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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한지주 라응찬 회장> |
2010년 상반기 금융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로 꼽힌 라응찬 회장의 연임여부가 사실상 확정된 모양새다. 향후 주주총회가 요식절차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26일 이사회 상황 자체가 라 회장이 최장수 연임 경신을 매듭지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임직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우리 회장님’이라고 불리는 데다, 재일교포 대주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점도 이같은 예상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향후에도 ‘라응찬 체제’라는 기본틀을 갖고 가게 됨으로써, 신한지주는 향후 금융 격변기를 헤쳐나가는 데에도 라 회장의 절대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라 회장과 신한지주가 경영 호조와 향후 과제 해결도 성공적으로 해나갈지 주목된다.
◆高卒로 출발 입지전적 경력 쌓으며 ‘신한 성장’ 도모
최장수 CEO인 라 회장은 올해 73세로 시중은행 회장 중 최고령 CEO기도 하다. 임기가 3년인 네 번째 연임에 사실상 성공하면서 라 회장은 76세에 임기를 마치게 된다.
라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 출범 당시부터 산증인 역을 해 왓다. 1991년부터 지주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금융지주사 출범과 성장 과정을 통한 ‘비은행권 수익 모델 창출’에도 강한 지도력을 발휘해 왔다. 신한지주 안팎의 신임이 공고한 이유다.
고졸 출신으로 금융계에 입문했던 라 회장은 “고졸로 행장까지 해 봤으니 바랄 게 없다”고 겸손함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지주 출범으로 회장직에 오르면서 역량을 발휘해 왔다.
그의 행장 재직 시절 신한은행의 총 자산은 10조원에서 45조원으로 4배 이상, 지점 수는 115개에서 336개로 2배 이상 불어났다. 이후 지주사 출범 이후에 굿모닝증권의 인수와 신금융투자의 탄생, 신한생명과 신한카드의 성장 등을 지켜봐 왔다. 이 과정에서 신한지주는 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부문도 균형 성장을 지속해 왔다.
2008년 하반기 세계 경제를 덮친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황에서도 큰 타격을 받지 않고 2009년 실적집계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낸 것은 이런 포트폴리오 관리가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기순이익면에서 보나 매출 규모로 보나 KB금융 등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선전이 두드러진다는 것.
특히, 신한은행의 경우 보수적인 대손 충당금은 물론, 경비 효율성 제고를 위한 희망퇴직(그리고 이로 인한 퇴직금 지불 지출) 등 일회성 손익 감소요인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실적이라는 평가도 뒤따른다. 즉, 이런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당기 순이익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신한은행은 영업의 다각화 등 여러 능력 발휘를 하면서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경륜이 돋보이는 한 해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 신한생명, 신한카드 등 비은행권 회사들 역시 각업계에서 선전하면서 위험 분산의 효과를 톡톡히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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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행사에서 영업 의지를 확인, 다짐하고 있는 신한카드 직원들. 신한카드는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상황에도 불구하고 신한지주가 실적 호조를 기록하는 데 1등 공신 역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금융권 모범규준 시대 등 시스템 변화가 과제
이처럼 오랜 세월 성장을 도모해 왔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유례없는 ‘리더십 시험대’를 무사히 넘은 것은 라 회장의 차기 임기 동안에도 평균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라 회장이 해결해야 할 새 과제 역시 앞으로 몇 가지가 등장할 전망이다.
우선 일부 금융기관 사외이사들의 여러 문제로 인한 금융권 사외이사 모범 규준이 새롭게 등장한 것은 당장 신한지주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라 회장의 최장수 CEO 연임 건을 의결한 26일 이사회에서는 역시 또다른 안건인 이사회 규모 변경 건을 의결했다. 기존 사외이사 중 전성빈, 윤계섭, 김요구, 정행남 이사 등 4명이 재추천됐으며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는 김병일, 히라카와 요지, 김휘묵, 필립 아기니에 등 4명이 추천됐다. 새로 추천된 사외이사 임기는 모두 1년이다.
이사회 의장 역시 회장직과 별개 인사로 임명되도록 규준은 정하고 있다.
새 체제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겸비하는 방향으로 짜여진다고는 하지만, 결국 당분간은 이사회 규모 등 변화로 인한 적응 단계 등 여러 시대적 변화와 부딪혀 나가는 문제를 거의 전적으로 라 회장 등 고위임원들이 져야 한다. ‘자본시장통합법 시대 개막’ 이상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할 전망이다.
아울러 신한지주의 향후 성장 동력원, 즉 차기 CEO감 등을 형성할 간부진을 교육시키고 신한지주의 운영 이념을 전수하는 것도 라 회장이 이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신한지주 신상훈 사장과 신한은행 이백순 행장 등에 못지 않은 후배들을 발굴, 육성하는 데에도 체계와 노하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
더욱이 신한생명 등 일부 계열사는 향후 성장 여지가 더 많고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여기에 신한카드가 1등 업체로 남기 위해서는 하나카드 등 후발주자들이 ‘통신과 유통, 카드의 컨버전스’ 등 새 개념을 들고 도전해 오는 데 대한 방어책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제 CEO로서 임기가 20년을 넘기게 되는 라 회장이 향후 임기 내 성장 지속과 함께 ‘포스트 라응찬 구상’까지 완성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떠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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