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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팔아 실적올리는 막걸리적금?

하나은행, 조심 분위기 아랑곳않은 '음주조장 상품' 논란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23 16:54:09

[프라임경제] 하나은행이 막걸리를 즐기는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지급하는 '생막걸리 하나적금'을 내놔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당행은 23일부터 이 금융 상품 판매에 나섰는데, 3년제 적금 기준 기본금리 3.5%에 우대금리를 전부 적용할 경우, 최대 4%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막걸리를 즐기는 고객에게는 여러 명목으로 추가 금리(0.2%까지)를 주고 있다.

   
  <사진=전통주 사랑을 북돋는 상품? 음주 조장 상품? 하나은행이 생막걸리 하나적금을 23일 출시했다. 이 상품은 막걸리에 관련된 여러 가산금리 혜택을 규정, 음주 조장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 상품은 우리 쌀 소비를 장려하고, 고유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막걸리를 주제로 고객에게 재미있게 다가설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지출면에서 보면 문제가 없지 않은 상품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음주 조장' 논란도 불가피하다.  

◆음주 조장 판촉·홍보 이벤트 관련당국 철퇴·업체 자중

대 금리 대상 내역을 보자. '막걸리 즐기기 우대(가족, 친구 등과 막걸리를 즐기는 사진을 제시할 경우)', '추억나누기 우대(과거 추억의 흑백사진 제시)', '막걸리 건강약속 우대(통장에 막걸리를 건강하게 즐기겠다는 서명을 할 경우)', '막걸리 팬(fan) 우대(막걸리를 가장 선호하는 연령대인 만 35세 가입 시)' 등 4개 항목 중 2개 이상이 충족되면 0.2%의 추가 금리가 더 붙는다는 게 하나은행 측 설명.

막걸리를 선호하고 '보졸레 누보(햇포도주)'에 비견해 '막걸리 누보'까지 나오는 상황이고 보면, 막걸리로의 저변 확대는 나쁜 것만은 아니고 이런 열기에 편승하는 제품이 나올 수도 있다. 다만 술을 권장하는 자체에 대해 이미 사회적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음주 행위에 우대 금리를 주는 행위는 즉 일종의 판촉이나 이벤트, 증정 등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인데 이런 활동에 대해 이미 사회적 공감대는 하나은행과 다른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

2009년 초에는 진로가 이미 'J 소주' 증정 행사에 대해 건강증진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고 당국이 조사 방침을 밝히자 회사 스스로가 이를 철회한 적이 있다. 두산 역시 2008년 병뚜껑을 이용한 행사를 하다가 음주 조장 논란이 붙자 행사를 접었다.

아울러 2010년 들어 롯데 등 경쟁사들과 치열하게 가격 경쟁 중인 신세계 이마트 역시, '신가격정책'의 일환으로 '진로 참이슬'까지 가격 대폭 인하를 확대한다는 소문이 흘러나왔지만, 역시 음주 조장 논란 때문에 해당 업체가 이를 단행할 가능성이 적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현행법(건강증진법)은 주류 회사가 경품 및 금품을 제공하거나 매체 광고를 통해 음주를 미화·권장하는 행위만 금지할 뿐 그 밖에 음주를 조장하는 행위를 별도로 제재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음주 행위에 호의적인 행사를 하는 자체를 자제하자는 공감대가 기업들 사이에 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만 35세가 막걸리 가장 좋아하는 연령대라고 술권하나?

그러므로 업태가 금융업인 하나은행으로서는 일단 법의 그물망에는 저촉 가능성이 없지만, 일반적 사회 흐름에 역향한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또 있다.

막걸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이른바 만 35세에 대해 혜택을 준다는 '막걸리 팬 우대'를 보면, 30세 이상 남성과 40세 이상 여성 중 고위험군에 해당되는 사람은 간암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일반적인 의학계 권고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상품 설계라는 비판이 가능하다.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간암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음주다. 간암 위험군에 들어가는 연령대의 고객들에게 음주 자제라면 몰라도 '막걸리 팬'을 자처하게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팔아 금융기관 수신고를 높이겠다는 상혼으로까지 오인받을 수 있다.

막걸리 열풍 못지 않게 무병 장수(웰빙)에 대한 사회적 관심 역시 높아지는 가운데,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채우기 어려운 하나은행의 이번 상품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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