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린트
  • 메일
  • 스크랩
  • 글자크기
  • 크게
  • 작게

중간지주사 시대 활짝 열릴까?

日 우정개혁에서 중요키워드…산업지주의 금융자회사 장악제한 묘책여부 눈길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18 10:57:32

[프라임경제] 2010년 금융계 주요 화두는 중간지주회사?

중간지주회사라는 개념이 최근 '뜨고' 있다. 중간지주회사는 업무 효율을 위한 분리작업에서 키워드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각광받은 바 있고, 최근에는 공정거래법 개정 국면에서 야권측 카드에 중요 방안으로 언급되면서 금융권은 물론 정치계의 관심까지 모으고 있다.

◆야당, '중간지주회사 카드' 꺼내든 속내는?

최근 통과 가능성을 점치던 공정거래법 개정 문제에 새 변수가 하나 더 등장했다. 

공정거래법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허용 문제 등' 쟁점을 처리하기 위한 개정이 추진되고 있으나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17일까지의 상황을 종합하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 간담회를 여는 등으로 수정안 통과에 어느 정도 물꼬를 트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18일 야당이 재수정안을 들고 나왔는데 여기서 등장한 '중간지주회사' 관련 논의가 원점부터 이이뤄져야 해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국과 여당은 일반 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 허용을 골자로 하는 수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따라 주로 '지주회사의 채무 비율 조정 협상 가능' 카드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야당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 직접 소유함은 허용하지 않되, 일반지주사 내에 금융지주사법의 적용을 받는 중간지주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니 간접 지배하도록 법을 재정하는 것을 검토하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야당측 안은 감독이 느슨한 일반 지주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경우 자칫하면 금융자회사에까지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만큼, 금융감독기관의 통합감독을 받는 중간지주사를 통해 금융자회사를 간접 소유토록 하자는 것으로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산업자본 즉 일반지주회사로 대표되는 재벌 기업이 은행 등 금융자회사를 줄줄이 거느리는 1개 지주사 산하에 금산 통합 가능성을 견제하는 사실상 유용한 아이디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간지주회사 국내 전례는?

중간지주회사는 아직 완벽히 국내에 통용되는 제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아직 지주사 전환 자체를 미루고 있는 기업들이 많고(일례로 SK그룹의 경우,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가 SK C&C를 상장,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최근 마쳤다는 평가다. 삼성은 아직 지주 전환을 않고 있다) 그에 따라 지주사 관련 발달도 선진 제국에 비해 빠른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산업자본 지주사가 중간지주사를 거느리는 경우는 찾기 쉽지 않고, 금융지주회사가 중간지주사를 거느린 사례는 국내에도 있다. 2008년 한국금융지주가 자산운용사업을 총괄하는 중간지주회사를 설립했다.

'금융지주사가 계열사 일부를 아우르는 별도의 중간지주회사를 세운' 케이스로서도 이 사례가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금융지주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은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한국투신운용과 한국밸류자산운용 등 자산운용 자회사들의 인적분할을 통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신설하기로 결정하고 금융위원회에 설립 예비인가 신청을 접수했다. 이 중간지주회사는 자본금 1000억원 규모로 한국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갖는 구조다.

◆일본, 중간지주회사는 개혁 신호탄

야당의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 국면에서의 중간지주사 카드 제시는 일본 사례에서 영감을 얻은 게 아닌가 분석된다. 우선 일본의 우정 개혁 국면에서 등장한 여러 아이디어에서 중간지주사가 등장하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이다. 국내 지주회사의 일천한 발달 역사가 영감을 직접 주기는 어렵지만, 한국금융지주의 케이스에서 보듯 우선 중간지주사라는 개념이 어느 정도 안착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있어 야당에 힘을 주고 서로 융합한 게 아이냐는 것.

그렇다면 일본은 우정 개혁 국면에서 중간지주사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음력설 전인 지난 2일, 일본의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금융대신은 "일본의 우정사업 민영화는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돼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면서 "이를 전면 수정하는 법안을 오는 3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가메이 금융상은 이보다 하루 앞선 이달 1일 오후 우정사업 민영화 재검토`를 주제로 해외 미디어를 초청해 의견교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여러 생각을 모은 바 있다.

