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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에 비춰본 농식품부 공무원 교통사고

음주 차량 탑승 논란에도 해당부처 직원 상해보험은 유효할듯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30 13:52:10

[프라임경제] 26일 밤 충남 태안군 청포대해수욕장에서 차량이 바위와 충돌, 차량에 타고 있던 농림수산식품부와 태안군 공무원 등 8명이 숨진 사고에 관련, 보상금 문제가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밤 경찰이 운전자(사망)의 만취 사실을 밝혀 내면서, 음주 운전에 따른 순직 인정·공무상 사망 인정 여부와 운전자들과 동승자들의 보상금 감액 가능성 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

아울러 농식품부 공무원들의 경우 소속 부처에서 상해보험을 들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이 부분도 논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만취자에게 운전을 맡기고 동승한 경우, 그것도 다른 2대의 차량과 다른 경로로 들어가 사고를 낸 경우에도 상해보험을 받을 수 있을까? 또 만약 일부 면책 약관이 존재한다면 보상 범위는 어떻게 될까?

태안 공무원 인명 사고 건을 둘러싸고 보험 분야에서 한동안 관심을 모았던 화두인 상법 732조의2가 다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요약하자면, 상해보험을 든 자가 중과실로 사고를 만나 사망에 이르른 경우, 보상 여부 문제다. 

농식품부가 가입한 상해보험은 보상 한도가 인당 각 1억 원씩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상 순직에 따른 보상금 등이나 순직처리시 될 경우 국가유공자 대우는 일단 논외로 하고, 보험금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 상법은 '제732조의2 (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생긴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액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과실 보상 여부 둘러싸고 2000년부터 개정 논의

대법원에서도 이 규정에 의거, 전액 보상을 하도록 판결해 왔다.

손해보험사들은 1998년까지 음주나 무면허 사고를 보험금 지급 면책 사유로 규정하고 아예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대법원이 1998년 이 면책 약관이 상법 제732조의2 규정에 맞지 않아 무효라고 판결한 것.

이같은 법원의 판결이 파장을 일으키자, 중과실 등에까지 보상을 해 다른 보험 가입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킬 필요가 없다는 반대론과 법규정에 대한 찬성론이 2000년 보험법학회 등을 법학계에서 논의된 바 있다. 한양대 박세민 교수(상법학)가 2007년 8월 '법무부 상법 보험편 개정 공청회'에서 "(상법) 제732조의2가 고의사고만을 면책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면책조항이 유효한가 아니면 무효인가에 대한 해석상 치열한 다툼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처럼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왔다.

실제로 2007, 2008년에 국무회의에서도 상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이 규정에 대해 '단서'신설을 검토한 바 있다. 

개정 법안은 제737조의 2(상해보험자의 면책사유)의 경우, 단서를 통해 ‘반사회성 및 고도의 위험성이 있는 행위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의 경우에는 보험자가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삽입하기로 한 바 있다.

◆개정론에 보험소비자들 반발, 법원도 관련 태도 '일관적'

   
   
보험소비자연맹은 2008년 8월 27일 성명을 통해 "음주운전(연간 41만명)과 무면허 운전자(연간 14만명)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사고를 줄이겠다는 보험사들의 의견도 일리는 있으나 이러한 규제는 자동차보험이나 운전자보험 만으로도 충분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주장했다.

법원 역시 개정론 와중에서도 이전 판례의 태도를 변화시키지 않은 판결문들을 내놨다. 법규정이 바뀌면 모를까 새삼 해석 태도를 변화시키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일례로, 2009년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7부는 ㈜그린손해보험이 교통사고로 숨진 A 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일부)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즉 채무, 보험급 지급의 의무가 존재한다는 판단)했다. 당시 보험에는 '음주상태에서 운전하다 사고를 일으킨 때에는 사망보험금의 20%만 지급한다'는 약관이 있었으나, 20%가 아닌 100%를 인정한 사례다.

◆2010년 5월 시행 예정 개정안도 '단서 無'

이처럼 지루한 논란 끝에, 금년 5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상법 개정안(입법예고) 역시 이 조문에 단서를 붙이지 않는 것으로 정리됐다<표 참조>.

   
  <사진=금년 (2010년) 5월부터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입법예고)은 법제처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단서 조항 신설로 보험사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논의보다 이 조항을 그대로 유지했을 때의 이익이 크다는 주장이 긴 토론과정에서 이긴 셈이다.

따라서 이 사고로 사망한 농식품부 공무원들의 경우에는, 만취 중 운전 및 동승 사실이 드러나면서 순직 인정 여부나 공무상 사망 인정 여부와 이에 연관된 3년치 급여+유공자 혜택+공무상 재해 보상금 등의 지급 여부와는 전혀 별개로, 소속 부처에서 들어준 상해보험의 보상금을 전액 받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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