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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회단체, ‘결혼이주여성’과 함께 윈-윈

이주여성 인력 활용해 특별한 아이템 마련, 다문화가정은 혜택 상부상조

임혜현 기자 | tea@newsprime.co.kr | 2010.02.02 16:48:29

[프라임경제] 우리 나라 남성과 ‘백년 가약’을 맺으면서 뿌리 내린 외국인 여성들, 이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한국은 점차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1957년 첫 결혼 귀화자가 나온 이래 금년 1월 기준 누적 결혼귀화여성만 해도 8만832명. 이렇게 늘어난 숫자만큼이나 우리 사회에서의 위상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이들이 그저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역할, ‘한국인들의 보살핌이 필요한 보호객체’에서 현지 사정을 이해하고 물꼬를 트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하기도 하고, 양국간 가교 역할을 하기도 한다.

◆ 하나금융, 이주여성-다문화가정 지원과 문화학습 일석이조

국내 은행권이 포화상태에 이르른 국내 금융시장의 한계를 극복,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자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이어 최근 동남아가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은행은 지역 법인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우리은행은 동남아를 훤히 꿰뚫을 수 있는 ‘지역전문가’를 육성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은 동남아 진출과 사회적 공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사진=하나은행 직원들은 우리 나라 관련 자료를 베트남어로 번역하는 등 다문화 사회와 교류를 하면서 은행업 해외 진출에 필요한 언어감각을 익히는 한편, 양국간 우호협력의 기반을 닦고 있다.>  

하나은행은 베트남 진출에 오래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 이런 인연으로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 지원의 한 방편으로, 아울러 사회 공헌의 한 방법으로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과 그들의 자녀들을 위한 행사와 각종 활동을 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하나금융그룹 베트남 연구회’다. 이 단체는 직원들의 자생적 모임으로, 베트남의 언어와 문화를 배워 현지 금융사업을 위한 초석으로 삼으려는 스터디 그룹이다.

이들은 우리 전래 동화나 위인들의 이야기를 현지 언어로 번역해 책을 내기도 하고, 하나금융지주가 다문화 가정, 특히 베트남 출신 부인들을 초청해 연 바 있는 수상(水上)연극 등을 준비하는 데에도 일정 수준 기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국인 여성들이 이들의 작업 내용 수혜 대상인 동시에, 이들의 미숙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순환구조를 갖는 것. 이런 방법을 통해 하나금융지주는 비용절감효과를 적잖이 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 외국어 능통 상담원에서 해외여행 첨병까지

한편 외국인 여성들의 외국어 능력과 현지문화 소통능력 등의 강점을 살려 이들을 상담원이나 해외 여행의 파트너로 적극 포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우선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의 경우, 이주여성들이 가정 생활에서 겪는 각종 어려움을 상담하는 데 먼저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선배’ 이주 여성 상담원들을 인적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같은 결혼이주여성들의 고충을 듣고 풀어주는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상담원들>  

올해로 만 3년을 갓 넘긴 이 센터는 출범 당시 14명의 해외 출신 상담원과 함께 닻을 올렸고, 최근 외국인 여성들을 추가 채용해 상담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외국 여성들이 상담에 애를 먹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경륜을 살려 다른 이주 여성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는 게 센터측 전언이다.

이른바 ‘사회적 기업’에서 외국인 여성들이 활약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이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은 여행업. 특히나 여행업 중에서도 이른바 현지 주민들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공정여행(Fair Tour: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 아닌, 적당한 가격을 주고 물건을 구매, 현지인들에게도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파생해 나온 개념이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단적인 예가 아시안 브릿지(Asian B ridge)의 자매사라고 할 수 있는 (주)착한여행의 프로그램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인정받은 아시안 브릿지는 그동안 정규·비정규직 고용,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매출 창출 등 사회적 기업으로 손색이 없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최근에는 결혼이주 여성들에게 ‘에코투어 가이드’를 맡기는 방안을 적극 타진 중이다.

   
  <사진=외국 출신 여성은 언어적 이점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으므로 관광 관련 가교로 활동하기 좋다는 평가가 많다.>  

이들은 이른바 ‘착한 여행’ 프로그램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우리 나라 여행자들이 세계 시민으로서 지구촌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을 갖기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가이드로 결혼이주여성들을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다문화·이주민브릿지 프로그램’은 학교 및 지역사회에서 다문화 교육과 이주민들의 권익 정책 개발을 위한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모색, 다문화 교육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안을 개발하고 이주민들의 사회ㆍ경제 지위 향상을 위한 지원 사업(아시안 푸드 사업 등), 국제 송금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이 수익구조를 마련, 도모하는 역할에 결혼이주여성들을 참여시킴으로써,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파트너십을 심는 것이다.

◆ 세계 경제위기 여파 진정되면 더 늘어날 듯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 경제 위이 여파가 진정되고, 신종 플루 등 문제점이 가라앉으면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의욕적으로 기획됐다가 신종 플루 문제로 난관에 봉착했던 '내 친구의 외갓집' 프로그램>  
일례로 여행협동조합 맵이 다문화 가정을 특화해 마련한 상품인 ‘내 친구의 외갓집은 산호세’ 수학여행은 신종 플루로 무산된 바 있는데 금년에는 더욱 적극적인 활동과 교류의 재개가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하나금융지주 역시 2008년 동화책 발간 이후 2009년에는 다소 뜸했던 활동에 본격적인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 홍성혁 홍보팀장은 “한 해 동안 활동이 뜸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2010년에는 본격적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전했다. 은행과 지주사가 금융위기와 키코 사태 등으로 복잡했던 사정으로 인해 직원들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이같은 교류 및 지원 사업에 제동이 걸린 감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 본격적 도약과 함께 교류 재개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결혼이주여성들이 본격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의미를 창출해 낼 기회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경인년 결혼이주여성들의 위상 강화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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