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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
외환은행이 30일로 창립 43주년을 맞는다. 아울러 외환은행은 론스타 소유 상황에도 적응하면서 빠르게 위상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외국계 CEO가 단명을 반복하는 금융업종 회사들의 상황과도 달리 래리 클레인 행장이 이끄는 외환은행은 큰 잡음도 없는 상태다.
하지만 외환은행이 언젠가는 넘고 가야 할 M&A 문제는 정작 뚜렷한 방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2010년 은행 M&A 대전에서 가장 먼저 '품절녀'가 될 것이라던 관측들에 시간이 좀 소요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전망이 뒤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민은행+외환은행 시나리오, KB금융 사태로 오리무중 가능성 상승
KB금융지주가 국민은행의 역량 강화를 위해 외환은행에 눈독을 들여 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바다.
하지만 KB금융은 지난 2009년 하반기에 불어닥친 폭풍으로 2010년 은행 M&A 대전에서 본격적으로 칼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당분간 '운기조식'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MB 인사들간의 힘겨루기 끝에 '끈 떨어진 연'이 돼 낙마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돈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 케이스에 이어, 회장 선임 일정을 좀 조정하라는 당국의 요청을 무시한 덕에 사외이사들이 대거 밉보인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은 일부 사외이사 사퇴 건, 그리고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의 지주회장직 포기 선언에 이르기까지, KB금융은 당국의 미운털이 박힌 금융기관이라는 평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또 있다. 제 1 주주로 떠오른 ING측이 현재 연락창구로 쓰는 사장을 새 타자로 바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3월 결과를 보고 서로 의사협력을 하는 핫라인망을 돈독하게 깔고 나서야 일을 벌여도 벌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당국 눈치 때문에…?
인수 주체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던 산업은행. 하지만 산업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산업은행은 2010년 1월 현재 총 45개의 점포만을 가지고 있어 영업망 강화가 시급하기는 하다. 그러나 수기반 보완을 위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문제는 금융위원회가 산업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에 부정적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번 2010년 외환은행 쟁탈전에서는 일찌감치 출전자 명단에서 지우는 게 낫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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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래리 클레인 행장이 30일 43주년기념일보다 하루 앞당겨 경축행사를 연 자리에서 연단에 서 직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
◆리테일 약한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이 어울릴까 '2% 부족론'
리테일 금융(소매금융)이 약해 고전하는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파트너로 붙여주는 안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산업은행의 경우는, 외환은행이 새 파트너로서 나쁘지 않다. 산업은행이 워낙 점포수가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 보기에는 하나은행 강화책으로 외환은행은 100% 흡족하지는 않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2009년) 은행병 당기순이익(추정치)을 보자. △우리은행 1조원 육박 △외환은행 8800억원대 △신한은행 7500억원대 △기업은행 7000억원대 △국민은행 6800억원 등에 비해 하나은행 2500억원대로 상당히 밀리고 있다.
물론 하나금융지주로서도 이런 하나은행의 부진을 손놓고 보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11월 가까스로 성공한 하나카드 출범과 그 효과로 은행 역시 통신+금융 컨버전스 효과를 입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복합상품 시대를 개척하는 데 은행이 기지 역할을 하면서 함께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해외 진출 면에서도 다방면으로 공을 들여 왔고, 그 수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역시나 하나은행, 그리고 하나금융지주를 고심하게 하는 대목은 리테일의 부실이다. 아무래도 노력에 비해서는 초라한 성적을 매번 받는 이유는 자금조달 역을 하게 되는 리테일이 약해 조달금리 조정 등 여러 면에서 우선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한다는 데 상당 부분 뿌리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 외환은은 사실 리테일보다는 기업금융과 외환F/X 등에 강점이 높은 구조다. 아울러 점포수가 확실히 많지도 않다. 점포폐쇄 등의 자구노력을 기울이며 살아남으려 발바둥을 쳐 온 결과다. 외환은행은 실제로 208명의 감원(1997년)을 시발점으로 삼아 2002년까지 3093명의 인력구조조정을 했고 해외점포 13곳을 포함한 모두 151개의 점포폐쇄를 단행해 현재 몸집에 이르렀다.
2009년 현재 외환은행 점포수는 326개로 국민은행 1095개에는 한참 못 미치고, 우리은행 761개에 비해서도 반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우리은행과 합치는 경우 '조직 문화'면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다는 문제, 그리고 인수 자금의 규모가 차이가 어느 정도 난다는 점 등의 난제 등을 감안하더라도 '외환은행만이 가장 좋은 답'이라고 하나금융측이 판단하기는 2% 부족한 감이 있다는 풀이다.
◆'자력갱생'도 가능할 텐데, 사실상 어려운 선택지
사실 M&A 과정에 예상되는 어려움들은 이전에도 있었다. 2006년 국민은행이 다 잡은 외환은행을 여러 가지 정치적 논리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적도 있었고, 외환은행이 다이어트 후 실적 선방 행진을 이어가자 '독자생존론'이 나오기도 했다.
2006년 무렵엔 당시 여당이던 구 열린우리당은 물론 민주노동당 등이 이미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에 착수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 이상경 전 의원측이 외환은행을 외국자본에 재매각하는 것을 배제하고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독자생존하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검토했던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알려진 이야기다. 민노당 역시 독자생존 문제를 근무 직원들의 노동권 보호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의 경우,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 구성을 외환은행 독자생존의 방법론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안은 결국 수출입은행이 됐든 산업은행이 됐든 컨소시엄에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국책은행개입론의 또다른 버전이어서 사실상 금융위의 현재 바람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론스타 역시 종국적으로는 매각을 통해 자금회수를 하는 게 가장 큰 목적인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독자생존론이 다시 부각되는 것은 어렵다. 우리사주를 뭉쳐서 역할을 부여하는 아이디어 등도 결국 구 열린우리당의 대선패배와 제3지대론 부각으로 인한 당의 근원적 수술, 그리고 민노당의 종북주의 논란으로 인한 분당(진보신당 창당) 등으로 다시 카드를 꺼낼 정치주체들이 사실상 없다는 부분이 있다.
결국 2010년 은행권 M&A 대전이 열리자 마자 바로 매진될 것이라던 관측에는 어느 정도 뜸이 들어야 할 전망이다. 봄은 왔으되 봄이 아니라(春來不似春. 중국 4대 미녀 중 하나인 왕소군의 시에서 유래)는 노래를 봄이 본격화된 이후에도 외환은행이 부르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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