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국 합작으로 추진되는 거대 경제 프로젝트가 각종 정치 논리로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2005년 기업도시 논의로부터 출발한 무안 한중산업단지 개발사업은 정권이 바뀌면서도 국토해양부, 전라남도개발공사, 중국 중경시 등의 관심을 받으면서 한중 양국 파트너십의 모범 사례로 성장해 왔지만, 지방선거 등 문제로 인해 일순간에 백지화 처지에 봉착했다. 때문에 ‘정치 논리에 의한 희생양’, ‘민주주의 논의 과정의 반대급부로 이해하기에는 석연찮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5일 전라남도 무안군에서는 두 건의 집회가 열렸다. 오전에는 군청 앞에서 한중산업단지 백지화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고, 오후 3시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윤석 의원 사무소 앞에서 단지 조성 계획 지속을 주장하는 집회가 열려 세를 과시했다.
이처럼 한중산업단지 문제를 놓고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오는 6월 2일 치러질 지방선거 여파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현직인 서삼석 무안군수에 맞서 김철주 전라남도의회 의원과 정해균 전 여수시 부시장 등이 출마 의사를 천명하고 있다.
이 와중에 현안이 많지 않은 지역 특성상 한중산업단지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김 의원은 지난 11일 이윤석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중산업단지 등) 기업도시 문제를 백지화해 새로운 무안발전의 신동력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부시장 역시 지난 9일 출마의 변으로 “5년 동안 군민의 모든 권리를 제한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기업도시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슈 제기에 힘입어 한중산업단지 백지화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집회까지 이르게 됐고, 반대로 한중산업단지 찬성론자들은 찬성론자들 대로 집회를 여는 등 갈등이 촉발된 상황이다.
결국 이번 군수 선거를 위한 이슈로 기업도시 문제, 그리고 시업도시 일환으로 추진돼 온 한중산업단지 프로젝트가 일도양단의 갈림길에 서게 된 셈이다.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만큼, 누가 차기 군수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한중산업단지 운명 자체가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
하지만 한중산업단지 프로젝트가 무산될 경우 외교적 망신으로까지 번질 소지가 다분해 정치 논리로 접근하는 데에 일말의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지역 경제의 발전 모멘텀을 선거 정국에서 근시안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문제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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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집회에 참가한 지역주민들. 25일 열린 두 집회에 관해 지역 언론매체 등을 종합하면 백지화를 주장하는 집회에는 약 60명, 조기 사업집행 등을 요구하는 궐기대회에는 1500여명이 참석했다.> |
◆국제경제교역 중심지 입지조건 최적
한중산업단지 구성 사업은 황해를 중심으로 한 한중일 국제교역에 전남 무안이 최상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는 장점에 기반한 아이디어다. 총 1770만㎡(약 536만평)을 개발, 한중 양국간 경제교류 모델로 만든다는 것이다. 반경 1000Km 내에 서울, 인천, 북경, 도쿄, 오사카 등 동북아 3개국의 국제도시 66개가 분포해 공업 뿐만 아니라 교역 중심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더욱이, 전라남도 무안군은 2009년 기준 재정자립도 12.0%로 9단계 등급을 받은 바 있어 경제적인 모멘텀 마련이 시급한 지역이다. 이를 해결할 핵심 사업으로 한중산업단지를 건설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지역민들은 물론 기업도시 건설의 모델 사례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끈 바 있다.
중국으로서도 경제 위기와 올림픽 개최 이후 거품 붕괴로 인한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륙 개발 방침 외에도 새로운 경제 발전 지속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 국가적 차원에서 해외 투자 기지를 발굴하는 데 호의적이라 이 같은 양국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무안 기업도시 내 한중산업단지에 주목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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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무안군청의 기업도시 개발 계획도> |
◆한국과 중국, 이해관계 맞아떨어져 급부상
기업도시는 지난 정권에서 논의됐던 것으로, 지역별 자립 원동력을 마련하려는 계획이다. 한중산업단지는 무안 기업도시의 구체적 방안 중 하나인데, 기업도시 중 일부로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기획안이라 지역뿐만 아니라 중앙행정계에서도 관심을 보여왔다.
