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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국가 韓-스페인,불길한 ‘더블딥우려’ 공통점

외화내빈 西班牙의 2010위기설, 韓경제 시사점 많아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05 09:12:31

   
   
[프라임경제] 스페인이 최근 경제 위기설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이번에는 경제규모가 큰 스페인까지 유로존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위험요인으로 떠오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스페인 경제 위기설은 우리 나라 경제관료들을 여러 차례 괴롭힌 바 있는 영국신문 파이낸셜 타임즈(FT)에 의해 지적되고 있어 흥미를 끌고 있기도 하지만, 여러 모로 우리 경제와 유사점을 갖고 있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반도국가의 경제 문제점을 간략히 살펴 봤다.

◆해외 경제 의존도 높고 ‘샌드위치’ 신세

스페인 경제가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 고전하는 것은 ‘셀링포인트’가 확실한 선진강국 구조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한 마디로 저렴한 인건비를 무기로 육박해 오는 이머징 마켓과는 가격 경쟁을 하기 어렵고, 선진강국의 경쟁력을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기준 스페인 경제 통계를 살펴보면, 수출은 1814억유로, 수입은 2804유로로 무역적자는 총 98억유로다. 무역적자가 ‘만성적’이라는 부연도 따라 붙는다. 이같은 무역적자는 스페인에 이렇다할 만한 기업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페인의 산업구조는 1차산업 3.3%, 2차산업 29.5%, 3차산업 67.2%(2005년 기준)로 산업간 격차가 크다.

스페인은 1980년대 서유럽과의 지리적 인접성, 저렴한 인건비 등을 경쟁력 요소로 내세우면서 자동차 조립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을 유치했지만, 이후 별다른 차세대 먹거리를 내놓지 못해 ‘생산기지화’로 머물고 있다는 평가다. 지금 국부 창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관광산업이라는 ‘관광대국’면모는 이런 고민을 숨기고 있는 셈이다.

우리 경제 역시 스페인과 다르지 않다. 우선 물건을 만들어 수출하는 데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소규모 개방 경제다. 인적 자원과 무역으로 먹고 사는 숙명을 타고 났지만, 최근 들어 ‘샌드위치론’ 때문에 고민이 깊다.

제조업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중국 등에 역전당한 터이고, 차세대 먹거리로 기대를 모은 벤처 신화가 고 김대중 대통령 시대에 이미 거품으로 판명이 난 바 있다. 전자와 통신 부문 역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삼성, 이러다 구멍가게로 전락할 수 있다”는 2010 CES 박람회 참관 기념 발언에서 보듯, 각국의 전자업체들을 확실히 따돌리는 선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등도 성장 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이 커 카드사들과의 제휴, 이른바 유통-통신 컨버전스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이리버나 삼성전자가 이북 시장에서 핵심기술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실업률 높아 위험, ‘400만 시대’ 공통점도

우연의 양국 모두 ‘400만’이라는 숫자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FT는 “스페인이 실업자가 400만에 육박한다”고 전하고 사상 최대 수준이라는 보도내용도 곁들였다.

실업률이 높으면 구매력이 떨어지는 데다, 실업 수당 등 복지비용이 높아져 경제 회복에 원동력 저하 요소가 된다. 각종 지원과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인해 재정적자를 지속해야 하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우리 경제도 만만찮은 고통을 겪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실업자수 발표 자체가 만만찮은 규모를 자랑한 데 이어, 취업 포기 등 실질적으로 실업자는 40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고용사정이 나아지고 있다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한국경제연구원은 ‘고용회복 착시현상과 최근 고용사정’이라는 보고서를 2월 내놓고 “△우리나라 실업률이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 △공공부문 위주의 일자리 창출에 기인한 착시현상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고용회복에 대한 판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스페인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원죄 때문에 경제 위기설에 더 심각하게 말려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9월 위기설 등 외국 언론들의 우려에 이미 당한 바 있는 한국으로서도 익히 경험한 바다.

