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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출 심사망, 재점검 필요 시점

가계대출·중기대출 공히 위험 ‘규제완화&기업지원’ 능사 아냐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3.15 07:49:34

[프라임경제] 은행들의 대출 부실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대기업 관련 익스포저는 위험 우려가 점차 줄고 있지만, 가계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계대출·중기대출 얼마나 되나?

10일 나온 한국은행의 ‘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가계대출은 407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월 대비 2000억원 감소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2월 중 설 상여금 지급과 소득세 환급 등으로 인한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이 일시적으로 떨어진 특수성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게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중기대출 역시 몸집 줄이기 노력이 무색한 상황이다. 같은 자료에 나타난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433조2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4000억원 늘었다.

   
   
이런 상황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12일 메릴린치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보증 지원 중단과 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은행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메릴린치는 “은행들이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했다”면서도 “올해 중소기업 대출 자산 부실 정리에 대한 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1일 현대경제연구원의 ‘국내 가계부채, 대비책 필요하다’ 보고서는 “국내 가계 부채가 영국과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2000년대 이후 영국의 가계 부채는 저금리, 주택가격 상승, 은행들의 담보대출 확대, 신용대출 증가 등으로 가장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가계 능력에 대비한 부채의 규모, 즉 개인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개인금융부채 배율면에서, 한국 가계대출시장이 상당히 문제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언급한다. 영국이 170%대이고, 바로 다음이 한국의 150%대라는 것이다.

◆이상 징후 이미 발견? 일부 은행 문제 드러나

실제로 이런 예측들이 현실화되는 것일까? 은행권 ‘요주의 여신’이 2008년에서 2009년 한 해 사이 크게 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18개 은행의 ‘요주의 여신 규모’는 25조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6조6000억원(36%) 급증한 셈이다. 은행 여신은 정상부터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요주의’는 1~3개월 연체되거나 부실 징후가 있는 부실직전 단계의 대출 자산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3조9500억원으로 전년대비 36% 증가한 요주의 여신을 안고 있다.  신한·외환은행도 각각 28%, 31% 증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요주의 여신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로 전년(1.5%)보다 늘어난 점도 예사롭지 않다.

원인은 무엇일까?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동성에 압박을 받자 정기예금 등 수신 확충에 초점을 두고 영업에 나섰다. 더욱이 펀드나 주식투자 등에서 적잖은 손실을 본 고객들 역시 위기 국면에서 ‘안전자산’인 은행 예금으로 대거 전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수신증가분이 모두 은행 금고 속에 그대로 쌓인 것은 아니었다. 당국이 중기 대출을 독려했고, 은행들 역시 위기가 계속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되면서 수신분을 여신 영업으로 ‘굴릴’ 궁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공격적 영업은 언제고 화로 돌아온다  

그리고 이런 복합적 상황은 결국 빠르면 올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는 만큼, 중기대출에서 추가적인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총자산대비 부동산자산 비율이 높은 우리 나라 가계 특성상 부동산 시장 악화(가격 하락)은 가계 대출 부실화로 직접 연결될 수 있다.

12일 부동산전문업체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전국 아파트값은 변동이 없거나 소폭 하락세를 보였다. 서울은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에 상승세를 반납, -0.04%의 변동률을 보였고, 신도시를 비롯한 경기도, 버블세븐 지역은 각각 -0.02%, -0.04%, -0.08%로 몇 주 째 하락세를 지속했다. 이번주 인천은 0.02%로 나홀로 상승세를 보였다. 재건축의 대명사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 소식에도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들에서 ‘급매물’이 쌓이는 것도 불안 징후다.

농협이 최근 맞은 ‘대동다숲’ 직격탄은 한 사례에 불과해 보인다. 농협은 2006년3월 다른 금융기관들은 대출 부적격으로 판단한 ㈜대동건설에 경산대동다숲 1395가구 사업에 대해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했다. 농협은 또 대동건설이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차명 대물 할인 등 온갖 비정상계약으로 검찰의 내사를 받던 2008년 5월에도 추가 대출을 하는 대담함을 보였다가 결국 최근 ‘부실대출’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했다.

◆심사 시스템 강화 등 절실

결국 중기대출이든, 가계대출이든 농협 사례에서 보듯 당초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조금이라도 위험하게 대출된 케이스들은 모두 재점검을 할 필요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당국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늘리기 않기로 한 것은 이같은 위험성을 인식한 결단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추경호 금융정책국장은 10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규제완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큰 빚을 안고라도 집을 사는 시중의 ‘부동산 불패’ 풍조에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런 당국의 바람과는 엇나가는 추세다. 소비자 소액 금융에까지 은행권이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이는 각종 대출 부실 논란 속에 우려를 더하는 상황이라 특히 눈길을 끌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은 소액 대출 시장인 일명 소비자 금융  부문에 근래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4대 은행 가운데 평판 리스크를 우려하는 신한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이 모두 소비자 금융 전문 자회사 설립을 검토했거나,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이 소비자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도록 한 현행법을 고수할 필요성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지난 2월 7일 나온 당국의 ‘금융선진화 비전 보고서’에는 서민금융을 확대하기 위해 그 체계를 확 바꾸는 방안도 두루 담겼는데 소비자 금융에 은행 진출(자회사 설립)을 허용하는 안도 담겨 있었다.

결국 중기 대출에 대한 리스크 재점검과 신규 대출시 리스크 검토 강화가 요구되는 가운데,가계 대출 부문 역시 새롭게 은행 대출망을 열어주는 각종 제도 변경이 ‘규제 완화’라는 이름 아래 너무 쉽게 신설되지 않도록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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