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무분별한 '사업 백지화 검토' 公約…선거때마다 반복?

무안 한중산업단지, 지방선거로 위기일발…대전시 사례 참고할만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4.06 10:24:14

[프라임경제] 지방자치단체들의 단체장이 교체될 수 있는 '지방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병이 있다.

바로 '전임 자치단체장 업적 갈아엎기' 논란, 즉 지금까지 추진되던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공약' 내걸기 혹은 실제로 단체장 교체에 성공한 후 전임자의 추진 사업들을 '재검토 및 중단'하는 풍토다.

6월 지방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임 단체장들이 추진한 역점 사업들이 도마에 오르는 사례가 다시 늘고 있다.

현직 단체장을 딛고 새로운 자치행정을 꿈꾸는 도전자 입장에서 '현재 추진되는 지역현안 사업의 재검토 내지 백지화'란 강한 유혹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아이템이다. '나는 다르다'는 선명성 부각 기제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전임자가 치적을 쌓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였던 사업은 신임 단체장에 의해 제동이 걸리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이미 추진 중인 사업이 사업성이 없다든지 하는 문제를 갖춘 경우 사업을 비판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묻지 마' 공약, '단순한 분위기 쇄신' 목적으로 이미 투입된 예산을 날리거나 지역 여론 갈등, 행정의 연속성 파괴를 가져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지역 발전의 원동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06년에도 대거 사업 중단 및 재검토 바람

우선 서울시만 해도 오세훈 시장이 전임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시장 근무 당시 추진했던 '노들섬 오페라하우스' 건립 사업을 재검토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전라북도는 김완주 지사가 강현욱 전 지사가 추진하던 새만금타워 건립사업에 대해 "타당성이 낮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에서도 대나무 신산업을 백자회하자는 문제가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바 있다.

문제는 이렇게 백지화를 논의하기는 쉽지만, 사업 백지화는 자칫 공신력 실추와 향후 불이익, 자금 손해 등을 수반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실제로, 2007년 9월 28일 정부는 전라북도 완주군의 포도주산업특구를 지정해제하며 향후 특구 지정에 불이익을 준 바 있다.

완주군은 지난 2005년 9월 포도주산업특구로 지정받아 오는 2014년까지 141억원의 사업비를 책정해 포도 생산단지와 포도주 가공공장을 조성하는 특화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2006년 단체장이 바뀌었고, 2년간의 포도 농사 작황이 별로 좋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포도주 공장을 용도 변경하는 등 특화 사업 중단이 이뤄졌다.    

문제는 예산 낭비만이 아니다. 정부가 전북 완주의 포도주산업특구를 해제하는 한편 앞으로 2년간 특구 지정을 금지키로 하는 불이익을 준 것.

◆최근엔 무안 한중산업단지 백지화 논란 '국가신인도 추락' 우려

2006년 지방선거의 이같은 논란 사례들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반복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라남도 무안군의 한중산업단지 추진의 백지화 논란이다. 한중산업단지 구성 사업은 황해를 중심으로 한 한중일 국제교역에 전남 무안이 최상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는 장점에 기반한 아이디어다. 총 1770만㎡(약 536만평)을 개발, 한중 양국간 경제교류 모델로 만든다는 것이다. 더욱이, 무안군은 2009년 기준 재정자립도 12.0%로 9단계 등급을 받은 바 있어 경제적인 모멘텀 마련이 시급한 지역이다. 이를 해결할 핵심 사업으로 한중산업단지를 건설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지역민들은 물론 기업도시 건설의 모델 사례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사진=무안 한중산업단지가 들어설 기업도시 개발계획도>  

이 산업단지 구상은 무안 기업도시에 기반을 두는데, 이 기업도시 추진과 한중산업단지 건은 지난 정권에서 논의가 시작됐던 것이나 중앙정부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주한 중국대사관 역시 2006년 6월 최종의견서를 제출하고 그 무렵 중국개발은행도 대출승낙서를 발행했다. 이에 화답, 2008년 10월에는 한국 정부 당국에서는 국토해영부가 무안기업도시 내 한중국제산업단지 개발사업 심의를 통과시킴으로써, 한중산업단지는 양국기업간 투자협약 차원을 넘어 두 나라 정부가 연관을 맺은 사업으로까지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지방선거라는 정치 문제가 개입되면서 이 사업이 백지화 검토 도마에 올랐다.

최근 진행돼 3월말 결과 발표를 앞둔 감사원 감사의 경우 이윤석 의원 측이 서명을 받고 나서 정쟁거리로 삼는다는 비판론이 대두된 바 있고, 일부 군수 출마 희망자들의 경우도 백지화 논의에 불을 당기려는 태도여서 군수 선거나 서 군수 견제론 등 정치 논리로 인해 일각에서는 지역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사업 파트너인 중국 측의 태도가 바뀌면서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집안싸움이 나라 망신으로 불거지는 '난센스'가 우려된다는 것.

◆대전, 담양 등 아이디어 계승·활용 타산지석 필요

이에 따라 전임 단체장의 사업 백지화에 대한 제동 필요성이 높게 제기되고 있다.

   
  <사진=대전 갑천 호수공원 조감도>  
실제로 몇몇 자치단체의 경우 무분별한 전임 단체장 추진 사업의 백지화 대신 아이디어 보완이나 발전적 승계가 이뤄져 주목을 받고 있다.

대전의 호수공원 사례가 좋은 예다. 대전은 박성효 시장이 전임자인 염홍철 전 시장의 호수공원 사업에 부정적 견해를 2006년 지방선거 내내 가졌었고 당선 직후에 재검토까지 했었다.

하지만 대전은 2009년 6월 수상레저도시를 표방하면서 갑천라바보(최고수심3.5m)를 88억원을 투입하여 이전설치, 갑천 호수공원을 조성하였다. 이를 통해 대전에는 수상레져공간이 생겼다. 이밖에도 방동저수지 등과도 연계, 다양한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다.

전남 담양의 대나무신산업 역시 이정섭 군수가 재검토 입장을 접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 경우다.

좋은 아이디어는 재검토를 통해 일부분 고치더라도 살린 케이스들이다.

결국 지방의 경우 서울 등 수도권 지역과 달리 발전 동력을 찾기 어려운 만큼, 단체장 선거가 있을 때마다 추진 사업 재검토 논란이 무분별하게 붙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좋은 사업 아이디어는 지나친 정략적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을 자제하는 선량들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단체장이 혹시 교체되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오히려 공약으로 삼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할 요구 또한 높아지고 있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