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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IT팀장 자살 이면에는…

IT관련부서 푸대접 논란, 금융감독원 검사에 대한 압박설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18 13:46:09

   
   
 
[프라임경제] KB금융지주의 중심기업인 국민은행에서 IT부문간부 N모 씨가 자살해 충격을 주고 있다. 가족과 친지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이 설 연휴 직후에 터져나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을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검사에 대한 압박감으로 인한 자살설 등 여러 논란이 함께 불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문제 외에도 이번 사건은 국민은행의 IT 정책에 관련, 곪아온 여러 문제가 한 번에 나온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차세대 시스템 중압감이 사람 잡았다

국민은행은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가, 설 연휴 직후 이것으로 전환했다. 국민은행은 이달 중순 3일간의 설연휴 기간을 이용해 차세대시스템 가동을 위한 준비작업을 끝마쳤다.

시스템의 본 가동에 앞서 국민은행은 1월 9일 전점 테스트에 들어가는 등 혹독한 강도의 점검 일정을 달려왔다. 이런 가운데 국민은행 내부인사들은 모두 고민을 했겠지만, IT 관련 인력의 고민은 상상을 초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가동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주류지만, 그것만이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라는 후문이다.

우선 N 팀장(본점 부장급)의 경우, 설 연휴 거의 내내 부하직원들과 합숙을 할 정도로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압박감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N 팀장 등에게 금융당국의 압박감이 가해졌다는 설이 부각되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불거진 ‘국민은행 사외이사 외압설’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금융당국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른바 사외이사의 제왕적 권위가 낳은 비극이라는 해석이 더 정확하다는 평가가 나돌고 있다.

국민은행 일부 사외이사들이 ‘부적절한 처신’을 해 온 사례로 일각에서 논의된 이른바,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사업과정에 대한 사외이사 관련 구설수가 골자다. 당초 주전산시스템으로 채택됐던 유닉스 기종이 IBM 메인프레임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당시 변보경 사외이사의 외압이 있었는가 뒷말이 나돌았고, 이것이 금융당국에서 국민은행 내 IT 관련 인력에 대해 조사를 혹독히 하는 계기가 된 게 아니냐는 것.

결국 업무 부담감과 사외이사 등의 처신 논란(에 더한 당국의 강한 조사 가능성) 등 도와주는 사람 없이 일만 많은 분위기가 자살로 몰아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나오는 사건이다.

◆돈 되는 일·공로는 고위층이, 일은 IT 직원이?

사외이사 등이 개입된 차세대시스템 논란 외에도 회사(국민은행)가 IT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들에게 필요 이상 짐을 지운 사례는 이전에도 없지 않다.

2005년 국민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은행인 뱅크 인터내셔널 인도네시아(이하 BII) 투자 건으로 큰 이문을 남겼다.

국민은행이 당시 BII 투자로 올린 이득은 240억원대였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이익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로 활동을 할 요량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분 투자에 대한 투자 차익 외에 본격적으로 BII 경영진에 사람 심기를 했던 것.

당시 투자 규모가 커 대주주 중 하나로 떠오른 국민은행은 부행장급 인사 둘을 해당 해외 은행 이사로 올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26명의 IT담당 직원을 2005년 11월경 파견조치했다.

결국 은행의 해외 진출 사업을 위해 일부 직렬 직원에게 근무 여건이 좋지 않은 동남아 국가에 가서 노력봉사를 하도록 강요한 셈이다.

◆지주사 전환 따른 IT인력 재배치도 고민

이런 난관들, 그리고 차세대전산시스템 도입에 따른 당면 과제 해결에 매달려 왔다고 해서 이들 IT 관련 부서 인력에 대한 대접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는 게 문제고, 결국 자살 사건으로까지 터져 나왔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KB금융지주회사 산하에는 IT자회사인 KB데이타시스템이 있다. 문제는 이 회사를 IT셰어드서비스 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지주사가 강구하면서 600여명에 이르는 국민은행 내 IT 인력들이 이 회사로 인사이동 되는 안이 추진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민은행 IT 인력들 앞에는 프로젝트에 집중해 일을 한 다음에는 IT인력 재배치 차원에서 인사 조치까지 당하는 기구한 운명을 앞두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IT 인력들이 처한 좁은 입지에 대한 불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리딩뱅크’라는 국민은행, 그리고 KB금융지주 등에 근무하는 전산관련 인력이라고 해서 위치가 탄탄하거나 대우가 좋기 보다는 오히려 처지가 더 처량하다는 점이 이번 자살 사고로 드러난 셈이다. 앞으로 이번 일을 계기로 이들 위상에 변화가 생길지 처리방향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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