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주택담보대출의 새 기준 지표가 될 '코픽스지수'가 16일 첫 선을 보인 가운데, 각 시중은행들이 이와 관련한 새 상품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빠르게 반응하고 있는 SC제일은행, 외환은행 등에 비해, 이른바 4대지주사 소속 은행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지지 않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국면에서 KB국민은행이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점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그간 국민은행이 차지해온 비중에 걸맞지 않은 행보라는 것.
◆경쟁은행들 속속 경쟁상품 도입 중
은행연합회는 조달금리를 보다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지금까지 기준점으로 쓰여온 CD금리의 대체품으로 코픽스 기준금리를 마련, 지속적으로 공시하게 된다. 시중은행들은 코픽스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시중은행들은 17일부터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잇따라 선보일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기존 CD 금리 연동 대출상품보다 0.10%포인트 낮은 금리의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인 '뉴퍼스트홈론'을 출시할 예정으로 사실상 가장 먼저 준비작업을 끝마치고 금리 기준지표 갈아타기를 노린다. 외환은행은 당초보다 일정을 다소 늦춰(17일 출시 예정이었음) 시장을 노크한다.
기업은행은 22일 전후로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은 3개월, 6개월 변동주기로 하고 12개월 변동주기는 월말 잔액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농협도 18일 내부의 리스크관리협의회 이후 상품 내용을 결정, 곧 신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2월말경 관련상품 출시에 나선다. 시점은 빠르지 않으나 4개 이상 유형의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면서 다각도 공세를 편다는 특이사항이 있다. 대체로 이들 은행 상품들의 금리는 CD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빨라야 이달 말쯤 코픽스를 적용한 새로운 대출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민은행이다. 현재 전산 개발 문제와 맞물려, 이 문제가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금리 관련 계산 다시 해야 하는데?
국민은행은 전산 시스템 개발과 관련, 지난 설연휴간 전산망 이용을 제한하고 교체 작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현재 성적은 신통치 않다는 소리가 없지 않다. 특히 전산개발쪽에서 부장급 간부가 자살했고, 자살 사유가 업무에 대한 과중한 스트레스라는 설까지 흘러나와 더욱 분위기를 침울하게 하고 있다.
국민은행처럼 전산 시스템 문제가 복잡한 경우 이번 코픽스 상황에 대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단 현재 코픽스 지수가 예상보다 조금 높은 수준에서 나왔다는 점부터 살펴봐야 한다. 조달 금리를 현실화하기 위한 지표이니만큼, 코픽스 지수는 근래의 금융일선에서의 자금조달 사정을 반영하고 있는데, 고금리 상품 판매 등 영향으로 당초 은행계 예상보다는 코픽스 기준이 약간 높게 나오게 됐다는 것.
이에 따라 상품 출시를 위한 계산 작업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게 됐고(일부 은행이 상품 출시를 일부 연기하는 등 눈치보기에 들어간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이 있음) 전반적으로 전산 시스템쪽과 유기적 연계를 통해 속도 내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재무부서와의 조율도 필수적이지만 그와 동시에 시스템쪽으로도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현재 국민은행의 경우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교체가 상품개발에 도움이 크게 되기보다는 자체 문제를 해결하기 급급한 정도라 코픽스 정국에 대응력이 다른 은행에 비해 나을 게 없다는 지적이다.
◆봄 전쟁 앞두고 있는데…움츠러든 몸 언제 풀까?
국민은행은 과거 주택은행의 역사를 물려받아 주택관련대출 사업에 강세가 있다고 평가되어 왔다.
하지만 이런 명성도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최근 나온다.
일례로 국민은행은 2009년 히트작인 '만능통장' 즉 주택청약종합저축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빅4 금융지주 소속 은행' 중에 국민은행만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국민은행 뿐이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국민주택기금 취급 은행만 팔 수 있는데, 2008년 입찰에 국민은행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은행으로서는 '장마저축', 즉 장기마련주택저축 등 경쟁력을 자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열풍을 미리 내다보지 못해 결국 수요를 상대방에 고스란히 바친 셈이 된 것은 부인키 어렵다. 아울러 1981년 국민주택기금 설립 때부터 기금을 관리해 온 브랜드 가치(국민은행은 '주택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를 스스로 방기한 셈이기도 하다.
2009년 연말 주택담보대출 성적표를 봐도 그렇다.
국민은행의 작년 1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851억원 감소한데 이어 올해 1월에도 25일까지 2018억원이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5207억 원에 달했고 이달에도 2919억원(25일 기준) 늘었다. 우리은행도 같은 기간 526억원 증가, 217억원 증가 등 증가세를 이어갔다.
은행들이 대부분 경기 회복 추세에 맞춰 대출 영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인데, 국민은행만 좀처럼 주춤하는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간 대출규모를 보면 일부 감소세를 보여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시장 다각화, 즉 비이자 수익을 탄탄하게 내는 신한은행 등에 비하면 여유가 없는 사업 구조라 담보대출 시장에서의 일희일비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금융이 강하지 않고 비이자 수익도 크지 않은 데다, 그렇다고 지주사 내에 다른 비은행 영업부문이 강해서 은행을 받쳐줄 형편도 아니라는 분석이다.
금융권은 강남권의 전세가격 상승세가 강북 등으로 확산하면 본격적인 이사철인 2~3월에는 대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 들어 전세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가 각각 24%, 13% 이상 상승했고 강남구는 10% 가까이 올랐다.
이런 상황에 봄이면 본격적으로 주택담보대출 전쟁이 각 시중은행 영업부문끼리 벌어질 것이 명약관화하다는 것. 그런데 이런 상황에 다른 은행들은 코픽스 키워드를 살린 신상품 출시와 금리 갈아타기 붐을 조성하면서 앞서나가는 경향을 국민은행은 자칫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측의 대응 즉 코픽스 시대의 주택담보 시장 경쟁력 강화 여부가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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