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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가계금융직렬 양성 나선 까닭은?

우려 딛고 제도 안착 성공…매트릭스 묘미살릴 첨병 주목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23 09:29:33

[프라임경제] 경제 위기가 다소 꺾이고 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은행들도 채용문을 조금씩 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하나은행의 직렬별 모집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하나은행은 일반 직렬 외에도 가계금융직렬을 별도로 특정해 선발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가계금융직렬 부문의 채용 절차를 마치고 190명의 신입행원을 최종 선발했다.

◆매트릭스 제도 위한 분리 선발…초기 '비정규직렬'과 오인돼 어려움

   
  <사진=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하나은행이 이처럼 타은행과 달리 직렬 선발을 하는 것은 하나은행이 소속된 하나금융지주가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소속 금융기관들을 4개 사업부문(BU)으로 묶어 놓았다. 매트릭스 운영을 총괄하는 코퍼레이트센터BU를 비롯, 개인금융BU(은행 개인금융부문+카드+생명보험+캐피털사)·기업금융BU(은행 기업금융부문+해외 법인)·자산관리BU(하나은행 WM영역+하나증권) 등으로 구성된 것. 따라서 한 은행 안에서도 업무 속성별로 다른 BU에 속하게 된다.

이에 따라 가계금융 부문을 담당할 직원은 기업금융 등 다른 직렬에서 일할 은행원과 별개로 선발해도 무방하다. 이에 따라 2007년 창구 직원 혹은 FM(Floor Marketing)직이라는 이름으로 분리 선발이 본격화됐다.

이같은 가계금융직렬 분리 채용은 초기에는 이른바 '직군제'와 오인돼 설왕설래 많은 말을 낳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과거 금융권에서는 이른바 '여행원 직렬'(1980년대)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직군을 따로 두기도 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이 2007년 비정규직을 고용보장하면서, 비정규직의 직군을 정규직과 분리해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차별은 유지할 수 있게 한 제도를 쓴 것도 직군제의 맥락이다. 우리은행은 비정규직 업무를 '스마케팅직군','사무직군', CS직군'으로 분리하고 여기에 해당되던 정규직을 다른 직군으로 배치했다.

그러나 2008년 봄에는 개인금융직렬 직원 원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평균 55.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빠르게 안착하기 시작했다. 이때 남성 지원자도 3400여명으로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해 전년 상반기 대비 25%보다 비중이 늘어났다는 점도 주로 여직원 비정규직을 원하는 채용 형태가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한 방증으로 해석된다.

   
  <사진=하나은행 직렬별 채용은 시행 초기에는 '정규직 선발'임을 강조할 정도로, 기존 직군(차별)제 관행의 그림자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인수합병으로 덕 못 봤다 위기감이 '공채 육성' 가닥으로

하지만 직렬별 업무 전문화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시중은행이 다 직렬별 모집을 해 초임 때부터 길을 정해놓지는 않는다. 매트릭스 체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라고 해도 설명이 부족하다. 왜 그럴까?

우선, 하나은행 더 나아가 하나금융지주를 괴롭히는 가장 큰 문제인 영업망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이같은 가계금융직렬 선발을 통한 특화된 인재 양성이 절실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은행은 출범 초기부터 미니 은행에서 출발한 핸디캡을 완전히 떨치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열세는 우선 자금 조달 비용부터 차이가 나며, 향후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4대 지주 산하 은행들의 영업 전쟁이 M&A 대전으로 지형 변화를 맞이할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도 하나은행으로 꼽히고 있다.

아울러 하나은행으로서는 M&A를 통해 성장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인적 자원 강화를 할 필요가 절실한 편이다. M&A를 통해 성장해 온 것이 하나은행의 발전사이자(보람은행, 충청은행에 이어 2002년 서울은행 합병) 하나금융지주의 태동이라고 할 수 있지만 막상 M&A의 효율이 높지 않다는 점을 가장 크게 느끼는 것 또한 하나은행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나온 한국신용평가 박일문  연구위원의 '은행간의 합병은 신용도에 긍정적인가' 보고서를 보자.

이 보고서는 국민+주택(A), 신한+조흥(B), 하나+서울(C) 등 3개 케이스의 합병사례를 분석하고 있다. 여기서 하나은행은 판관비 효율면에서 세 합병 케이스 중 가장 우수한 수준<그림 1>, 막상 이것이 예수금 기준 시장 점유율 추이를 올리는 데에는 직결되지 않고 있음을<그림 2> 알 수 있다.

   
  <그림 1=하나+서울 합병 케이스(C)는 판관비/총자산 비율 관리에는 성공적이었지만, >  
   
  <그림 2=막상 성장에는 큰 도움이 안 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서울은행이 하나은행으로 인수되기 전, 부실을 털어낸다는 이유로 인해 상당한 인력 감축을 하고 하나은행으로 넘겨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당시 학살이라는 반발을 낳을 정도였던 서울은행 강정원 당시 행장(현 국민은행장)의 구조조정과 하나은행으로의 매각 마무리는 유형 자산면의 통합과 당장의 판관비 관리에서는 효율적이었을지 몰라도, 상당한 영업망의 무형 자산 손실을 통합은행(하나은행+서울은행)에 선물했다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역사가 깊은 은행의 인적 자원과 점포망을 끌어안고, 기존 은행원들과 피인수 은행의 행원간 중복 투자를 줄이는 등 노력을 해도, 기본적으로 영업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인수합병은 폭발적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하나은행이 약한 일선가계영업면은 신입공채 인재 육성을 하지 않고서는 해결을 볼 수 없고, 자체적인 영업 전문가 집단을 갖추지 못한 인수합병은 성장 효과에 한계를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기업금융 등 다른 영역과 조화가 과제

김정태 행장이 특히 하나은행의 가계금융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점도 가계금융직렬의 특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김 행장은 행장으로 부임하기 직전 스페인 산탄데르은행에 연수를 다녀 온 바 있다. 이 은행은 특히 가계금융에 특화(전체비중 중 82%가 가계금융)돼 있다. 김 행장이 취임과 동시에 서울지역 내 9개 영업본부를 13개로 늘린 것도 여기서 배워온 가계금융 중심 영업 강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많다.

그러므로 이같은 고민을 해결하고 매트릭스 제도 실험을 성공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가계금융직렬에 평생을 몸담을 직원들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수 있다.

이같은 직렬별 전문성 강화가 성공하면 장래에는 가계금융직렬 입행자 중에서 개인금융BU장을 배출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다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제도가 나름대로 안착하고는 있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특히 근무연한이 짧은 직원, 갓 입사한 직원이나 응시자(예비 직원)들의 경우 다른 업무에 대한 환상이 큰 것이 엄연한 사실이므로 이들에 대한 인사 등 보상이 어떻게 진행되는가가 관건이라는 것.

"실제로 (신입) 행원들의 경우 본사에서 근무하기를 바라지 일선 점포에서 영업하는 게 모양이 덜 난다고 생각하는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는 내부 지적처럼 실제로 이같은 인식이 없지 않다. 또 다른 영업부문과 영업 경쟁이 본격화되는 경우 조율과 협력을 할 만한 균형잡힌 시각을 원천봉쇄 당한 채 내부 성장만 하는 것도 이들의 한계로 볼 수 있다. 계금융과 기업금융 담당 직원 간에 차별화된 임금을 지급하고 있는 점도 자칫 잘못하면 차별 불만을 낳을 수 있어 합리적인 운영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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