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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KB금융·삼성전자 등 곪은상처 방치한 성장이 화불러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16 07:23:37

[프라임경제] 세계 경제 위기 여파를 딛고 기업별로 회복세가 관찰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는 2010년 재도약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여전히 경제 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더욱이 겉으로는 나무랄 데 없으나, 긴 안목에서는 걱정을 사고 있는 외화내빈 기업도 없지 않다. 설을 기점으로, 추락과 비상의 기로에 선 기업들의 면모를 간략히 살펴봤다.

'100년 기업' GM이 굴욕을 맛보는 등 세계 기업경영 여건은 경제 위기 이후 녹록치 않게 변하고 있다. 한국에 뿌리를 두고 '업계 정상', '다국적 기업'으로까지 성장해온 기업들 역시 내수 중심과 대외 수출 위주를 막론하고 변화 물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세계 경제 위기 타격이 일단 한고비를 넘긴 지금 많은 부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겉으로는 업계 상위권의 입지를 자랑하면서도 작은 충격에도 취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보일 기업이 적지 않다. 외화내빈, 이런 위기의 문턱에 선 기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2010년 기준으로 몇 개 기업이 이런 위기 증후군을 앓고 있지만, 대표적 사례가 KB금융그룹,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이다.

KB금융그룹은 2009년도 실적 집계에서 처참한 굴욕을 맛봤다. 10일 실적 공개 결과, 경기둔화 여파에 따라 큰 폭으로 감소하며 라이벌인 신한지주의 '반토막'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 KB금융그룹 관계자는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충당금 부담과 저금리 기조로 인한 상반기중의 순이자마진 축소에 기인한 이자이익 감소다", "분기실적으로도 금호아시아나그룹 충당금 등 일회성 요인으로 인한 결과"라는 등 해명을 제시했지만, 결국 '리스크 관리 실패'라고 정리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이라는 잔치 분위기지만, 신수종 부재라는 위기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고 옴니아 2가 애플 아이폰에 고전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현대자동차는 인도와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의 선전은 눈에 띄나 미국 내 톱10 브랜드에 하나도 진입을 못 시키는 등의 난제를 안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잘 나가던 SUV 전문기업'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에 '옥쇄 파업 사태'까지 겪었다. 

◆내수 시장 불만사거나 안방 시장 잠식 등 이점 못살려

이들 기업은 안방 시장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안정적 베이스 캠프로 살리는 데 실패했거나, 내수 시장에서 소비자 불만을 들으며 수출 전략을 짜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는 공통의 고민을 안고 있다.

쌍용자동차가 대표적인 케이스. 쌍용자동차는 상하이자동차로 매각되면서 이미지 관리에 실패해, 한국 기업이 아니라는 소비자 인식으로 고전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상하이자동차가 손을 떼기 훨씬 이전부터 앞으로 A/S 받기도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농담 아닌 농담까지 나돌았는데, 이런 점에서 관리에 실패했고 결국 판매 부진과 경영난으로 이어지는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는 내수 시장을 쥐어짜 여기서 나온 이익으로 해외 수출차에 혜택을 주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 일본 경제전문지 '니케이 비지니스'는 일본 기업과 대등경쟁을 펼치는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에 대해 "한국 시장을 과점하면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해외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고 풀이한 대목이 있다. 결국 내수 시장에서의 과점적 지위, 그리고 이를 이용한 이윤 극대화로 해외 경쟁력을 담보하고 있음을 에둘러 꼬집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반도체 업계를 뒤흔든 경제 위기 속에서 같이 허덕였다는 점에서 의이함을 낳고 있다. 일본, 대만과 하이닉스 등 한국 경쟁사들 대부분과 달리, 삼성전자는 자체적으로 컴퓨터, 핸드폰 등 각종 반도체 수요처를 그룹 내부에 스스로 갖고 있음에도 '에어백'으로 '자기 살'을 활용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애니콜 신화를 이어가는 데 한계가 온 게 아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스마트폰' 시장 개척에서 예전 다른 업종들에서 보인 저력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이는 옴니아2 출시 등으로 스마트폰 내수시장에 불을 당기려던 삼성전자의 노력이 애플 아이폰의 안방 잠식으로 위태로운 상황과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이 무서운 기세로 국내 시장을 파고드는 것을 상당 부분 용인하고 있다. 세계 2위 핸드폰 업체라는 간판이 무색한 대목이다. 

