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딱딱한 관료주의 분위기가 지배하던 은행권이 유연한 조직 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이미 1990년대 초반부터 존재하기는 했지만 근래 들어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은행권은 메가뱅크론과 M&A 대전, 금융권의 경쟁 심화 등을 헤쳐나갈 역량을 구성원의 에너지로 '인적 자원'과 '아이디어'에서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유연성 떨어지는 조직문화로는 시대 조류 못따라가" 위기감
앨빈 토플러가 이미 '미래의 충격'에서 언급한 애드호크라시(임시 조직, 연성 조직)의 유연성이 30여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 은행권에서도 논의되는 모양새다. 그간 지위나 역할에 따라 종적으로 조직되었던 조직, 관료적 혹은 군대식 조직이 기능과 전문적 훈련에 의해 유연하게 기능별로 분화된 조직, 횡적인 연결 조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각종 특별위원회, 태스크포스, 매트릭스 구조 등 애드호크라시의 전형으로 논의되는 구조들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직원들을 주어진 일에만 전념하는 구성원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데에는 이들 조직이 모두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이디어 창출 위한 비정형적 조직 활성화
이런 조직 중에서는 '아이디어 창출을 위한 소그룹 활동'이 가장 오래 전부터 태동했다.
기존 조직의 틀을 깨지 않으면서도 가욋 수입을 노리는 포석으로, 향후 등장할 각종 연성 조직들을 시험하는 징검다리 역할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영프론티어'라는 소그룹 활동을 통한 기업문화 개선 노력이 존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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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신한은행 영프론티어와 겔-포스 엠블럼> |
정보 공유 및 변화의 바람을 행내에 알리고자 1999년에 실시한 'Know-how 공모대회'와 인터넷의 발달로 소원해진 직원간의 우애를 다지기 위해 실시했던 'Like A Family 행사' 등이 이 그룹에서 창안한 작품이다.
여기에 자매조직으로 여직원 모임인 '겔-포스'가 출범하기도 했다.
경남은행이 근래에 아이디어 제안을 상명하달식이 아닌 상향전달식으로 바꾸기 위해 'WhyDea(업무제안제도)심사자 교육'을 실시한 것도 아이디어 뱅크를 활성화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자 소그룹 활동의 전초 단계로 읽힌다.
효율성 창출과 전략적 비용절감 아이디어를 종전의 하달식(Top-Down)에서 상향전달식(Bottom-UP)으로 바꾸려면 아이디어의 공정한 심시와 선정이 전제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경남은행 측은 이를 기반으로 부서 및 점포별로 자체 혁신과제를 선정해 실행하는 WhyTing(소그룹활동) 활동과 이를 주도해 나갈 Maestro(혁신리더)의 역할도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횡적·업무 효율성 조직 문화 논의도 시작
하나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조직은 수직적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횡적인 연결을 통해 업무 중심으로 뭉친다는 논리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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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하나금융지주의 매트릭스 조직 선포식(2008년)> |
부산은행이 2009년부터 조직 발전을 위해 다양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기위해 4급 책임자 이하 젊은 직원들로 '청년이사회'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간 것도 횡적 조직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제스처로 읽힌다.
부산은행은 40세 이하 본부부서 및 일선 영업점 책임자 10명으로 청년이사회를 구성해 아이디어를 CEO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TF, 위원회 조직 등 '헤쳐 모여'…일반기업으로 치면 R&D역할 자임
조직의 연성화 경향을 통해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 부문의 분화라든지 한시적 조직이 탄생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일이 필요할 때마다 위원회를 설치하는 가지키기도 이같은 경향의 일환이다.
이때 부각된 것이 상품개발부의 분리 신설과 확장 경향이다. 기업으로 치면 R&D(연구 개발)부서와 같은 곳으로 차세대 먹거리 개발을 위해 젊고 유능한 인재들을 모으고 힘을 실어주는 경향이 여러 은행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례로 경남은행의 경우, 기존에 분리돼 있던 은행의 모든 상품개발기능을 개인고객사업본부에 통합, 상품개발부에서 맡도록 했다.
하나은행의 상품개발부는 금리 변동기에 불안한 심리를 간파, 이 수요를 잡기 위해 금리 변동시 유리한 다른 상품을 찾아 중간 이탈을 할 수 있도록 출구를 열어두는 '369 정기예금' 상품을 개발한 바 있고, 금리상승폭을 아예 제한한 대출상품인 '안전지대론'을 출시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이 e비지니스사업단을 U뱅킹사업단으로 최근 확장 개편하면서 전자금융으로 특정됐던 사업 부문을 유비쿼터스 금융으로 넓힌 것도 유사한 사례다. U뱅킹사업단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업무 추진을 독려한다는 차원에서 정장 대신 사복 근무를 장려받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뱅킹을 연구하는 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우리은행이 최근 자체 스마트폰 기반 뱅킹 서비스를 구축하기로 하고 주요 SW전문업체로부터 제안서를 접수, 4월 중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이 TF에서 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경쟁 은행들의 스마트폰 뱅킹 노력을 따라잡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마련하기 위해 사업단 역량을 TF 구성으로 추진하는 셈이다.
이처럼 보수적인 조직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은행권 문화가 연성, 비정형적 조직으로 분화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다만 그 역사가 짧아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앞다투어 유행처럼 추진되는 조짐이나, 불필요하게 잦은 조직 개편으로 인한 피로감을 해결할 방안 또한 주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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