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은행계 여심 잡기도 이젠 장기 플랜 시대?
은행권의 여성 고객 잡기가 특화 상품 제시 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상품 설계'에서 여성용 상품을 제시하는 데 한계를 느껴 다른 방향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여성 서비스 강화에 금리 혜택 등으로는 한계
그간 은행권은 감성 마케팅이라는 측면에서 여성들을 공략해 왔다. 여성들은 주부의 경우 가정 구매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데다, 미용 등 수요가 크고 관심도 역시 높아 이런 면에 어필하는 경향이 있었다.
KB국민은행의 명품여성종합통장이 2006년 큰 인기를 끈 이래, 미용 요소를 가미, 부가 이율을 받을 수 있게 한 하나은행 S라인 적금 등이 선을 보였고 신한은행이 내놓은 민트 정기예금 등 '민트' 돌림 여성용 상품도 있다. 외환은행이 금년 3월 여성의 날을 기해 진행한 'KEB 여성 Partner' 행사도 이 계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성 전용 상품들만으로는 여성 고객들을 끌어당기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선 여성 전용 상품이라고 해도, 각종 혜택을 충족해 단계적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 금리가 0.1%대에 머물러 일반 상품보다 큰 매력이 있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한계였다.
아울러, 대출 상품의 경우 많은 사례에서 여성 중 이른바 전문직 종사자, 인지도가 상위권에 드는 일부 기업 근무자 등만을 영업목표로 해 '그들만의 리그'에 머물렀지만 이는 시장 크기를 스스로 줄였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될 수 있다.
일례로, 6일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여성적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들에 비해 여성들이 저임금 직장인 비율에 속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보고서가 유럽연합(EU)의 정의에 따라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저임금, 3분의 2 이상을 고임금층으로 구분한 결과 2008년 말 상용직 고임금 근로자 비율은 남성의 경우 41.3%에 달했지만, 여성은 14.9%에 불과했다. 상용직 저임금 근로자는 여성이 37.6%, 남성은 18.3%였다.
결국 잠재적 기대치와는 달리 아직까지는 자금력이 풍부한 여성고객층이 얇다는 것, 여성이 나이대에 따라 상당히 다른 특성을 갖는 상황에서 이를 모두 감안하기 어렵다는 것, 충분한 혜택을 단기에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높다는 점 등이 여성 시장 공략의 장애 요소들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장기적 충성도 높일 상품군…지속적 관리망 속속 등장
하지만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부가서비스를 꼼꼼히 따지는 여성들의 특성이 공략에 어려운 부분이라면, 한 번 신뢰감을 주면 충성도가 높다는 부분은 여성 금융 시장을 선뜻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으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여성 고객들을 묶어 둘 수 있는 서비스, 특히 작은 이익을 여럿 상품에 삽입해 넣어 '케이스 바이 케이스'식으로 판매하는 방식에서 '멤버십'을 느끼며 오래 한 테두리 안에 머물 수 있는 방안으로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오프라인에서는 각종 부가서비스 제공으로 나타나고 있다. SC제일은행이 레이디팰리스센터에서 여성들을 위해 각종 자산관리 세미나와 자녀들을 위한 진학정보 및 유학 세미나 등을 열어주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PB센터에는 자산 문제를 의논하는 경우가 아니면 별일 없이 들르기 쉽지 않다는 심리적 거부감을 여성들이 관심을 갖는 자녀 진학정보, 지역 축제 등 여가 선용, 도예 체험, 전시회 등 문화 수요를 주는 것으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전연령대 걸쳐 상품 단계별 '촘촘하게'
이런 영업 공략 방식은 온라인에서 더 활발한 모양새다.
신한은행의 경우 '민트' 시리즈 상품군에서 얻은 브랜드 파워를 살리는 취지에서 여성전용 온라인 공간을 '민트 레이디클럽'으로 명명,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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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한은행 민트 레이디클럽 홈페이지> |
출범한지 아직 7개월여지만, 이용고객이 약 10만명에 달한다는(4월 7일 기준) 것이 신한은행의 자체 집계다.
환율 및 수수료 우대와 우대금리 적용 등 다양한 금융혜택과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 영화 시사회, 메이크업 클래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일종의 잡지('웹진') 형식으로 여성 전용 공간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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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하나 여우클럽 홈페이지. 금융상품 추천에 각종 정보 제공을 웹진(잡지) 형식으로 해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전략을 펴고 있다.> |
국민은행은 과거 여성 전용 상품의 초기 단계에서 기염을 토한 노하우를 살려 여성 고객들을 장기적으로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KB 스윗카드'는 드림, 라이프, 허트 등 3단계로 여성 고객층의 나이를 나눠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고객층을 세분, 공략을 다변화한다는 점에서 이점을 가짐과 아울러 한 번 이 계열 카드의 이점에 만족도를 느끼면 단계별로 이동해 사용하는 것이 가능한 '장기 마케팅' 구조를 마련해 둔 셈이다.
이처럼 은행권이 영업 경쟁의 포화 상태에 들어선 상황에서 여성 고객층을 돌파구로 보고 타게팅하고 있는 상황, 특히 장기적인 관리에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장기적인 고객 유치전과 관리에 나선 만큼 추후에 영업 실적으로 어떻게 표출될지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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