심지어 '최지성 호'를 출범시킨 것조차도 일부 외신(미국 '비지니스 위크'지)은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경쟁에서 따라잡고자 최 사장을 내세운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하기까지 할 정도로, 애플 때문에 체면과 공신력을 많이 깎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애플은 미등전략(1등 따라가기)에 익숙해진 삼성이 이전에 싸워 꺾어온 적들과 전혀 다른 DNA를 갖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창조성을 갖지 못한 기업이 이길 수 없는 게 애플이라는 분석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옴니아2 출시 관련자료>    

KB금융그룹의 사실상 기둥인 국민은행의 경우도 안방 시장을 남에게 내줘 속앓이를 하긴 마찬가지였다. 2009년 히트작인 '만능통장' 즉 주택청약종합저축 시장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한 것.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 등 '빅4 금융지주 소속 은행' 중에 국민은행만 주택청약종합저축을 판매하지 않는 이유는 국민은행 뿐이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국민주택기금 취급 은행만 팔 수 있는데, 2008년 입찰에 국민은행은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은행으로서는 '장마저축', 즉 장기마련주택저축 등 경쟁력을 자신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열풍을 미리 내다보지 못해 결국 수요를 상대방에 고스란히 바친 셈이 된 것은 부인키 어렵다. 아울러 1981년 국민주택기금 설립 때부터 기금을 관리해 온 브랜드 가치(국민은행은 '주택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를 스스로 방기한 셈이기도 하다.

◆신수종 사업 마련에 인색&독특한 경쟁력 없어 

신수종, 이른바 '미래 먹거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이들에게는 뼈아프다.

KB금융그룹은 현재 각축장이 되고 있는 '동남아 금융시장 개척' 열기에서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BCC 은행 투자가 논란거리로 떠올라 이를 수습하는 데에 어느 정도 시선이 분산됐기 때문이다. 중앙아시아의 자원부국을 노린 승부수였고 장차 효자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게 항변이지만, 불안감을 주주들에게 안기는 등 실패한 투자 논란을 불러온 것은 분명하다는 것. 

아울러, 국민은행이 금융지주사 내부 절대적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신한지주가 신한카드 등 효자 상품을 대거 키워 비은행수익을 안정적으로 내는 것과 대비된다는 평가가 은행계에서 높다. 증권사 인수 등에서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한, KB금융그룹의 미래가 암담하다는 것.

삼성전자는 1997년 IMF 구조조정 국면을 겪으면서 수익이 당장 나지 않는 사업부문들을 많이 쳐 낸 것 때문에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장기적인 안목에서 먹거리 마련을 할 창의성을 싹부터 쳐낸 게 아니냐는 것. 이는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 역시 탄식한 부분이라는 후문이다.

쌍용자동차는 SUV 시장과 체어맨 등 대형차 부분에서의 성과에 안주해 경제 위기의 여파를 직격탄으로 맞았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자동차는 철강 사업 진출 등(현대제철소 개장)으로 도약을 추진 중이나, 제철소 오픈 직후 안전사고가 나는 등 삐그덕거리고 있다.

◆공포의 경영, 병적으로 강성인 노조 등 노사관계 병들어 

병든 노사관계 등 인적 자원의 관리 부재 역시 이들의 과제다.

KB금융지주는 '실세 낙하산 논란'으로 시달린 데 이어 2009년 내내 '황영기 낙마', '강정원 차기회장직 포기' 등 외풍 논란으로 시달렸다. 물론 당국의 입김이 문제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무엇보다 그간 국민은행 스스로가 강정원 장기 집권에 젖어 있었고, 사내이사의 강한 권한으로 철옹성을 쌓고 사는 데 익숙해지는 등 내부적 문제가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비정상적인 성과급 잔치로 매번 논란을 빚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공동관리인 체제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결국 공감대 형성 실패로 인해 옥쇄 파업은 물론 노동자간의 충돌 등 갈등을 잉태했다.

삼성전자(크게는 삼성그룹)는 더 심각하다. 삼성은 일본 '니케이 비지니스'가 "일부에서 공포경영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래서 삼성맨은 누구나 필사적으로 일하며 임원이 되어서도 안심할 수 없다"고 평가할 정도다. 실제로 이런 문제로 인해 연초부터 부사장급 임원이 투신자살을 하는 비극을 초래하기도 했다.

이처럼 '리딩 뱅크', '세계 굴지의 전자업체' 등 타이틀들을 달고 있는 기업들조차도 경제 위기 여파로 허덕이는 기업들 못지 않게 내부적으로 곪아있거나 해결이 시급한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러한 1등 기업들의 '이유있는 추락'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 경제가 선진국 경제로 거듭나느냐 아르헨티나식 침체 경제로 빠져드는가의 방향을 결정할 요소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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