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스마트폰이 개인생활은 물론 업무 편리성을 높일 구세주로 평가받고 있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이하 서울도시철도)에서는 스마트폰 지급이 직원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는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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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옴니아 스마트폰> |
6500대가 지급된 스마트폰 기반 시스템의 효용에 근원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인 셈이다.
◆도시철도공사, "스마트폰으로 약1200억 절약"
서울도시철도는 스마트폰 기반 지하철 유지관리시스템 'STnF(SMRT Talk and Flash)'를 운용 중이다.
서울도시철도가 KT와 공동 개발한 STnF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시설물 고장 신고부터 현장조치, 결과입력은 물론 이력조회와 분석, 예방점검 계획까지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현장에서 신고를 접수받아 즉시 대응조치를 취한 후 사무실로 돌아와 컴퓨터로 입력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과를 입력한다.
직원들이 현장에서 문제를 파악하지 못해도 개인 스마트폰으로 고장난 시설물의 바코드를 사진으로 찍으면 △해당 시설물 정보가 단말기 화면에 뜨고(정보 파악 가능) △고장 여부를 본부에 접수하고 △고장 유형에 맞는 조치내용과 지원사항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
서울도시철도는 최근 시청에서 열린 ‘투자출연기관 창의경영 사례발표회’에서 이 STnF 업무지원 시스템을 내놓을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
보고 내용 등을 종합하면 이 시스템 구축으로 서울도시철도는 운영비용 절감과 인력운영 효율화를 통해 1282억원의 순편익이 창출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 "일처리 도움 안 돼" 설문조사결과 내놔
하지만, 노조 측 이야기는 다르다. 노조 측은 '현안관련 기술본부 조합원 전자설문'을 내놓고 회사의 분석을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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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서울도시철도 노조> |
노조는 또 '스마트폰으로 하루의 업무 입력시 소요되는 평균 시간'에 대한 질문을 던졌는데 '1시간 이상~2시간 이하'라는 응답이 33.6%로 가장 높았으며, '2시간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1.4%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시간 이하'는 29.6%, '30분 이하'는 15.4%로 나타났다.
충분한 병행기간 없이 스마트폰으로만 입력하도록 지시가 내려온 데 대한 불만도 노조 게시판 등을 통해 제기됐다. 치적 쌓기를 위해 빠른 속도로 상명하달식 정착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풀이를 낳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통화가 잘 안 되는데 입력을 이 경로로 하느라 힘들다는 불평도 제기된다.
◆통화효율성 위해 비싼 '쇼옴니아' 사도 별 수 없다?
이는 지하철이라는 사업장의 특성상 지표로부터 깊은 지역들은 음영지역(통신이 잘 되지 않는 지역)이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도시철도는 와이브로망을 확중해 이런 음영지역을 없애는 데 치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이번에는 굳이 스마트폰 중 '쇼옴니아' 기종을 택해 지급한 것의 정당성이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SK텔레콤(옴니아2), LG텔레콤(오즈옴니아)를 각각 월 4만5000원짜리 정액요금제에 가입하면 옴니아2를 24만원에 구매할 수 있을 때 KT에서는 똑같은 정액요금제에 가입해도 40만5900원에 구입할수 있는 등 쇼옴니아의 가격 경쟁력은 같은 삼성 옴니아2 형제들에 비해서도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그럼에도 서울도시철도가 당초 쇼옴니아를 선택한 것은 이 기종이 와이브로, 와이파이,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등 3종의 네트워크를 모두 지원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옴니아 전화기인 옴니아2, 오즈옴니아보다 쇼옴니아가 월등하게 비싸게 팔리는 까닭을 '와이브로 기능'의 삽입으로 보는 해석이 있는데, 서울도시철도는 사업장 특수성 때문에 이에 주목했다는 것이다(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아이폰 문제로 KT와 앙금이 남아 유독 쇼옴니아에만 보조금을 적게 주기 때문일 뿐이라고 분석하기도 함).
서울도시철도는 5,6,7, 8호선 구내에 이미 빠른 와이브로망이 깔려 있는데다 지하에서는 WCDMA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아이폰은 물론 다른 옴니아폰들보다 출고가가 비싼 쇼옴니아를 주저없이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음영지역 이야기가 어떤 형태로든 나오는 것을 보면, 와이브로든 WCDMA든 사각지대는 별 수 없이 있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굳이 왜 6500대나 발주해야 하는 스마트폰이 쇼옴니아인지 아울러 더 나아가서는 업무망 구축 파트너가 KT인지에 대해서도 절대적인 비교우위가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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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노조원의 스마트폰 시스템 추진 관련 불만에 노조 관계자는 "일방적 하달로 스마트폰으로만 (업무 내용을) 입력하라는 것은 불가하다"며 지속적 항의 입장을 밝혔다. |
◆일각에서는 직무 통합 중, '스마트폰 들고 감원 절벽에'?
이에 따라 이렇게 비싸게 시스템 구축, 스마트폰 지급을 한 것이 이유없는 예산낭비라는 비판이 제기가능하다. 스마트폰 기반 지하철 유지관리시스템(STnF)을 위해 약 90억원에 달하는 개발 비용이 나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서울도시철도 형편상 불필요한 지출이 아니냐는 것이다.
2009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원유철 의원(한나라당)은 "행안부의 '2008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및 기관성과급 지급현황' 분석 결과 서울도시철도는 지방공기업 적자규모 1위를 기록했음에도 사장 성과급 지급률이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비판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음영지대(사각지대) 논란이 존재하는 시스템 구축을 위해 자금을 쏟아붓고 '창의 시정' 사례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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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각종 기술단으로 인력이 빠져나간 상황에서 스마트폰이 개인 실적관리의 채찍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문제는 또 있다. 현재 서울도시철도 일부에서 추진 중인 직무 통폐합과 스마트폰을 통한 업무 효율 제고가 결합되는 경우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다. 실제로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일부 직무가 통합되면 직원 해고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해하기에 따라서는 막상 스마트폰을 직원들에게 지급해 놓고 일부 직무 종사자들에 대해 현장 출퇴근을 유도하는 이유가 '일자리 줄이기' 포석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결국 스마트폰 기반 업무 시스템의 효율성이 아직 정확히 검증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울도시철도노사간의 진실 공방은 상당한 진통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문제가 정확히 검증된 후에도 효율성 제고가 크든 작든 직원 감축의 명분으로 활용될 경우 노조 측 반발은 2 라운드 돌입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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