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기아차그룹이 광고 마케팅에서 과거보다 퇴보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고자 '슈퍼볼'에 중간광고를 적극적으로 집어넣고 미국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를 마련하는 등 공세적 전략을 펴고 있다.
◆슈퍼볼에 지나친 중간광고?
미식축구의 제전, 슈퍼볼. 2010년 현대기아차그룹은 슈퍼볼을 기회로 미국인의 눈을 사로잡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쏘나타와 쏘렌토R 두 차종에 광고를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각각 30초, 60초라는 만만찮은 길이다.
미국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운동 종목이 바로 미식축구다. 결승전을 따로 슈퍼볼이라고 부를 정도로 전국적 사랑을 받는다. 그런 만큼 슈퍼볼 중간광고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광고시장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볼 중간광고는 대략 30초에 270만달러 가량의 지출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돈으로 20억원, 60초면 40억원대 지출이다. 2008년 슈퍼볼 중간광고 상황을 몇 건 살펴보자. 도리토스 1분짜리 브리지스톤 타이어 광고 30초 남짓, 아우디 R8 57초 등이다. 그러므로 현대차그룹의 광고들은 유독 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업체들의 면면처럼, 미국 내 시장에 큰 파이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를 유지, 확장하고자 큰 돈을 쓰는 일과,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위상에서 지출을 비슷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슈퍼볼 광고 전략이 지나치게 과감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자체적 인지도 키우기보다 '유명 캐릭터 빌려쓰기'?
한편, 쏘렌토 광고 전략에 미국 아동용 프로그램 캐릭터를 로열티를 주면서 '등용'한 것도 외화 낭비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미국 쏘렌토 광고에 등장하는 길고 빨간 캐릭터는 '무노'라는 것으로, 이 캐릭터는 2006년 파일럿 버전이 방송됐고 이후 시즌 3까지 가면서 현재까지 미국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바가바'에 등장한다. 음악을 통해 춤추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 흡인력이 높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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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기 어린이 프로그램 가바가바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무노가 미국 쏘렌토 광고에 핵심키워드로 등용되고 있다.> |
그런데 현대차그룹은 (과거 기아차를 흡수하기 전이긴 하지만) 1996년부터 '씽씽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장기 이미지 전략'을 펴 성공한 적이 있다. 이런 장기 포석의 소중한 경험을 스스로 폐기하고 미국 브랜드에 바로 돈을 줘 사들이는 일시적 마케팅을 쓰기로 한 셈이다.
물론 미 현지화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일시적으로 인기 캐릭터를 로열티를 들여 사용하는 것과 장기적으로 브랜드 알리기 전략을 병행하는 것은 효과 자체가 크기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씽씽이'는 현대자동차의 마스코트로 1996년생이었다. 하늘과 땅과 바다 어디서든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는 만능 친환경차 씽씽이를 동원한 공략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높았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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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09년 회사 어린이 관련 행사에 등장한 씽씽이. 아직 공식 퇴출되지 않고 명맥을 잇고 있는 이같은 캐릭터를 놓고 외국 유명 캐릭터 빌려쓰기에 한눈을 파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현대기아차그룹에 제기되고 있다.> |
이런 고액, 즉시적 효과만 주목하는 광고 전략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미국 내 의외의 부진과도 연관 있다 풀이
이같은 단기적·물량 공세식 광고 전략은 결국 현대·기아차그룹의 미국 시장 진출 성적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즉 그룹 간부들은 품질 경영과 신뢰 쌓기의 느리게 가기를 기획,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이래 수출을 끊임없이 해 왔지만, 확실하게 다져서 중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 확고한 뿌리 내리기를 하지 않으며 안 된다는 자기 반성이 깔린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본부 간부들이 미국 내 딜러들과 중장기 전략을 공유하는 등 이같은 장기적 포석에 매진하고 있다.
시간은 걸리더라도 미주에 협력업체들과 함께 연계공략을 펼치고, 조지아주 현지 공장을 중심으로 품질관리를 하는 데 만전을 기하는 것도 이같은 전략의 발로로 꼽힌다.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이 금년 들어 "토요타 캠리 사태를 보면서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한 것도 이같은 장기적 내실 다지기가 기본이어야 한다는 발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마케팅 영역으로 들어가면 이같은 기본 어젠다는 실종되는 모양새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물량과 고가 단기적 성과 내기를 택하는 데 유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마케팅이 맥락을 놓치면서, 세계 각국, 특히 이머징 마켓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선전하면서도 미국에서는 정작 신뢰받아 자리를 굳히는 '톱10' 모델을 배출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원흉이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도 가능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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