◆국가 채무와 재정 정책 문제도 동병상련

국가 채무 문제, 그리고 재정적자 정책 등은 금융위기 국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나 안고 있는 부담이다. 하지만 스페인과 우리 나라의 경우 이같은 문제에 더 심하게 노출돼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10년 재정 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8%가 될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국가 채무도 심각하다. 2월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통계를 내고 스페인 등 유럽제국과 미국, 일본 등의 국가 채무를 분석한 바 있다. 이를 보면, 미국이 GDP 대비 84.8%에 달하는 국가 채무를 갖고 있고, 스체인이 52% 등 부채를 안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디폴트’까지 갔던 러시아는 7.2%밖에 안 되고, 중국이 20.2%인 것을 감안하면 스페인의 그것은 적잖은 부담이다.

우리 나라 역시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민간 고용 창출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정부가 짐을 일방적으로 져야 하고, 그래서 재정 적자 정책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부채 문제도 마찬가지다. 1인당 GDP가 2배로 증가하는 동안 국가채무는 61조원에서 366조원(예상)으로 6배 증가했다. GDP 대비 비율로는 20.7%포인트나 증가한 것이다.

한편, 공공부문 채무 역시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국가채무에 잡을 것은 아니나, 우리 경제의 특수성을 감안하면(공기업 등은 정부의 사실상 ‘수족’이라는)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도 있다. 국가 채무도 만만찮은 상황에 2002년 이후 6년 만에 공기업 부채는 173조원이 늘어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월 ‘한국 재정정책의 효과와 재정 건전성’ 보고서에서 이런 우리 경제의 사정을 우려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로 세수가 축소되고 정부지출 부담이 가중되면 국가채무 관리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불투명한 향후 경제 상황에서 확대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국가채무를 관리하지 못해 발생할 사회·경제적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가채무를 관리하지 못할 때 발생할 비용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한 번 증가한 국가채무가 쉽게 감소하지 않았던 선진국의 사례를 교훈삼아 재정운용의 여력이 있을 때 국가채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정책 신뢰성 떨어져 

한편,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점도 스페인과 우리 사이에 공통점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스페인은 위기설이 부각되자 경제부 장관이 방송에 출연해 진화 작업에 나서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각종 해명과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비전제시만 있지, 사실상 시장과 해외 투자자들, 언론들을 안심시킬 만큼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지역색이 강해 중앙정부 정책이 실제로 ‘먹혀’ 들어가는 데 상당한 노력이 수반되는 점도 장애요인이다.

우리 나라 역시 노동정책(특히 일자리 창출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방향으로 잡으라”는 주장을 펴면서 현재 MB정부가 펴는 정책이 노동시장에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정책 불신이 높고, 세종시를 기업도시로 키우는 문제는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강하게 부딪히고 있어 장기 표류 시나리오까지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결국 정책 혼선과 각종 이견 표출이 심화된 터라 집권 2기 MB정부의 경제사회정책에 대한 약효 흡수도 시간과 노력을 상당히 요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미국과 EU라는 뒷배경, 그림의 떡?

스페인과 한국 양국은 더욱이 EU와 미국이라는 뒷배경을 갖고 있지만 사실상 도움을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유사성이 있다.

   
  <사진=스페인은 EU라는 뒷배경을 갖고 있으나, EU 자체가 위상이 점차 하락 중이라 비상시에 스페인이 큰 도움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U는 그리스 사태에서 보듯, 스페인 위기가 현실화되더라도 본격적 지원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외신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미국 역시 MB정부 초기에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는 등 도움을 주기는 했지만, 오바마 정부 역시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지는 경우 무한정 도울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이처럼 외양적으로는 화려하지만 사실상 내부적으로는 체력 저하로 인한 피로감이 상당한 스페인과 한국이 어떤 2010년 경제 그래프를 그릴지 눈길을 끌고 있다. 자칫 두 나라 모두 불황 극복 직전의 재악화, 즉 ‘더블딥’에 빠지는 불상사를 맞지 않을지가 문제인 것. 우리 나라 역시 스페인이 위기에 시달리는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슬기로운 해법 제시’를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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