현재 등장한 여러 아이디어 중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이 구조다.

현재, 일본본의 우정그룹 경영형태는 지주회사 하에 우편사업회사, 우편국회사, 우저은행, 간포생명이 딸려 있는 5사 체제로 돼 있다. 우리 나라로 치면 일반 지주회사가 자회사들(금융과 일반산업 자회사들을 모두) 거느리는 직할 체제다.

일본우정그룹의 새로운 경영조직 형태로서 제시된 안 중 유력한 것으로는 우편사업회사와 우편국회사의 통합 지주회사 하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밑으로 우저은행과 간포생명을 두는 4사 체제다.

즉 이렇게 되면, 기본적으로는 금융지주회사가 중간자로 들어감으로써(즉 중간지주사가 되는 것임) 모회사와 자회사의 업무 운영 리스크를 차단하는 이점이 있게 된다. 물론,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어느 정도 보유하느냐에 따라서 그 장점은 크기가 달라지기는 한다.

우정사업 개혁을 맡아 추진하고 있는 오쓰가 코헤이 부대신은 이에 대해 이미 "은행과 보험사의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도입 가능성이 긍정적이다.

◆중간지주사, 단점 없지 않은 건 '과제'

하지만 중간지주사를 끼워넣는 안이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반 지주회사와 금융자회사 사이에 완충지대로 중간지주사가 만들어질 경우에도 여러 문제가 새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 중간지주사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법이 적용되는 대신 공정거래법 적용에서 제외될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지주회사의 경우 계열사에 대한 출자가 제한될 수 있지만, 금융지주사법이 적용되는 중간지주사는 출자가 무한정 가능해지는 '제한 규정 회피'가 가능해진다. 결국,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뒤섞이고, 경제력 집중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가능성은 여기서도 존재한다는 것.

아울러, 미국이 현재 금융기관들에 대한 제한법률을 준비 중이어서 세계 각국도 이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 제도 마련을 해야 할 것인데 우리만 새로운 법률을 만드는 것이 시기상조라는 우려도 있다.

더욱이 이 일반 지주회사와 금융자회사간에 들어가게 될 중간지주사를 공정거래법상 제도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여당이 다시 의견 교류를 해야 하고, 결국 개정안 통과 시일이 더 걸려 지방선거 국면과 맞물려 공회전이 길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문제는 또 있다. 국제회계기준을 우리도 전면적으로 받아들일 경우 지주사 전환 매력이 떨어지게 되므로 설상가상 중간지주사 도입 등으로 규제가 점차 늘어가는 것이 지주사 전환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국제회계기준, 즉 IFRS 도입과 함께 모기업과 자회사들은 함께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종전에는 자회사를 거느렸더라도 모기업의 재무제표만 작성했다.

하지만 IFRS도입과 함께 자회사들의 회계까지 반영한 연결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한다. 연결재무제표 대상도 포괄적이라서 '실질지배력'를 갖춘 모든 종속회사들이 대상이다. 결국 중간지주사를 만들어 금융자회사를 거느리는 경우, '최상위 모기업(일반지주회사–중간지주사–손자회사(금융기관)'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에 따라 제표를 연결해 만들게 된다. 이 경우 기업에 따라서는 독이 될 수도 있고, 결국 지주사 전환을 별로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 여러 모로 번거로운 지주사 전환에 중잔지주사는 아무 도움이 못 되고 번거롭기만 하다는 인식만 퍼질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각종 제도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지주사 전환을 꺼리는 재벌 기업들, 특히 금융자회사를 가진 기업들에 중간지주사 도입의 불가피성을 함께 지적하는 어려운 과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중간지주사가 이런 여러 변수 속에서 어느 정도 중요 기능을 발휘하게 될지, 그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  
  •    
맨 위로

ⓒ 프라임경제(http://www.newsprime.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