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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임시조직' 성공 키는 어디에?

일부 은행 단기성과주의·매너리즘 운영 실패 교훈삼아야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4.05 15:21:31

[프라임경제] 은행권에 상품 개발 아이디어·신수익 모델 창출과 효율적 조직 운영을 위해 애드호크라시(임시 조직, 연성 조직)가 뜨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아직 FT, 소규모 조직, 각종 위원회, 매트릭스 등으로 대변되는 임시 조직의 역사가 은행이라는 보수적 문화에 접목된지 역사가 일천하기 때문에 그간의 노력을 모두 폄하할 수는 없다. 다만 이미 발견된 문제점에서는 타산지석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TF, 위원회 조직 등 단기 성과 위주 운영은 '우려' 

상품개발을 위한 개발부서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은 특히 2002년 카드 대란 등 금융권이 영업 경쟁 격화로 본격적으로 들어선 이후 두드러지게 목격되기 시작했다.

각 영역별로 흩어져 있던 상품개발 기능을 전담부서로 몰아주는 은행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먼저 상품개발부서를 독립시킨 곳은 신한은행(2003년), 이후 하나은행 등으로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의 상품개발 기능은 특별한 아이디어를 많이 낸다는 평을 얻었다.

금리 급변 가능성을 불안하게 여기는 고객들의 수요를 끌어낸 수신상품인 '369정기예금'이나 대출상품인 '안전지대론' 등을 마련해 여수신 모두에서 새로운 니즈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상품 설계에서 참신함과 수요 창출에 역점을 주다 보니 무리수를 두거나 단기 성과에 매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걸리 정기예금이 일부 주종의 유행에 편승, 음주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직면한 것은 해프닝에 가깝지만, 2007년 하나은행이 내놓은 '하나 마이웨이 카드'가 '과당 경쟁 유발'을 이유로 신규 발급이 중단된 것은 카드계 후발주자로서(당시 하나카드 분사 전으로 하나은행에서 카드를 설계했음) 점유율 높이기를 위해 하나은행이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는 사정이었다는 풀이다. 같은 사례로 YES 24와 손잡고 내놓은 카드 상품 역시도 서점업계 등의 반발과 당국의 조사 가능성 등으로 일찌감치 막을 내렸다.

더욱이 2007년 봄 출시 때만 해도 당시 상식을 초월한 상품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안전지대론'이 이후 금리상승기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점은 단기 성과주의의 폐해 케이스로 분석된다.

안전지대론은 일명 금리상한형 대출로,가입시 금리상한선을 설정할 수 있어(이를 '캡'이라고 한다) 시중금리 상승기에는 최초 설정한 상한선 이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지 않고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금리도 따라서 내려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당초 이 상품이 출시 초기 인기를 끈 기대요인인 '금리 상승기에도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상한 약정에 가입하면서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가산금리(옵션 프리미엄) 때문에 발목을 잡혀 결국 효과가 상쇄됐다는 것.

시중금리가 급락하자 금리상한형 상품의 이자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옵션프리미엄이 상향 조치되면서, 부담이 전가된 셈이다. 결국 금리 상승기를 대비한 상품으로서의 효용성이 사라진 셈이다.

하나은행의 '이자안전지대론'은 2008년 0.48%%의 옵션프리미엄을 적용했으나 이것이 2009년 가을에 이르면 1.85%까지 올라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조직도 오래 되면 매너리즘 불가피, '지속적 환기 필요'

국민은행은 최근 전행적인 신상품 개발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상품위원회'라는 별도 회의를 만들었지만 페이스 조절을 못해 초기 성과치를 모두 다시 잃다시피 한 경우다.

국민은행은 상품위원회를 통해 은행의 전체적인 상품개발 전략에 따른 상품을 개발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등 조직 유연성을 2005년경부터 추구했다.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예 파생상품사업단을 별도로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파생상품에 대한 남다른 투자와 위기관리 노력으로 초기에는 운영 성과와 내실을 구하는 데 성공하는 듯 보였지만 점차 파생상품 투자관리에서 손실을 보게 된다. 우리은행이 파생상품의 부적절한 투자로 손실을 보다가 이후 이를 계기로 와신상담한 것과는 반대의 길을 걸은 셈이다.

일례로,국민은행은 외환파생상품에서 2008년에는 2114억원의 수익을 기록했지만 반년 후에는 15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비정형 임시 조직 가동이라는 카드로 효과를 봤지만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지하지 못해 매너리즘에 빠지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우리은행은 최근 스마트폰 뱅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TF를 구성해 가동했다. 사무실 외곽 여유공간에 파티션을 치는 등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제 몫을 다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족한 여건에서도 고군분투해야 존재 가치 있어

이런 점에서 우리은행의 U뱅킹사업단 활동은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이는 e비지니스사업단이 확대 개편된 조직이다. 각종 온라인 거래에서의 경쟁 격화는 물론, 스마트폰 뱅킹에서의 하나은행·기업은행 등 경쟁업체 시장 선점 우려 등으로 사업 부문의 확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다만 이같은 사업부 내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거나 이미 정형화되어 있는 업무가 아닌 신규업무이기 때문에 소화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은 3월말을 시한으로 TF를 마련한 바 있다.

   
  <사진=TF 등 임시조직은 역동성을 잃는 경우 존재 가치를 잃는다는 것이 그간의 임시조적 가동에서 은행권이 얻은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은 우리은행이 스마트폰뱅킹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진 것을 만화하기 위해 구성한 TF가 내놓은 작업물>  
우리은행이 최근 자체 스마트폰 기반 뱅킹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하고 주요 SW전문업체로부터 제안서를 접수, 4월 중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에도 이 TF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들이 대들보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뱅킹 TF는 U뱅킹사업단의 사무실 밖에 임시로 설치된 회의 테이블을 중심으로 헤쳐 모여식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FT라고 하면 호텔방을 잡아놓고 비밀리에 일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돼 있고 소속원들이 특권 의식마저 갖는 게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일각의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역동성 담보를 위한 고육책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어느 조직·회사·산업영역이나 마찬가지지만, 임시 조직은 단기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매몰되거나, 역동성과 속칭 헝그리 정신을 잃고 또다시 '많은 부서 중의 하나'로 화석화되는 경우 존재 가치를 잃는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금융위기 여파가 걷히는 작금의 시점에서 은행권이 지난 세월 임시 조직 운영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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