융지주가 4470억원의 순익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고, 신한지주가 약 6700억원, 우리금융이 약 5000억원, 하나금융도 2640억원의 순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더욱이 일부에서는 메가뱅크론 재부상, M&A 국면, 하이닉스와 삼성생명주 매각 등 일시적 요인들의 복합작용이 이들에게는 주가 상승 등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심규선 애널리스트는 9일 우리금융의 소수지분 블록세일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됨에 따라 오버행 이슈가 소멸되고 민영화를 통한 M&A 모멘텀이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을 냈다. 하나금융 역시 9일 SK증권 배정현 애널리스트가 “최근 유상증자 우려를 해소하고 우리금융 블록세일 이후 수급상 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이다. 우리금융 블록세일 이후 우리금융 민영화 관련 M&A 진행속도에 대한 기대감 또한 커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금융, 충당금 우려 등 골머리 가능성
![]() |
||
| <사진=서울 회현동 우리금융 본사> |
하지만 예금보험공사가 순조롭게 일을 매듭짓고 매각을 완료하고 떠날 때까지 우리금융에 고민이 없는 게 아니다.우선 우리은행의 기업대출비중이 높아 대손비용부담이 큰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이 쌓은 1조9000억원의 대손충당금에서 보듯, 높은 기업대출비중은 언제든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고, 덩치가 큰 우리은행 매각 건에 부담을 느끼는 매수자 후보들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로 받아들여져 M&A 국면 진행 자체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특히 금년에는 중소기업의 연체율 문제로 인한 악재를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중소기업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에 1.81%로 가계대출(0.5%)보다 3배 이상 높아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특히 높은데, 우리은행은 이종휘 행장의 적극적 독려로 중기 대출에 특별히 힘을 쏟은 모양새라 이같은 위험이 실재로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은행 뿐만 아니라 지주 전반에 실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나금융, M&A실패 경쟁력 악화 최악 시나리오에 생보사까지 골치
하나금융은 M&A 대전에서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5월 삼성생명 상장 국면에서 하나금융이 갖고 있는 4만7000여주의 삼성생명 주식 역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조달여력 등은 이같은 ‘봄날’에도 여전히 고민거리로 남아 있다.
우선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문제를 보면, 하나금융을 매수 주체로 보기에는 자금 동원력에서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이 경우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한 부담감 줄이기가 대안이 있기는 하다.
![]() |
||
| <사진=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본사> |
‘제한적 지급결제’ 허용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추진돼 은행들이 자칫 대형보험사들과도 일부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오는 마당에,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은행권 경쟁 뿐만 아니라 자칫 금융시장 자체에서 발붙이기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는 고민이 없을 수 없다.
예를 들어, 현재 삼성카드와 하나금융지주 시총은 약 6조7000억원과 약 7조원으로 엇비슷하다는 것. 대한생명도 상장이 근래 완료되면서 곧바로 이들과 비슷한 규모로 떠올랐다. 각종 제도 개선으로 인한 보험권과 은행계의 경쟁 가능성이 열리기 전에 몸집 키우기를 하지 못하면 아예 일개 보험사와 경쟁에서 밀려나는 참극도 예상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2010년 금융지주 성장 동력은 은행과 생명보험사에서 나올 것이라는 예측은 하나금융의 고민을 더 깊게 하고 있다. 하나금융 산하 연구기관인 하나금융연구소는 7일 보고서에서 지난해와는 달리, 생명보험과 은행업이 성장 화두라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하나HSBC생명의 경쟁력이 튼실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같은 전략기획은 사실상 그림의 떡으로까지 전락할 여지가 있다.
지난해 실적을 보면, 주요 금융지주사 산하업체들인 KB생명은 당기순이익이 33억원, 우리아비바생명은 1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하나HSBC생명의 경우에는 당기순이익 부문에서 지난 2008년(-161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43억원을 기록했다.
하나HSBC생명의 이같은 고전은 체질 문제로 분석된다. 하나HSBC생명 등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는 태생적 한계로 저축성 보험 판매 비중이 매우 높다. 2009년 업계 자료 등으로 보면 하나HSBC생명의 경우 저축성 보험의 판매 비중은 80% 후반에서 90% 이상으로 보고 있다. 대형생보사들이 보장성 보험 판촉에 열을 올리는 근래 경향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고 있어 단기적으로는 성장 모멘텀을 지주사에 공급하기는 요원해 보인다.
이처럼 두 1분기에 가장 눈길을 모으는 두 금융지주가 우려 역시 많이 모으고 있는 점은 아이로니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이번 M&A 대전을 잘 치러내느냐의 문제는 다른 회사들에게처럼 잘 되면 좋은 ‘옵션’ 정도가 아니라 체질 개선의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 마지막 비상구라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생존문제’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시험대에서 이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주목되는 가운데 1분기 실적 성적표는 작은 위안 이상의 의미가 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