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리딩뱅크'와 '4등 지주사 소속 은행'과의 경쟁,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으로 보이는 이런 게임이 지난 몇 년 사이 국내 은행계에서 펼쳐졌다. 실제로 일합을 겨루는 1:1 경쟁 구도는 아니었지만 은행간 총력 경쟁 상황에서 볼때 이른바 전산부문에서 벌어진 '차세대 시스템' 도입 바람과 성패 여부가 관심을 모아온 것. 그리고 16일 기준으로 이 경쟁에서 하나은행 차세대 시스템은 국민은행 차세대 시스템 도입 사업보다 우수한 점수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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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
은행을 위시한 금융 거래는 과거 손으로 기장하던 수기식 시대를 접고 급속히 전산화돼 왔다. 그러나 이를 통합관리하고 기반을 완벽하게 받침하는 것은 비단 용량 문제 뿐만 아니라 시스템 안정화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쉽지 않은 과제로 존재해 왔다.
결국 그간 종종 은행계에서 흘러나온 메인 프레임 변경 등 여러 논의는 결국 차세대 시스템 도입을 통한 시스템 완결과 차세대 사업을 위한 베이스를 마련하는 백년대계 차원에 가까운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그것도 사실상 자동인출기 시대 이후 휴일도 없이 24시간 내내라고 과장할 정도로 거의 빈틈없이 돌아가는 업무를 진행하는 한편 전산 시스템을 관리하고 차세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나은행 이상 무, 국민은행은 첫날 '에러'
지난해 봄 하나은행은 차세대 시스템(팍스하나)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고 사용해 오고 있다.
국민은행은 금년 설을 기점으로 차세대 시스템으로 전환, 가동을 선언했다. 16일 기준 집계 결과 국민은행의 차세대시스템은 대체로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일부 문제를 드러내면서 현장에서 혼선을 빚게 하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16일부터 가동에 들어간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은 연휴 직후 첫 영업일인 이날 오전 업무를 정상적으로 처리했으며, 이어 큰 장애 및 오류현상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영업점포를 배경으로 여신, 수신, 외환 등 계정계시스템 중 일부가 정상가동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초래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번 차세대시스템 이행에 앞서 실시된 '전점 테스트'가 충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일반 창구(지점)및 금융자동화기기(ATM)에서 특별한 오류가 발생하거나 시스템이 중단되는 상황은 나타나지 않았다면 일단 성공적이라고 보는 것인데, 이에 옥의 티가 발생, 결국 능력에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16일 아침 국민은행 전산부문에서 부장급 간부 한 명이 자살하는 등 침울한 뉴스까지 들어온 바 있는데, 이처럼 과중한 업무 부담을 져 오면서 추진해 온 결과치고는 허망하다는 해석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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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도 머리에 쥐난다" 국민은행 여러 점포에서 시스템 전환 관련 에러가 난 가운데, 해당은행 전산 관계자가 쓴 것으로 보이는 답글이 눈길을 끈다.> |
◆사외이사 잡음 vs. 지주사에서 신임한 CIO 지휘
이같은 배경에는 사외이사가 시스템 도입과 관련 물의를 빚어온 상황과 전권을 부여받은 간부가 진두지휘한 경우의 차이를 드러낸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국민은행의 경우, 변보경 사외이사(근래 퇴임 의사 밝힌 바 있음)는 시스템 수주 관련 구설수 등 잡음이 없지 않았다. 주인없는 국민은행, 더 나아가 KB금융지주의 상황 속에서 사외이사들이 권한이 필요 이상 크고 견제가 없다는 지적이 근래 대두된 바 있는데 이런 일례가 시스템 부문에서도 존재했다는 것.
하지만 하나은행의 차세대 시스템의 경우 조봉한 CIO가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의 전폭적 지지와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의 배려 속에서 전념할 수 있는 비상대권 체제로 추진돼 속도감과 함께 외압 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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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
◆이미 디도스 사태 통해 예견된 국민은행 문제
이런 점은 지난 번 디도스 공격 때에도 여실히 드러난 바 있어 국민은행이 전산 관련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경고음을 무시한 것이 이번 차세대 시스템 혼선까지 불러온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5월 차세대 시스템을 막 구축한 하나은행은 지난 번 디도스 공세에서도 우수한 방어력을 보이면서 선전했지만, 국민은행은 이미 디도스 공격에서 다운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이때 부각된 문제점 등을 보완하면서 시스템의 약점을 모두 점검했다면 기반 부실을 방치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차세대 시스템 도입과 운영 경쟁에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간 평가는 우선 하나은행의 승리로 돌아간 셈이다. 국민은행이 현재 실적 저하 등 의기소침한 상황에서, 여러 문제점을 종합 점검해 개선해 나갈지, 전산 시스템 부문에서의 문제는 어떻게 개선해결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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