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신한은행이 명예퇴직 실시 후 일부 인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용, 흡수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위인설관(爲人設官)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한은행은 2009년 연말 대규모 명예퇴직 조치를 단행했다. 2007년에 이어 2년만으로, 2009년 명예퇴직의 경우 부지점장급 이상 고위직은 물론, 일부 차·과장급도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퇴직금 외에 '24개월치 임금+연령별 차등 위로금'까지 제공하는 파격적 조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620명이 이를 통해 회사를 떠나면서 받아가게 된 퇴직금 액수만 해도 상당한 규모로, 지난 연말 동부증권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300~400명 이상이 명퇴를 신청할 경우 4분기 1000억원 가량의 명예퇴직비가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하기도 했다.
◆신한 대규모 명퇴, 인력수급 계산 차질 때문?
이같은 대규모 조정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대체로 고임금자의 정리 필요성 때문에 단행된다는 것이 일반론. 예를 들어 2005년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국민은행은 책임자의 비중이 60%에 가까운 노쇠한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그 결과 조직의 역동성이 떨어지고 조직문화의 정체성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구조조정 단행 필요를 설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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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 |
더욱이 신한은행은 최근 정부의 일자리 창출 요청에 적극적으로 참여, 많은 인원을 뽑은 바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2009년 가을 뽑은 인원만 해도 400명으로 다른 은행들에 비해 많은 편에 들어간다는 것.
결국 조직 쇄신과 일부 인원 채용의 무리 때문에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명퇴 후 다시 비정규로 재취업?
그런데 문제는 신한은행이 이들 중 일부를 다시 취업시키는 길을 터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관리 전담직으로, 이들의 업무는 영업점 1일 감사, 전임 감사, 전행여신감리, 여신승인조건 이행 관리 과정 모니터링, 자금세탁 방지 등 이른바 검사 업무로 알려져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명퇴 후 비정규직으로 들어오게 될 분들이 맡는 업무는 여수신은 아니며, 기존에 다른 직원이 하던 감사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명예퇴직을 단행할 정도로 인력의 강제순환을 사실상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을 현재까지 없던 자리들을 만들어 보내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평가다. 특히, 고임금 인력을 임금 감액 후 쓰려는 조치라는 오해는 차치하고라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촉구에 부응하기 위해 불필요한 자리를 설치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을 여지는 충분한 대목이다.
더욱이 신한은행 스스로도 이번 조치에 대해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있지 못해 이런 우려는 더 증폭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조치에 대해 진행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예상 숫자 규모를 정해 압축적으로 채용 과정을 진행한다기 보다는 느긋하게 신청을 받아 보겠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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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
이미 비슷한 검사직을 비정규직으로 가동했던 바 있는 KB국민은행도 이 제도의 사실상 실패 가능성을 방증한다.
국민은행은 2005년 명예퇴직자 중 일부를 감사직으로 채용한 바 있지만, 결국 최근 이들을 많이 해고했고, 이에 따라 계약직 노동자 대량 계약 해지라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결국 명예퇴직으로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 자의 반 타의 반 떠난 인력 중 일부를 흡수했다가 다만 시간만 지연시켜 사회로 내보내긴 마찬가지라는 것.
이에 따라, 이번 신한은행의 비정규직 재취업 및 인력 활용 역시 없는 일이나 중요하지 않은 일을 잠시 만든다는 안일한 생각보다는, 여태껏 상대적으로 등한시돼 온 검사업무 등을 새롭게 강화한다는 장기적 플랜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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