2005년 7월 당시 정부는 무안을 산업교역형 기업도시 시범지역으로 최종 선정했다. 이런 가운데 한중산업단지를 조성하자는 구상이 추진됐고(현 한중미래도시개발) 중국에서도 과학기술부장관이 한국을 방문, 한중 국제산업단지 건설을 위한 기술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투자협약을 통해 중국 측에서는 중국광하그룹, 한국 쪽에서는 무안군과 델타씨앤씨가 참여하는 투자협약이 체결(2005년 9월)됐고, 2006년 1월에는 무안 기업도시와 중국 중경북부신구 간에 우호도시협약도 성사됐다.
주한 중국대사관 역시 2006년 6월 최종의견서를 제출하고 그 무렵 중국개바은행도 대출승낙서를 발행했다. 이에 화답, 2008년 10월에는 한국 정부 당국에서는 국토해영부가 무안기업도시 내 한중국제산업단지 개발사업 심의를 통과시킴으로써, 한중산업단지는 양국기업간 투자협약 차원을 넘어 두 나라 정부가 연관을 맺은 사업으로까지 위상이 높아졌다. 무안군에서는 국무총리실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중앙부처의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한 채널을 가동하는 등 노력해 왔다.
◆정권교체에도 안 흔들렸는데…
결국 이처럼 중앙정부의 여야간 정권 교체 등 여러 혼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중 양국이 신뢰감을 갖고 5년 가까이 추진해 온 사업이 최근 흔들리는 것은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 반대론자들의 출마 등이 합쳐진 효과라는 풀이다.
기업도시추진위원회나 한중국제산업단지개발(주) 등은 최근 서울동부지검이 수사에 착수한 비자금 조성 논란에 대해서는 오히려 담담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보인다. 의혹을 제기한 쪽에서 꺼내든 비자금 조성 논란의 규모가 사업 초기 자본금보다 오히려 커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 오히려 문제를 털어내고 나면 사업 투명성이 높아져 부당산 PF 등을 은행들로부터 끌어내기 좋아질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오히려 문제는 지역 여론을 좌우하는 선량들의 태도라는 소리가 나온다.
최근 진행돼 3월말 결과 발표를 앞둔 감사원 감사의 경우 이윤석 의원 측이 서명을 받고 나서 정쟁거리로 삼는다는 비판론이 대두된 바 있고, 군수 출마자들의 경우도 백지화 논의에 불을 당기려는 태도여서 군수 선거나 서 군수 견제론 등 정치 논리로 인해 일각에서는 지역의 차세대 먹거리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사업 파트너인 중국 측의 태도가 바뀌면서 국제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집안싸움이 나라 망신으로 불거지는 ‘난센스’가 우려된다는 것.
한중미래도시개발(주)에서 지난 2월 중국 출장으로 회의를 가졌을 때, 상무부와 중국 중경시 관계자, 중국 동조장태(기업) 등 중국측 관계자들은 사업 지연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견해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쪽 태도는 아직까지는 상무부 등 중국 측이 적극 협조를 하겠다는 태도는 변화가 없다는 것으로 종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측에서 이미 한국 쪽에서 ‘주관적 원인’으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는 게 아니냐는 완곡한 불만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는 전언은 문제의 심각성을 시사한다. 다른 객관적 문제가 아닌 향후 지역 정치 논리 다툼으로 인한 사업 좌초시 국제분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 과정은 무안군수의 교체 문제뿐만 아니라, 한 지자체의 향후 발전 향배를 가늠할 계기로 주목된다. 아울러 한중간 경제 협력 신뢰의 고임돌 하나가 빠지느냐의 점에서도 크게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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