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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지주 기초체력 보강 절실

소호대출 부실 유독 심화, 카드 부문 고심도 깊어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18 17:41:09

[프라임경제] 태산LCD 사태를 딛고 수익성 회복의 징조를 보였던 하나금융지주가 다시 기초 체력 문제를 여러 곳에서 드러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이런 상황은 2010년 펼쳐질 우리은행과 외환은행 등을 잠재적 매물로 하는 금융권 M&A 대전에서 발목을 잡을 수 있어 특히 눈길을 끈다. 자칫 1, 2, 3위와 큰 격차가 벌어지는 4위권이라는 현상황보다 더 큰 차이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M&A 대전은 물론 신용카드 부문의 컨버전스 효과 극대화 등을 위해서는 지금 드러난 각종 문제를 조기에 해결해야 할 필요 또한 높다.

우선 현재 하나금융지주가 안고 있는 문제 중 시급한 것은 하나은행이 안고 있는 소호 부문 부실화 우려 부분이다.

주요 시중은행 관련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소호(소규모 개인사업자·SOHO) 대출 연체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하나은행은 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들의 소호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들어 급격한 감소세를 보였다. 이는 부실채권 비율 1% 이하 관리 지침에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사진=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본사>  
국민은행의 연체율은 0.47%로 전기대비 0.50%포인트 하락했다. 전년 4분기 대비, 0.1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국민은행은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소호대출 잔액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실화 가능성을 성공적으로 관리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읽힌다.

◆급히 먹은 밥이 체한 SOHO 영업 문제

신한은행의 소호대출 연체율은 4대 시중은행 중 하락폭이 가장 커 주목된다. 전기대비 0.56%포인트, 전년동기대비 0.42%포인트 줄어든 0.49%를 기록했다. 우리은행도 0.62%로 전기대비 0.28%포인트, 전년동기대비 0.49%포인트 하락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소호대출 연체율은 전기대비 0.81%포인트, 전년 대비 1.02%포인트 개선되는 데 그쳤다. 4대 시중은행중 유일하게 1%를 넘어서며 1.17%를 기록했다. 경쟁 은행에 비해 0.5~0.6%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이는 하나은행이 2000년대 중반 부족한 영업망 등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블루오션으로 소호 부문에 집중했다가 이후 전략 구사에서 자신감을 잃고 우왕좌왕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때 하나은행은 소호본부를 두는 등 관련 문제에 올인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2008년경에 이르면서 조직을 축소하는 등 관리에 들어가는 모습으로 전환했다. 다른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소호 관련 경쟁을 편 것에 비하면 안전 드라이브로 높게 평가할 만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 무렵 다른 은행들의 행보를 보면 소호관련 영역이 부실해지는 상황에 무분별한 확장만을 한 것은 아니다. 당시는 갈수록 주택담보대출이 위축되는 상황이어서 소호 대출을 탈출구로 잡을 필요가 높았던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부 시중은행들은 소호 영역에 내재된 위험성을 의식해 적절한 대안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하나은행이 소호 규모 줄이기라는 총론에 고심할 무렵, 타 은행들은 전문직 등 직업별 특화상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우량 소호고객을 잡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국민은행이 선보였던  ‘KB닥터론’, ‘KB로이어론’, ‘KB메디팜론’ 등 전문직종을 겨냥 상품이 좋은 예다.

결국 ‘소호 영역에 있어서의 출구전략’을 너무 빨리 구사하는 데 골몰했기 때문에 블루 오션은 블루 오션대로 놓쳤고, 연체율 악화라는 부실 문제는 부실 문제대로 손을 쓰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나카드의 앞날은 대기만성? 일모도원?

지난해 11월 2일 법인분리(분사)를 한 하나SK카드의 앞날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신용카드 부문의 경쟁이 2010년 경기 회복 조짐에 관련해 고조되고 있지만, 상승기류를 타는 데 자칫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하나SK카드는 근래 600만 회원 돌파를 선언했고, 앞으로도 통신과 금융의 컨버전스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카드와 현대카드 간 업계 ‘2등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등 어느 때보다 경쟁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하나SK카드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5개 전업 카드사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하나SK카드 뿐이다. 당기순이익 지표를 보면 신한카드 8568억원, 삼성카드 6038억원, 현대카드 2128억원, 롯데카드 1381억원, 비씨카드 641억원 등을 기록했지만, 하나카드는 유일하게 적자(-113억원)를 기록했다.

하나SK카드의 경우 통신과 금융의 융합 효과를 낸다면 성장동력이 폭발적일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총론적인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달라진다.

우선 ‘휴대폰에 카드 기능을 넣는다’고 표현되는 모바일 카드 영역을 보면, 현재 이런 모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모바일 카드를 현실적으로 편하게 쓰기에는 유통 단계에서 이 같은 결제 주문을 인식할 수 있는 단말기가 많아야 하는데 전국적으로도 아직 10만대 남짓이라는 부족한 보급 상황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을 대량으로 나눠줘 모바일 카드의 저변을 늘리는 구상 역시 이미 얼마 전부터 논의되고는 있지만, 부담감 때문에 쉽게 결정짓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결국 하나금융지주가 SK텔레콤을 끌어들이는 점에 있어 통신시장 과포화라는 조건에 몰린 SKT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세밀한 구성을 마치고 최상의 조건으로 카드사를 분사시킬 수도 있었는데, 결국 이도저도 아닌 파트너십을 만든 게 아니냐는 우려 또한 나오고 있다. 

◆상황 파악 실패하면 ‘후폭풍’ 불가피

이에 따라 자기 체력으로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사업을 벌이는 경우 상황이 변할 때 적절한 후속 대응을 세우기도 어렵고, 또 이후 전략을 새롭게 짜는 상황에서도 계속 걸림돌이 된다는 교훈을 입증하고 있다는 것.

이 같은 하나금융지주의 상황은, 현찰 동원력 등 탄탄한 기초 체력이 있으면서도 섣불리 나서지 않고 있다가 최근 유리한 조건으로 M&A 호기를 마음껏 누리고 있는 롯데그룹의 정중동 행보와 대조돼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앞으로 하나금융지주가 이런 문제를 어떻게 추스르면서 차세대 성장 동력 구상을 펼지, 또 M&A 대전을 어떻게 치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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