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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김성호 케이스 비춰본 '김중수 韓銀' 의미

전문가 관한 기대 반영…정무능력 부족,역량으로 커버가 관건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17 08:00:52

   
  <사진=김중수 신임 한은 총재 내정자>  
[프라임경제] 이번 한국은행 총재 발탁 건은 여러 모로 큰 관심을 끌었다.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 김중수 전 한림대 총장이 임명됐다는 소식은 우리 나라 중앙은행이 직면하고 있는 각종 과제, 특히 '출구 전략' 등을 잘 수행할 수 있겠느냐의 문제와 함께 '한국은행 독립성' 등 여러 이슈를 내포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 '김중수 한은號'의 출항은 금융 정책 뿐만 아니라 집권 중반에 들어선 청와대의 '인사 스타일 흐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 외의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무색무취한 전문가… '위기 국면시 중앙은행 역할론' 피력해와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김 신임 총재를 내정했다.

김 총재 내정자는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교수를 거쳤다. 한국개발연구원장, 한림대 총장, 대통령 경제수석 등을 거쳐 OECD 대사를 맡아왔다.

경제학자로서의 전문성을 갖춘 한편, 문민 정부에서는 대통령 경제비서관 및 조세연구원장,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서는 한국개발원(KDI) 원장을 지내는 등 현실 참여도 활발히 해 온 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되기도 했다. 

한 마디로 특별한 정치색이 없는 무색무취 전문가라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12일 KBS 라디오 출연시 발언) "한국은행도 정부다. 한국은행이 정부 정책에 협조하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다"거나 "한국은 인플레에 대한 압력이 그렇게 강한 것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고 평가하는 등 행보를 살펴보면, 현정부가 아직 출구전략을 내세우기 부담스럽다는 주장에 경도된 상황에서 '입맛에 맞는' 생각을 가진 인사로 평가됐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이 경제 위기 극복시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견해를 가진 점이 이성태 전 총재와의 줄다리기로 힘을 빼 온 정부나 청와대 측으로서는 반가웠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정책을 펴기에는 측근을 앉히는 게 가장 적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등 같이 한국은행 총재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 중 이른바 MB맨을 임명하기에는 부담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전문가 중에서 생각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 혹은 무색무취한 전문가를 고심 끝에 고른 것으로 해석된다.

◆측근 발탁시 잡음 막고, 전문성 취하는 일석이조 인사

이같은 수를 둔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은 아니다.

우선 청와대는 이번 정부 첫 국정원장으로 지난 참여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을 지낸 김성호 변호사를 발탁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아울러 청와대는 근래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로 임명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들 두 대표적인 전문가 발탁 인사의 핵심을 보면, 정 전 총리는 지난 대선 국면에서 잠시 '범여권 대선주자'로 부각되었던 이력이 있고 김 변호사는 참여 정부에서 요직에 올랐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관료나 학자 출신으로서 정치색은 뚜렷하지 않다는 공통점 또한 지니고 있다.

요직에 측근 인사를 앉히는 문제로 이미 고소영 내각, S 라인 전진 배치 등 여러 논란을 낳아온 데다, 인재 풀이 생각만큼 두텁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 집단의 선별적 이용은 청와대의 인사 고충을 덜어줄 묘수로 인식될 수 있고, 이런 맥락에서 이번 한은 총재 역시 측근 꼬리표를 갖춘 어 전 총장 대신 같은 '한국은행과 정부의 호흡 중시' 관점을 가지되 정치색이 옅은 김 총재 내정자로 기운 것으로 볼 수 있다. 

◆휘둘리다 일도 못할 가능성은 단점…향후 행보에 눈길

그러나 이같은 인사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뒤따른다.

우선 내부 장악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장악을 위해 지나치게 해당 조직(혹은 해당부처 관료)을 흔든다는 소리가 나오거나 하면 이것이 다시 부메랑으로 수장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것.

또 강력한 리더십이나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과제를 받아들면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문제를 이들 전문가 집단은 보여 왔다.

현재 4대강 사업 논란에 이어 세종시 문제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주목하는 이는 있어도 총리실을 주시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데서 보듯 정치적 이슈에 말려들면서 힘을 급격히 잃을 수 있으며, 본인 스스로도 위축될 수도 있다는 것. '김성호 국정원號'도 '촛불 정국'에 대한 대응 능력면에서 청와대에 신뢰감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측근인 원세훈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에서 일하던 시절 같이 일한 경험이 있다)에게 자리가 돌아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번 인사는 '한은 독립성'은 이미 물 건너 갔다고 보는 관점이 우세한 가운데, 일을 잘 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또 외부와의 업무 조율과 돌파 능력 발휘를 통해 한국은행이 입지를 넓혀가는 것도 김 총재 내정자의 과제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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