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화려하게 등장하면서 눈길을 사로잡지만 금세 허망하게 힘을 잃는 비운의 상품들이 최근 여럿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마케팅 능력이나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에 기반한 '부양'의 거품이 꺼지는 경우는 어느 시대, 어느 산업 영역에서나 있었지만, 근래 들어 굵직한 업체가 시도한 사업이나 출시한 상품 중에도 처참한 통지표를 받는 경우가 특히 많은 것.
그러나 상대를 잘못 만나는 '대진운'이 없어서 그렇다는 이른바 시장 상황론 외에도 몇 가지 내재적 한계가 이런 불운을 더 증폭시킨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 근래의 유명한 실패 사례들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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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어로 관심을 모으다가 태산명동서일필 신세가 되는 경우가 최근 많이 목격되고 있다. 사진은 소니에릭슨의 스마트폰 엑스페리아X1> |
◆은행 ELD·소니에릭슨 휴대폰 추락…대한생명 상장잔치에서 '꽈당'
일단 은행권에서는 ELD, 즉 주가지수연동예금 상품의 추락이 화제다. 요새 출시된 대부분의 ELD 상품들이 목표에 못 미치는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과거의 인기와 판이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것.
우리은행의 '하이믹스 복합예금 32호'의 경우 500억원의 판매 한도 가운데 35%를 넘기지 못하고 마감을 했고, SC제일은행의 '더불어 정기예금 58호'는 10억원을 갓 넘긴 저조한 판매실적을 보이고 판매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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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생명이 공모가 예상 하회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대한생명> |
IT 부문에서는 일부 스마트폰이 쓰린 속을 달래고 있다. 구글 기반의 스마트폰(안드로이드폰) 중에는 모토로라의 모토로이가 가장 먼저 출시됐지만, 현재 판매량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판매부진 논란에 휘말렸고, 윈도기반 스마트폰 중에는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X1이 '공짜폰 신세'로 휴대폰업계의 통상적인 사정보다 빠르게 '변신'해 관심을 모았다.
◆왜 실패했나 논란 속 "대진운이 없었다" 동정표도
이런 '기린아들의 낙마'에 대해 업계 내외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X1의 경우 대진운이 나빴다는 동정표를 가장 많이 받는 케이스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이 스마트폰은 '다음달폰', '담달폰' 등으로 불리는 애플 아이폰이 결국 그 해 말 시장에 풀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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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엑스페리아X1은 스마트폰 중 화려한 출시로 눈길을 끌었지만 역시 가장 빠르게 몰락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공짜폰으로 풀리는 데 1년을 채 못채웠다.> |
주당 8200원이라는 가격표를 받아든 대한생명 역시, "그리스 위기설 때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공모 시점에 임박해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 일부 국가들이 경제 위기설에 말려들었고, 이에 대한 유럽연합(EU) 전반의 동반 파동 논란, 그 여파로 영국 자금의 이탈 등 각종 시나리오가 등장하면서 외국투자자들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ELD 부진 역시 지난해 말부터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한 특판예금의 영향이라는 해석이 변명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내부적 결함·한계가 문제 더 키워…결국 문제는 '자기자신'
하지만 이같은 분석이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전략을 잘못 세운 책임과 회사와 제품의 내재적 한계까지 흡수해 줄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내놓으면 팔린다"는 출시 태도가 용납되지 어렵기 때문.
우선 ELD의 경우도 경쟁적으로 출시한 특판예금(고금리 정기예금)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ELS의 인기 부상이라는 변수를 감안했어야 한다는 점은 여전한 비판 대상이다.
대한생명의 경우도 '업계 2위'라는 지표와 '브랜드 파워'라는 무형자산에 도취해 있다가 에상보다 낮은 공모가라는 결과를 받게 됐다는 햏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업계에서는 이미 대한생명이 규모면에서 교보생명을 앞서고 있지만 교보생명이 수익과 안정성 지표에서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는 지적을 해 왔다. 일례로 교보생명은 2009 회계연도 3분기 매출(교보 9조2800억원 vs. 대생 9조2100억원대), 당기순이익(교보 3800억원대 vs. 대생 3400억원대), 지급여력 비율(교보 243.3% vs. 대생 228.1%) 등의 면에서 모두 대한생명을 앞서는 등 '대생=2위' 위치가 무색하다는 소리가 종종 나왔다.
여기에 동아시아에 여러 알짜 보험관련업체들이 상장을 연내에 잡아놓고 있는데 굳이 앞장서는 전략을 세운 게 타격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일본 2위 생명보험사 다이이치생명이 118억달러 규모 공모를 추진 중이며, 삼성생명도 5월경 공모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는 중국 인민보험이 연내 상장을 추진 중이고, 재보험사 차이나리도 상장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외국 자본들의 눈길이 분산되는 시점에서 타이밍 논란이 불가피한 것.
소니에릭슨 역시 엑스페리아X1의 실패에 가장 큰 원인을 제공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분명 전자책 리더기로서의 성능, MP3이나 라디오 기능에서의 음질 강점 등 매력 포인트도 많았지만, 불만 요소를 대량 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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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쿼티 자판을 수납형으로 해 놓으면 어떻게 쓰라는 거냐" 상황에 따라서 노출형 쿼티 자판 탑재폰보다 호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은 엑스페리아X1. 통화 품질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
결국 '비운의 상품'의 운명을 비운으로 점지한 것은 자체적인 한계라는 점에서, 이들 업체들이 앞으로 어떤 개선을 할지 주목된다. 저평가 매력 등 부수적 효과(대한생명)나 새 제품 출시에 기댄 권토중래(소니에릭슨도 곧 새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 특히 동양생명 주가가 공모가를 넘은 적이 없었던 전례나, 모토로라가 빈번한 휴대폰 내구성 논란으로 인해 관련 부문 이미지가 저평가되고, 새 제품을 출시해도 기술력 논란에 매번 말려드는 전철을 밟는 등 '답보'를 하는 부분은 웬만한 와신상담으로는 이들 상품의 저주가 풀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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